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휘린 씨의 고민
제가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활발했습니다. 남들 앞에 나서기도 잘하고요. 친구가 제게 짓궂은 농담을 해도 잘 받아치고요.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성격이 갑자기 변했어요. 남 의식을 많이 해서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처음 보는 사람이 말을 걸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직장에서 동료들이 모여서 이야기 하던 중 제가 근처에 지나갈 때 대화가 중단되기라도 하면 자리로 돌아와서도 내 흉을 본 건 아닌지 계속 신경이 쓰여 업무에 집중이 안 됩니다. 이 소심증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전문가의 해결책
은휘린 씨의 고민은 단순한 소심증이 아닌 사회 공포증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 공포증(Social Phobia, 사회불안장애)이란 여러 가지 대인관계 상황을 두려워하여 피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자신이 실수하지 않을까 당황하지 않을까, 이것이 남에게 알려지면 어쩌나,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어쩌나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상황을 피하려 하거나, 할 수 없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매우 심각한 불안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회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대표적인 상황은 여러 사람 앞에서 연설하는 상황, 대화하기, 남들 앞에서 글씨 쓰기, 남들과 식사하기, 공중변소 사용하기 등이며 이외에도 데이트, 상사와의 대화, 잔치나 파티에 참석하는 것 등을 두려워합니다. 이때 나타나는 신체증상은 얼굴이 붉어지거나 손 또는 몸이 떨리거나 목소리가 떨리기도 하고 땀이 많이 나거나 표정이 굳어지고 시선이 어색해지는 것 등입니다. 이들은 대인관계 상황에서 자신의 시선이나 표정이 어색하고 이것이 지나쳐서 타인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굳게 믿는 나머지 죄책감으로 인한 우울에 빠지기 쉽습니다.
사회공포증은 인구의 약 2~5%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최근의 연구 중에는 13%~17%라는 보고도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불안장애입니다. 여자에게서 더 흔히 나타나며 평균적으로 15~16세에 많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정작 심한 증상은 10대부터 중장년층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0대에는 시험공포나 무대불안 등 주로 입시나 성적과 연관이 많습니다. 20~30대에는 대학입학, 사회진출을 하면서 발표시 문제를 경험합니다. 40~50대에는 직급이 오르거나 부서가 바뀌는 등의 요인으로 그동안 회피해왔던 사회적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경우입니다. 결국 사회 공포증 증상은 지금 잠시 피할 수는 있어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사회 공포증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 그리고 사회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생물학적인 원인으로는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의 과잉보호 등으로 사회기술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던 경우,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 어린 시절 주변으로부터 받은 놀림, 혹은 창피를 당한 경우 등이 큰 충격으로 남은 경우 등입니다.
사회환경적 요인 또한 사회 공포증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유교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에서의 사회 공포증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인관계를 불필요한 긴장이나 불안감 없이 편안하게 유지해 나가는 것은 삶의 질에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랍니다.
은휘린 씨의 경우 청소년시절 이후 현재의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직장생활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심리평가 이후에 치료계획을 세우고 약물치료와 그룹으로 진행되는 사회 공포증 인지행동치료 등에 참여하여 충분한 기간동안 치료와 훈련을 받기를 권유 드립니다.
닥터 You의 해결책
엄선영_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자격지심이 큰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자격지심은 부족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동호회 같은 취미생활을 하나 정해 자주 대인관계를 갖는 것을 어떨까요? 특히 혼자 할 수 없는 운동, 예를 들어 배드민턴, 테니스 같은 동호회에 들어 운동도 하고 경기를 통해 친해지다 보면 자연적으로 자신감도 생기고 소심한 성격도 보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정화_강원 양양군 남문리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은 다른 사람들도 다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본인도 다른 사람들처럼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하시고 열심히 사세요. 그리고 남들이 내 얘기하는 것 별로 중요한 것 아닙니다. 아무렇지 않게 대하신다면 남의 말 하는 사람 스스로가 분명 초라하게 느껴질 겁니다.
* 〈닥터 You〉다음 호부터는 명의가 들려주는 암의 종류별 예방과 치료법을 연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