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난감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대표적인 본능적 욕구가 세 가지 있다고 한다. 식욕, 성욕, 그리고 마지막이 배설의 욕구이다. 그런데 이 배설의 욕구는 건강할 때는 아무 문제없이 충족되니까 잘 모르지만 고장 나면 참 난감하기 그지없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의 평균 일일 소변 배설량이 약 1~1.8리터 정도 된다는데, 이게 문제가 생기면 어디 가서 말하기도 쑥스럽고, 속상하고 창피할 것이다.
소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요실금이다.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변을 지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전 세계 공통적으로 중년 여성의 가장 흔한 고민 중의 하나가 요실금이다.
대표적인 요실금의 원인은 방광 내에 고인 소변이 새지 않도록 잠금장치 기능을 하는 요도 괄약근이 열려서일 수도 있고, 소변을 저장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 방광이 제 일을 잘 하지 못하고 소변이 조금만 차도 싸 버려서일 수도 있다.
배에 힘을 주거나 기침을 하거나 뛰는 운동 등 배의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변이 자기도 모르게 찔끔 새는 것을 복압성 요실금이라고 하는데, 이 복압성 요실금은 아이를 낳은 중년 여성들에게 가장 많다.
반면, 이러한 상황과는 상관없이 언제든 소변이 자주 마렵고 마려운 걸 참기 힘들며, 소변을 보기도 전에 이미 흘러있거나 마려우면서 새는 걸 주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걸 과민성 방광이라 하고, 이럴 때 생기는 요실금을 절박성 요실금이라 한다.
과민성 방광은 남자든 여자든 다 생길 수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 불행하게도 과민성 방광과 복압성 요실금을 함께 가지고 있는 여성들도 꽤 많다.
머리가 아프면 두통약을 먹고, 혈압이 높아지면 혈압을 조절하는 약을 먹으면 된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자율 신경의 조절을 받는 방광의 문제는 어떨까? 약을 먹어서 조절되는 대표적인 방광의 문제가 절박성 요실금이다. 절박성 요실금은 과민성 방광의 특징적 증상인데, 소변이 갑자기 급하게 마렵고, 일단 나오면 많은 양의 소변이 샌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방광 근육이 불안정하게 수축을 하기 때문에 긴장된 방광 근육을 이완시키는 항콜린성 제제를 쓰게 된다. 그런데 이런 항콜린성 약제들의 작용 기전은 방광 근육을 수축시키는 신경 자극 신호를 받아들이는 무스카린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얻어진다. 문제는 이 무스카린 수용체 비슷한 아형들이 방광뿐 아니라 뇌, 눈물샘, 침샘, 위장관, 안압을 조절하는 근육 등에도 있기 때문에 불면, 기억 감퇴, 구갈, 안구 건조, 소화 불량, 두통 등의 부작용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약제를 복용한 후 환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이 입마름 증상이다. 간혹“아이고, 그 약 참 독하데요.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밥맛이 하나도 없는 것이…”하며 오는 아주머니들이 계시다. 이럴 때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자주 마시는 것보다는 침이 고이도록 신맛이 나는 무가당 사탕이나 껌을 드시는 게낫다.
의사와 꾸준히 상의해야
과민성 방광 치료약들은 최소 2~3개월 이상 꾸준하게 제 용량을 복용하여야 효과가 유지되는데, 다행히도 약효가 빨리 나타나서 2~3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면 이제 약을 그만 먹어도 되지않나 하며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끊어 버리는 분들이 계시다. 이것은 오히려 약을 먹지 않는 것만 못한 일이 되어 버린다. 충분히 조절할 만한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그 정도가 되지 않을 때 약을 끊으면 얼마 안 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민성 방광에 의한 요실금을 치료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꾸준히 상의하며 복용하여야 하고, 투약을 중단하는 시기도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투약 기간 동안 치료를 했는데도 절박성 요실금이 좋아지지 않을 때에는 천수 신경 조정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도 있고, 복압성 요실금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는 복압성 요실금을 교정하기 위해 요실금 교정 수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복압성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이 혼합되어 있는 복합성 요실금의 경우 환자가 현재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증상이 어떤 형태의 요실금인지를 잘 판단하여 수술 시기를 결정하여야 한다. 절박성 요실금이 심한 환자를 자칫 복압성 요실금으로 오해하고 요실금 교정수술을 해버리는 경우 수술 후 절박성 요실금 증상이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실금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있나요?”이다. 물론 있다. 지나치게 맵고 신 자극적인 음식, 카페인이 많은 음료, 짠 음식들은 방광을 많이 자극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또 변비가 있으면 요실금 증상도 심해지고 소변도 더 자주 보게 되므로 변비는 반드시 해결하는 게 좋다. 그럼 예방은 할 수 있을까? 규칙적인 식사와 적당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의 탄력을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방광과 요도를 받쳐 주고 있는 근육인 골반저근이라고 하는 근육들을 강화시키는 특수한 운동을 배워서 꾸준히 유지해 주면 금상첨화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