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과 치매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사용되려면 정해진 단계를 거치야 하는 데,
①정보를 받아들이는 부호화(encoding) 과정,
②부호의 저장(storing) 과정,
③필요할 때 불러오는 인출(retrieval) 과정들이 그것이다.
건망증(Amnesia)은 단기 기억 장애 혹은 뇌의 일시적 검색 능력 장애에 의하며 개선이 가능한 반면, 치매는 단기 기억뿐 아니라 저장된 기억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됨은 물론 기억의 검색 능력과 판단력 등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건망증의 증상은 전화번호·사람 이름을 잊어버리거나, 약속을 해놓고도 기억 못하거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서 찾는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건망증을 유발하는 심리적인 요인은 불안, 초조, 우울, 만성 스트레스나 한 번에 많은 작업을 하는 경우 등을 손꼽을 수 있다. 기질적 요인은 만성 피로, 약물의 작용, 알코올 섭취, 머리의 물리적 충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뇌세포 활동에 일시적인 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건망증은 기억 능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된 것 외에는 일상생활에는 별로 지장이 없다.
치매(dementia)란 사람의 뇌를 이루는 뇌 신경세포가 감소하여 뇌가 위축되면서 신경세포가 자신의 역할을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신경세포와도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아 기억 장애를 주 증상으로 하여 여러 가지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말한다.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원인 질환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동양에는 혈관성 치매의 빈도가 높아 알츠하이머형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60세 이상에서 증상이 나타나며 90대 이상은 약 30%까지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는 기억 장애에 의한 증상이 초기에 아주 서서히 나타나므로 가족이나 친지들도 언제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단어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다가 물건을 둔 곳이나 약속 등을 잊어버리는 증상으로 진전되며, 말을 할 때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얼버무리게 되고, 좀 더 지나면 방금 한 말도 잊고는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오래된 기억은 비교적 남아있고 최근 기억이 더 잘 생각나지 않는다. 타인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도 점차 저하되어 말을 하면 자꾸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좀 더 진행되면 물건 등을 살 때 아주 간단한 계산도 하기 힘들게 되며, 더 진행되면 공간감각에 이상이 생기게 되어 주차장에 주차를 잘 못시키거나, 옷을 입을때 팔을 제대로 끼지 못하게 되고, 외출하였다가 집을 찾지 못하는 현상도 흔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 시기에는 편집증적이 되고 의심도 많아져 가족이나 친지들도 의심하게 되어 자신의 것을 훔치려 한다고 의심하게 되는 망상 현상을 흔히 보이게 되며, 환청과 환각 현상도 자주 나타나게 되어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나중에는 일상생활에서 수저나 면도기의 사용 등이 서툴게 된다. 옷을 잘 입고 다니지 않고 세면과 목욕 등을 게을리 하게 되며, 점차 일상적인 거동을 하기 힘들게 되고 말기에는 사지가 굴절된 상태에서 마비된 것과 같은 상태로 되어 침대 위에서만 지내게 된다. 결국에는 음식물의 섭취도 못하게 되어 음식에 의한 질식 등이나 폐렴 증상으로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과정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진행되지 않는 건망증과는 달리 일단 신경세포의 감소가 시작되면 계속 악화하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치매 증상을 어느 정도 호전시키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혈관성 치매
고혈압, 당뇨병, 일과성 허혈 발작, 흡연, 심장 질환, 고지혈증 등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무시하며 지내는 경우 작은 혈관의 뇌경색에 의해 나타난다. 최근 CT, MRI 등의 보편화로 진단을 쉽게 할 수 있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비교하면 호전의 가능성이 있고, 특히 예방할 수 있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매가 의심되면 우선 그 증상이 치매인지, 단순한 건망증인지, 경도의 인지 기능 장애인지를 구별하여 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가능한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이 경우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정상압 뇌수종,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비타민 결핍증, 신경 매독, 만성 뇌막염, 경막하혈종, 양성 뇌종양, 약물 중동, 노년기 우울증 등은 모두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빨리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