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조직학적으로 간세포암·담관암·혈관육종 등 여러 가지로 구분하지만, 간세포에서 생긴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이 원발성암의 85%를 차지하기 때문에 종종 간암과 간세포암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간암은 전 세계적으로 다섯 번째로 많은 암이고, 종양 관련 사망률은 세 번째로 높다. 200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연간 56만 4,000명의 간암 환자가 새로이 발생되고 이 가운데 남성 환자가 39만 8,000명(70.6%), 여자 환자가 16만 6,000명(29.4%)을 차지한다. 간암은 전체 암 발생의 5.6%를 차지하며, 남성에서는 폐암·위암·대장암·전립선암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암이고, 여성에서는 여덟 번째로 많은 암이다. 간암은 전체 암 가운데 세번째로 많은 사망 원인이 되고, 전 세계적으로 연간 54만 9,000명이 간암 때문에 사망한다.
국민 건강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문제
간암은 발생 원인이 분명한 대표적인 악성종양(암)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 C형간염 바이러스 간염에 의한 만성간염 또는 간경변증, 알코올 과음에 의한 간경변증, 아플라톡신이 그 원인으로 되어 있다. 간암 발생과 관련된 위험인자나 발생률은 지역적인 차이가 커서 간경변증의 원인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동북아시아 및 아프리카에서의 발생 빈도와 사망률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만성간질환의 만연 지역으로 간암에 의한 사망이 40~50대 남성에서 많기 때문에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간암의 고위험군은 앞에 언급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 다행히 최근에는 이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선별검사를 통한 간암 조기진단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간암의 수술적 혹은 비수술적 치료법의 발전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나 간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책이 여전히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간암의 자연경과를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간암의 치료를 받지 않았던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였을 때 종양의 배가시간(두 배로 커지는 시간)이 연구자에 따라 27일에서 605일로서, 그 중앙값이 6개월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성장 속도를 고려하여 선별검사의 간격을 6개월로 할 것을 권고한다.
간암 환자의 생존율은 일반적으로 암의 크기, 개수, 잔존 간 기능, 치료 방법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직경 2㎝ 이하의 소간암의 5년 생존율은 약 60~80%이다. 그러나 잔존 간 기능이 불량하며 간암 부위가 전체 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생존기간은 1개월 미만으로 진단 받은 후 곧 사망한다. 과거에는 복통, 체중 감소, 황달, 복수 등의 자각증세가 생기고 난 후 병원에 내원하여 검사를 해서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치료 시기를 놓쳐 생존기간은 평균 2~4개월 정도로 매우 짧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경변증 또는 만성바이러스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등 간암의 고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복부초음파검사와 혈청태아단백을 검사하여 간암을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증가하였고 아울러 생존기간과 예후가 많이 향상되었다.
우리나라는 만성간질환의 만연 지역
간암의 진단은 고위험군 환자들에 복부초음파검사와 혈청태아단백검사를 3~6개월 간격으로 실시하여 이상소견이 보이면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CT검사)과 간동맥 촬영 등 정밀검사를 시행한다.
간암의 치료는 원칙적으로 제일 좋은 것이 암 부위의 간 절제술이다. 내과적으로는 간 동맥 색전술, 경피적 국소 에타놀주입술, 고주파열치료, 극초단파응고치료, 식초주입법, 냉동요법, 홀미움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치료, 방사선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개발되어 있으나 이런 것들은 환자 개개인에 맞도록 선택되어
야 한다. 최근에는 간암 환자에 대한 간 이식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간암의 치료에 탁월한 방법이라 하더라도 그 치료로 인해 동반된 기존 만성질환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생겨 생존기간이 더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가장 적절한 치료는 치료로 인한 합병증을 최소화하면서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암 발생의 기전은 장기간에 걸쳐 여러 단계의 암 관련 유전자들의 돌연변이를 포함한 발암 과정을 거쳐 정상 세포에서 전암성 병변으로 진행되고, 전암성 병변 내에서 침윤성 암세포로 전환된다고 알려져 있다. 간암의 발암 과정에도 간경변 세포에서 이형성결절과 같은 전암성 병변의 과정을 거쳐 악성으로 전환되어 간암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달리 다기능성 간줄기 세포가 비정상적인 분화와 증식에 의하여 간암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렇게 간암 위험인자들이 간암 발생에 관여하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간암에 대한 효과적인 진단법과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간암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 수단은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다. 특히 간암 발생률이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지역에서는 B형간염 예방접종이 간암 발생률의 감소에 효과적이며, 우리나라에서 신생아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기적인 간암 예방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물론 알코올 섭취를 조심해야 되겠고, 수혈 및 혈액제제 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선별검사도 간암 예방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아직 그 효과가 정확히 평가되지 않았지만 과음과 흡연을 삼가고 아플라톡신 노출을 줄이는 등 생활 습관의 개선도 간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