귀농운동본부에서 귀농 관련 교육과 상담을 하다 보면 이와 같은 발표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예전 귀농학교의 학생층 세대 분포를 보면 50대 이상의 은퇴귀농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30~40대가 주 학생층이고, 20대 청년층이 10% 정도를 차지하는 걸 볼 수 있다. 이제 귀농은 세대를 떠나 도시에 사는 모든 이에게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귀농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귀농을 생각하는 이유를 자연과 가깝게, 생태적인 삶을 위해서가 70% 이상 나왔다. 그럼 귀농을 실행에 옮기는데 걸림돌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경제적인 이유와 문화생활의 불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생태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꿈꾸면서 최소월 200만원 이상은 벌어야 하고 문화생활도 누려야 한다. 도시에서 머리와 가슴이 일치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것이 힘겨워서 귀농하고 싶지만, 어느 것 하나 포기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는다. 대안적인 삶의 고민 없이 시골이 나를 위해 맞추기를 바랄 뿐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에 가치
도시에서의 소비 규모와 욕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블루오션이라는 허황된 꿈을 갖고 억대 농부를 꿈꿀 수밖에 없다. 이는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상위 1%의 고소득을 바라며 또 다른 형태의 사업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대부분 귀농을 생각하는 도시민들은 평생 호미 한번 잡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농촌 사람들은 과학적인 농법을 모르고, 자신은 똑똑하다는 착각을 한다. 그러나 농촌의 농업 현실에 부딪히면 대개 3년 동안 농사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가령 규모화된 설비를 갖춘 농업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삶은 소출과 유통, 가격을 걱정하고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하나의 사업일 뿐이다. 귀농하여 처음 3년 동안은 유행하는 작목보다 그 지역에서 주로 하는 농사나 기본이 되는 작목으로 우선 시작하고, 가족의 노동력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농사를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출의 50% 정도를 개인 직거래로 유통하며 생활한다면 귀농하여 앞으로 어떤 삶을 살면서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구체적인 철학과 계획을 보다 분명하게 세울 수 있다. 더불어 도시에서의 소비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생명을 기르고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에 가치를 두는 것이 시골살이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골 문화 생산에 직접 참여하고 만들기
도시에서의 문화적인 욕구도 마찬가지다. 시골에서는 도시에서와 같이 이미 만들어져있는 문화 시설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대체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지역에 많은 귀농자가 실제 여러 형태의 문화를 직접 만들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음악에 대한 모임을 만들고, 없어져 가는 카페나 호프집을 협동조합의 형태로 만들어 운영하며, 도농직거래 장터를 만들고, 아이들 공부방을 만들거나 없어지는 폐교를 다시 만드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것 또한 시골살이에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원주민과 어울려 함께 살기
의외로 시골살이에 실패한 이유 중에 원주민과의 갈등으로 마을 정착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 도시 사람들은 흔히 텃새라고들 한다. 하지만 시골마을은 길 하나, 나무 한그루 자체가 역사이자 마을 그 자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동산에서 계약서 한장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아파트와 달리 시골마을은 그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공동체이다. 도시에서는 이사를 해서도 이웃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도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좀 다르다.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공동체 안에 낯선 사람이 갑자기 들어오는 것이다. 모두가 농사를 기반으로 함께 살아온 공동체 안에서 어느 누가 뜬금없이 들어와서 늦게 일어나고, 큰 개를 앞세워 산책을 하며, 마당에 잔디를 키우고 매일 바비큐 파티를 연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그것이 전원생활의 여유이고 귀농자들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농촌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매 순간 날씨에 민감하며 모든 생활이 농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농촌의 치열한 현장에서 나만 혼자 잘살겠다고 들어간다면 곧 자신만 고립된 섬 속에 갇히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귀농자도 혼자 조용하게 살고 싶어 들어왔지만 결국은 홀로 고립되어 쓸쓸한 상태로 사람이 그리워 도시로 돌아오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귀농자들과 함께 혹은 원주민들과 함께 마을에 필요한 일들을 함께 만들어 가고, 농사를 지어가며 그렇게 어울려 지내다 보면 진정 가슴으로 이해하는 시골살이를 할 수 있다.
귀농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아직도 막연하다면 미리 귀농 관련 교육을 받길 권한다. 특정한 작목 위주의 교육보다는 삶의 근본적인 철학을 바꾸고 시골살이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먼저 받길 바라는 바이다.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는 서울에서 매년 3회 서울생태귀농학교를 진행하며, 2월부터 11월 직접 몸으로 소농의 삶을 체험하는 1년 농사실습 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부디 지면을 빌어 귀농을 생각하는 모든 분들에게 바른 귀농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전국의 귀농학교 안내>
서울생태귀농학교 www.refarm.org 031-408-4080
텃밭보급소 cafe.daum.net/gardeningmentor
경남생태귀농학교 cafe.daum.net/kskschool 055-584-9200
광주전남귀농학교 cafe.daum.net/landlovers 070-4237-6183
기독교귀농학교 ehunn.cafe24.com 043-873-0053
대전귀농학교 cafe.naver.com/agriculturedj 070-8879-7946
부산귀농학교 www.busanrefarm.org 051-462-7333
화천귀농학교 cafe.naver.com/kiunzang 033-442-6233
거창귀농학교 www.ggschool.or.kr 055-944-5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