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사이 정서적 친밀감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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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는데 사실인가? 부부 싸움이 칼로 물 베기가 되는 부부가 있고, 사소한 일로 들어와도 서로 찔러 대는 부부가 있다. 시어머니의 괴롭힘에 힘들어하는 아내, 실직을 당한 남편에게 다가가서 지지하면서 힘을 주는 남편과 아내가 있다. 남편이 회식을 하고 조금 늦게 귀가해도 수고했다고 위로하는 아내가 있다. 이들 부부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소하다 싶은 일에도 서로 으르렁거리며 사생결판을 내려는 부부도 있다. 치약을 중간에 짜놔도 분노하고 빨래통에 빨래를 넣지 않은 것으로도 서로 죽일 듯이 싸운다. 남편의 회식 장소에 10초 간격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거는 아내도 있다. 그리고 남편은 전화기를 꺼둔다.
이들 부부는 절대로 칼로 물 베기가 되지 않고 서로를 찌른다. 이들 부부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부부가 이혼할 때, 성격차이를 그 이유로 많이 내세운다. 그리고 외도, 경제문제, 자녀 양육문제, 고부간의 갈등, 대화의 부재로 꼽는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표면상의 문제들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면 부부가 싸우는 진짜 이유가 있다. 즉 부부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원인은 따로 있다. 부부 갈등을 해소하려면 빙산 밑으로 헤엄쳐 들어가서 뿌리를 보아야 한다. 술, 외도, 고부갈등, 경제문제, 자녀문제 등 부부 싸움을 일으키는 원인들의 밑바닥엔 공히 ‘정서적 친밀감의 부재’가 숨어 있다.
부부사이 친밀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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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의 욕구란, 식욕·수면욕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본욕구 중 하나다. 힘들 때 달려가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이 애착 대상이며 이를 통해서 친밀감에 대한 욕구를 충족 받으려 한다. 이것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충족되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 친밀감의 욕구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채워지기 때문에 어릴 때는 부모님, 결혼하면 배우자를 통해서 친밀감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충분히 채워지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어린아이의 투정, 그리고 부부 싸움의 본질은 친밀감을 회복하기 위한 항의의 표현이다.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보이는 투쟁인 것이다.
부모와 친밀감 없이 어린아이가 성장하지 못하듯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전쟁에서도 혼자 살아남는 경우보다 두 명 이상 살아남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처럼 친밀한 대상은 인간 생존의 필수요건이다. 부모님과 관계가 나쁜 아이들은 죽고 싶고 우울하다. 부부관계에서도 서로 관계가 나빠서 갈등이 있으면 우울하고 죽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는다. 그만큼 애착 대상은 인간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부부사이 정서적 친밀감은 대화의 기본 전제가 된다. 친밀감이 있으면 부부는 희로애락의 어떤 감정이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배우자가 자신을 받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친밀감이 사라진 부부는 두 가지 표현만 하게 된다. 화를 내거나 입을 닫거나. 부부 사이에 분노와 침묵만 존재한다. 아내는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남편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결국 부부는 무시 받거나 귀찮아한다는 느낌이 들면 사소한 일로도 상대가 미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되기는 어렵게 된다. 나와 같은 성격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부부가 평소 서로 배려하여 친밀감을 느끼면 성격이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소 비슷한 성격도 친밀감이 떨어지면 서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느끼고 이혼하자고 말한다. 성격 차이가 부부 갈등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부부 불화가 본래 있던 성격 차이를 드러나게 한다. 정서적 친밀감이 떨어질 때, 갈등은 부부 사이에 비집고 들어온다. 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친밀감을 회복하기 위한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먼저 변하면 배우자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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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배우자의 아픔에 다가가야 한다. 외로움에 다가가야 한다. 시댁과 직장에서 힘든 배우자의 마음에 다가가야 한다. 육아로 지치고 사회생활에 지친 배우자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나로부터 위로받고 소중하다는 느낌, 한 편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것이 회복이다. 옳고 그름의 따지는 것이 아니다. 때론 옳은 말이 배우자를 말려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부부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배우자를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에게만 변하라고 주장하면 싸움만 난다. 내가 먼저 변하면 배우자도 바뀐다. 인간은 자신의 친밀감 욕구가 먼저 충족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배우자의 욕구를 무시하여 상처를 안긴다.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자녀가 분노하듯이 부부 사이에서도 배우자가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않으면 화가 나고 외로워진다. 지금 배우자와 성격, 양육관, 경제관, 시댁과 처가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가? 의사소통이 안 되고 화를 내거나 입을 닫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배우자와 친밀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신호다. 서로 외면하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것이 쉽지 않으면 주변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부 세미나, 교육, 상담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 부부 관계의 회복만큼 남편과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고 자신감을 높여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