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때문에 금방 증상이 나타나는 식중독
세균 감염에 의한 식중독은 보통 1~2일가량 지나야 설사나 복통, 구토 등과 같은 전형적인 식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은 빠르면 30분 만에 구토나 복통 등이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이 세균이 독소를 내뿜기 때문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은 현미경으로 보면 둥근 모양인 세균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서로 모여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우리 몸의 피부에도 살고 있는데, 고온다습한 여름에 많이 번식하여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을 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감염된 지 10~24시간이 지나면 세균이 번식하면서 독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오래된 음식일수록 증상 발현은 빨라진다. 구역, 구토, 복통, 설사, 두통 등 전형적인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며, 이때 구토나 설사는 독소에 노출된 소화기관이 독소를 빨리 배출하기 위해, 즉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대처하는 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중독 증상이 매우 심하지 않다면 일반적으로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를 쓰지는 않는다.
동남아,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감염되면 증상 심하기도
황색포도상구균에서 나온 독소는 배출되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초기 증상만 견디면 거의 대부분 저절로 회복된다. 하지만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 우리 몸의 장까지 들어와서 번식하는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지금은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콜레라,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등이 번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며, 종종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발생하는 독성 대장균도 이런 종류의 세균이다. 이런 감염의 경우 세균이 번식해야 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 몸에 세균이 들어온 뒤 빠르면 12시간, 늦으면 닷새가량 지난 뒤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설사에 점액이나 피가 섞여 있기도 해 일반적인 양상과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콜레라의 경우 쌀뜨물 같이 확연히 구분되는 설사를 하여 이것만으로 진단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바이러스 번식과 위생에 신경 쓰는 요즘, 콜레라는 이제 동남아 등지를 여행할 때나 걸리는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여전히 수년에 한 번씩은 발생하고 있다. 2016년 여름에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콜레라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발생했다. 장티푸스나 이질 역시 과거 위생 습관이 미비할 때 나타났던 식중독 질환으로 이제 국내에서는 거의 사라져간다. 하지만 평소 국내에서 접하지 못한 질환이다 보니 해외에서 걸리면 그 증상이 무척 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름 휴가철에 (아)열대 국가를 여행한다면 손 씻기나 소독된 물 마시기 등 위생 습관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햄버거 등에서 유래된 독성 대장균 감염도 주의해야
독성 대장균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O-157이다.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인체의 대장에 서식하고 있는 대장균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O-157과 같은 독성 대장균은 이와는 다르다. O-157은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이 세균에 오염된 햄버거를 먹고 감염돼 신장 기능이 망가지거나 혈변이 보이는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일본에서도 이세균에 아이들이 집단 감염되기도 했으며, 수년 전에는 유럽에서 토양에 오염된 채소를 날것으로 먹다가 걸리기도 했다. 이런 독성 대장균은 무엇보다 세균이 음식에 들어가지 않도록 요리하기 전 손을 철저히 씻고, 채소도 잘 씻어서 먹도록 해야 한다. 또 육류는 잘 익혀서 먹어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이나 노로 바이러스 감염도 빼놓을 수 없어
올해 첫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지난 6월 중순 인천에서 발생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바닷물에 사는 비브리오 균에 오염된 생선 혹은 조개류를 먹거나 상처가 난 피부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이다. 여름철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이 세균이 빠르게 번식해 환자는 주로 한여름에 많이 발생한다. 평소 간 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감염이 잘 되는데,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등 가벼운 증상부터 고열, 쇼크 등과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여름철에 어패류를 먹을 때는 반드시 잘 익혀서 먹어야 하며, 조리 전에 칼과 도마 등 식기류를 잘 소독해야 한다.
주로 겨울철에 유행하는 노로 바이러스 감염은 봄여름에도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서 한 해 전체 식중독 원인의 약 20%가 노로 바이러스인 것으로 집계된 것을 보면 매우 흔한 식중독의 원인인 셈이다. 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이 물로 씻은 채소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되는데, 비브리오 패혈증과 마찬가지로 굴이나 조개류 등을 날것으로 먹었을 때도 감염될 수 있다. 다행히 노로 바이러스 감염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회복된다. 다만 설사나 구토가 심해 탈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수액주사로 수분을 공급해 주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예방법은 다른 식중독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물과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이며, 조리 전에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