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같다
“뭐 조그만 것도 내 맘대로는 할 수가 없어요. 내가 보기엔 그렇게 안달복달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냥 나하고 있는 동안은 내 방식대로 키우면 안 될까요?”
예를 들어 ‘밥을 떠먹여 주면 안 된다. 스스로 먹게 해야 한다’는 엄마와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 하는 할머니의 의견이 충돌할 때처럼 양육관과 양육방식이 다를 때 서로 마음이 많이 불편해집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와 할머니 모두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같다는 걸 기억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내 것이 옳다고 싸워 이겨야 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파트너임을 기억하고 서로 다른 표현방식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지요. 무조건 ‘예전엔 다 이렇게 키웠다’며 고집을 피우거나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며 지적하는 태도는 아이를 담보로 하는 힘겨루기에 불과합니다. 초보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그렇지 못할까 봐 불안한 마음에 TV나 인터넷 등에 나오는 정보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육아 정보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넘지 못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믿고 그분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를 배워보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반면,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자식을 키울 때 옳았던 것들이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육아 지혜에 현대적인 육아 가치관과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건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녀들에게 배워야 하는 것이지요.
2. NO! 라고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힘을 키우자
“예쁘긴 하지만 사실 손주들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아이 엄마 아빠가 나한테 부탁하는 게 너무 많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이 든 조부모가 종일 육아를 담당하는 건 육체적, 정신적으로 적잖은 스트레스입니다. 조부모가 본인 생활에 만족할 수 있어야 양육자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습니다. 내 능력에 벗어나는 요청에는 적당히 ‘NO’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종일 아이를 보느라 잠시의 여가를 가지기도 어려운데 자녀 부부는 퇴근 후 영화를 보거나 야근 등으로 늦어지는 것을 당연시하면 서로 서운한 감정만 쌓여가기 쉽습니다. 조부모는 대신 아이를 키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부부의 자녀 양육을 도와주는 조력자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이어도 책임을 명확히 구분 짓고, 서로의 생활을 확보 활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보육기관이나 육아 도우미 이용을 병행하거나, 육아를 도와주는 시간을 정해 야근시 부모 둘 중 어느 한쪽이 일찍 퇴근하여 육아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할아버지 할머니도 스트레스와 건강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과 방법을 확보해야 합니다.
3. 어른들의 좋은 관계가 먼저다
“기껏 하루 종일 봐줬는데 엄마만 오면 날 본 척도 안 할 때 서운해요. 또, 나한텐 애들 야단치지 말라면서 애들 엄마가 혼내는 거 보면 마음이 상해요.”
조부모가 지극정성으로 손주를 양육한다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빈자리는 부모가 메워야 합니다. 또한 손주들이 아무리 귀하고 사랑스러워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부모가 아닙니다. 간혹 손주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 ‘엄마보다 할머니가 더 좋지?’라며 부모 역할을 대신하고 싶어 하는 할머니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 부모와의 갈등뿐 아니라 아이 또한 애착 형성에 혼란을 겪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부모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부모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서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나를 사랑하는 아빠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도 서로 사랑하고 사이좋은 관계임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아이게 대한 사랑이 앞서 아이 앞에서 부모 혹은 조부모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거나 둘 중 누가 더 좋은지 우열을 가리게 하는 등의 행동은 결국 가장 사랑하는 아이 마음에 가장 치명적인 불안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