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힘들어하는 일 대신 하기
30대 초반의 A씨는 퇴근하고 들어오면 아내가 쉽게 할 수 없던 가사노동을 대신 해준다. 아이들의 장난감 관리가 대표적인데, 침대나 TV 테이블 밑으로 굴러 들어간 장난감을 바닥에 엎드려서 빼내는 것이다. 이렇게 장난감을 다 찾아내는 데 10분은 족히 걸린다.
휴일에는 화장실 변기 청소를 A씨가 전담한다.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A씨가 변기를 씻는 데도 약 10분이 걸린다. A씨는 이밖에도 냉장고나 책장 위, 장롱 위의 먼지를 털어내고 아내의 손이 잘 닫지 않는 유리창 바깥면 닦는일을 한다. 지금까지 나열한 A씨의 활동은 모두‘중간 강도의 활동(6등급)’에 해당할 만큼 강도가 높다. 골프나 야구, 스키, 약간 빠른 속도로 걸을 때와 비슷한 열량을 소비하는 셈이다. A씨의 체중을 80㎏이라고 가정하자. 그가‘아내가 힘든 일 대신 하기’시간이 10분이라면 약 72㎉나 된다. 화장실 변기 청소를 하는 김에 주변까지 박박 문질러 닦는다면 30분으로 늘어날 테고, 그러면 216㎉를 없앨 수 있다.
가끔 와이셔츠 단추를 직접 바느질해서 달 때가 있다(활동 강도 2등급). 자신의 와이셔츠를 직접 다리며(활동 강도 3등급), 밥을 먹고 난 뒤 자신의 빈 그릇은 개수대로 직접 가지고 가며 설거지를 한다(활동 강도 4등급). 걸레나 행주를 직접 빨거나 진공청소기로 카펫을 훔치는(활동 강도 5등급) 경우도 많다. 앉아서 힘을
주고 마루를 닦기도 하고(활동 강도 6등급),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선반 같은 것을 수선하기 위해 톱질을 할 때도 있다(활동 강도 7등급).
‘간 큰 남자’라면 어떨까? 그는 퇴근한 뒤 소파에 퍼질러 앉아 TV를 보면서“여보, 재떨이 가져와.”라고 소리칠 것이다. 이때의 활동 강도는‘눕거나 앉아서 하는 활동(1등급)’에 불과하다. 집에 돌아온 뒤 잠자리에 이를 때까지를 약 4시간이라고 하면 이 시간에 80㎏의‘간큰남자’는 약 384㎉를 소비한다. 그러나‘아내가 힘든 일 대신 하기’를 A씨가 53분 25초간 한다면 이 열량을 모두 소비할 수 있다.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아이들과 놀아주기
B씨에게는 장난꾸러기 아들이 있다. 아들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TV 어린이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을 따라하는 놀이다. 항상 자신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아빠는 악당 노릇을 해야 한다. B씨는 항상 도망 다니면서 적당히 맞아줘야 한다. 20분 정도 아이와 결투 놀이를 하면 그의 활동은 가끔‘강한 활동(8등급)’이 될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약간강한활동(7등급)’이된다. B씨가80㎏이라고 할 때 이 시간에 소비한 열량만 해도 약 208㎉나 된다.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서 11분 40초간 전력으로 질주했을 때의 소비열량과 같다. 이쯤 되면 힘들게 달릴 바에야 조금 더 시간이 들긴 하지만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이틀의 휴일(休日)은 말 그대로‘집에서 쉬는 날’로 변해버렸다.
C씨는 그러나 나름대로의 원칙을 정했다. 매주 먼 곳으로 다니지는 못하겠지만 단 몇 시간만이라도 야외로 꼭 나간다는 것이 바로 그 원칙이다.‘ 게으른 건강학’에서는 휴일 만큼 좋은 ‘활동일’이 없다고 여긴다. 주간에 모자랐던 활동량을 보충하기에는 휴일이‘딱’인 것이다.
비만은 섭취열량을 다 쓰지 못했을 때 나머지가 잉여지방이 돼서 몸에 쌓이는 것이다. 이 잉여지방은, 역으로 소비열량이 섭취열량을 넘어서면 다시 줄어들게 돼 있다. 가령 5일 동안 총 1만 5000㎉의 열량을 섭취했고 1만㎉를 소비했다면 5000㎉가 몸에 쌓인다. 그러나 이틀의 휴일에 4000㎉의 열량을 섭취했지만 6000㎉를 써 버렸다면 잉여지방에서 2000㎉를 꺼내 쓰게 된다. C씨는 휴일에 아파트 단지나 집 근처 공터로 가서 30분 정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아내와 함께 줄넘기를 한다. 아파트 주변을 산책할 때도 있고, 단지 안에 장이 서면 함께 구경을 나간다. 가끔은 슬슬 달리기도 한다. 온 가족이 집안 대청소를 하는 것만큼 좋은 활동도 없다.
C씨가 이틀의 휴일을 이런 방식으로 보냈을 때 소비열량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활동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아주 가벼운 활동(4등급)’이상이다. 만약 70㎏인 C씨가 토요일 1시간, 일요일 1시간씩 해서 총 2시간 인라인스케이트를 했을 때 이틀간 소비열량은 약 1092㎉이다. 여기에 아이들과 공
놀이를 30분, 함께 달리기를 30분 더 했다고 한다면 추가로 540㎉가 더 소비된다. 이틀 동안 총 3시간만 놀았을 뿐인데, 모두 해서 1632㎉를 쓴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가족만큼 좋은‘활동 친구’는 없다. 모처럼 엄마, 아빠 노릇도 할 수 있다. 이런데도 휴일에 소파에서 퍼질러 자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