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게 먹어라
배가 고프다는 것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이때에는 혈액 구성에 변화가 생기는데, 간과 근육 등에 저장돼 있던 지방이 혈관으로 흘러들어간다. 이 지방을「유리지방산」이라고 부른다.「 유리지방산」이 증가하면 뇌시상하부의 「공복중추」를 자극해 뇌가‘밥을 먹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음식물이 몸 안으로 들어와 에너지가 확보되면「유리지방산」은 더 이상 혈관에 흘러들어가지 않는다. 그 대신 음식이 분해되면서 혈액 속의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고「포만중추」의 자극을 받아 뇌는‘그만 먹어라’고 명령을 내린다.
이 정상적인 메커니즘은 식사를 빨리 하면 깨져버린다. 채 5분이 지나기도 전에 식사를 끝내는 경우 포만 중추가 미처 작동하기도 전에 과식을 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보통 음식을 먹었다는 정보가 뇌에 전달되기까지는 5~7분이 소요되는데, 그렇다면 뇌가 ‘그만 먹어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이미 많은 양의 식사를 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 되면 공복중추와 포만중추가 뒤엉켜 식탐으로 발전할 수 있다.
건더기를 먼저, 국물은 반만
보신탕, 도가니탕, 갈비탕과 같은 탕의‘진국’은 지방덩어리라는 사실을 아는가? 그래서 국물을 먹더라도 가능하면 절반만 먹는게 좋다. 물론 콩나물국처럼 채소로 만든 국은 국물은 다 먹어도 상관이 없다. 고기에 들어있는 지방의 90% 이상이 고스란히 국물로 우러나오는데,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고소함도 강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고깃국의 고소한 맛을 고기의 영양이라고 생각하지만 틀린 생각이다. 단백질은 고기에 그대로 남아있고 지방만 빠진 게 국물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고깃국에 있는 고기는 그야말로 단백질 덩어리인 셈이다.
그렇다고 국물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다. 음식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을 뿐 아니라‘유별난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건더기를 먹자는 것이다. 건더기를 다 건져 먹으면 어느 정도 배가 찰 것이고, 그러면 아무래도 국물을 적게 먹지 않겠는가?
먹을 땐 먹어라
다이어트 중인데 너무 배가 고프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배가 고프거나 너무 먹고 싶다면 차라리 그냥 먹는 게 낫다. 음식을 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는 둘째로 치더라도 식욕을 참다가 나중에 더 폭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엎질러진 물, 기왕 먹었다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평소 식사량보다 초과한 열량을 그 이후 2~3일에 나눠 천천히 소비하는 것이다. 100㎉의 열량을 가진 음식은 몸 안에 들어가도 100㎉ 그대로이며, 하루가 지나든 이틀이 지나든 쓰지 않으면 100㎉ 그대로이지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600㎉을 더 먹었다면 200㎉씩 3일간, 또는 300㎉씩 2일간 나눠 없애 버리면 된다. 간단하게 말해서 평소보다 2배 더 먹은 것 같다면 2배 더 움직이라는 얘기다.
사실 가끔 한 번씩 과식한다 해서 체중이 확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인체의 항상성 때문이다. 체중의 증가와 감소를 결정하는 것은 체중조절점(Set Point)의 역할이다. 그러나 폭식과 과식을 자주 하면 체중조절점이 올라가며, 일단 올라간 체중조절점을 떨어뜨리는 것은 쉽지 않다.
탄수화물 줄이고 단백질 늘려라
밥과 김칫국을 주로 먹는 A씨와 그릴에서 구운 쇠고기스테이크와 채소를 자주 먹는 B씨를 비교해보자.
A씨의 식단은 밥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많다. 김칫국에는 비타민을 비롯한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지만 단백질은 거의 없다. 반면 B씨의 식단은 단백질이 풍부하다. 굽는 동안 지방은 상당량이 빠져나갔으며, 기름에 튀기지 않았기 때문에 포화지방이 추가로 생기지도 않았다. 채소는 김칫국과 마찬가지로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A와 B씨가 500g의 똑같은 양을 먹고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고 가정할 때 누가 더 살이 찌기 쉬울까? 정답은 A씨이다.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모두 1g으로 낼 수 있는 열량은 약 4㎉ 정도로 비슷하다. 순수하게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을 500g 먹었다면 각각 2000㎉의 열량을 섭취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쓰임새는 많이 다르다. 단백질은 많은 부분이 인체의 장기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쓰이지만, 탄수화물은 거의 대부분이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요컨대 단백질을 늘리면 인체의 장기가 튼튼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탄수화물을 늘리면 소비해야 할 열량만 늘어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