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주변에는 약물 남용이나 흡연, 알콜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금은 전반적인 사회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총체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이제 시작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더 썰렁해진다. 물론 일부에서는 벌써 IMF를 잊어버리고 과소비와 향락에 다시 빠져드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IMF 충격 때문에 우울하고 침체되어 알콜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또 IMF와 관계 없이 향락과 과소비, 알콜을 찾는 사람들 역시 늘고 있다. 정리해고된 직장인이 낮에 소주 1〜2병을 가지고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포장마차가 성업중이며, 많은 가출 청소년들이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본래 사회적 안정도와 과음과는 연관성이 매우 높다.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알콜 소비량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알콜 소비량은 소련 · 오스트리아 · 폴란드 · 동독 · 헝가리 · 체코 · 한국 등에서 높고, 1981년에 세계 1위를 기록한 한국은 최근까지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다. 몇년 전조사에서는 알콜 남용과 알콜 의존을 합한 알콜리즘이 한국인 성인의 약 22%로 보고되었다.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농경문화의 영향으로 음주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가 관대하고 수용적이며. 알콜리즘을 병으로 보지 않는 오랜 문화적 전통의 영향으로서 구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알콜리즘의 평생 유병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을 우리는 간편하게 알콜중독증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사람들은 별로 심각 하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재까지도 음주운전이 끊이지 않고, 이를 무용담으로 자랑하는 국민도 많은 실정이다. 더욱이 서양에서는 남녀비가 3대 1인데 비하여 한국의 경우는 남자가 월등히 많은 탓에 20 대 1로서, 성인 남자만을 이야기할 경우 40% 이상이 알콜 남용이거나 알콜 의존에 해당된다. 매년 차량사고 중 2,500명이 음주 사고이며, 15,000명이 음주로 인한 자살이나 타살을 보이며, 2만명이 알콜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1998년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50대 환자의 증례
절대로 아버지처럼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어린 시절과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냈다. 20세인 성인이 되어 취직한 후 직장에서도 그 결심이 잘 지켜졌다. 술 마시고 주사 부리던 아버지, 행패 · 난동 · 야단 · 손찌검 · 억지부리던 아버지 모습, 뒤엎어버린 술 상을 다시 마련하며 옆에서 쩔쩔매던 어머니, 돌아서서 한숨짓다 화병에 앓아 눕던 어머니, 그리고 형과 동생의 불안에 떨던 모습 들을 잊을 수 없어 술은 전혀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러나 결혼도 하고 직장의 말단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약간의 사교적인 음주가 시작되었고, 3〜4차례의 어려운 고비마다 주량이 늘어갔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상급자가 되었고 힘있는 가장이 되었다. 결국 매일 술 마시는 아버지가 되어 주사도 심해져, 그 아버지의 그 아들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제는 알콜중독이 되어 직장에서도 문제가 되었고, 이 IMF 시대에 정리해고의 대상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절망은 없다. ‘위기는 기회이다.' 어렸을 때 응어리진 것이 자신을 알콜중독으로 만들었지만, 정신과에서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새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알콜중독의 동기는 무엇일까
첫번째, 유아기에 형성된 강한 ‘DE期적 욕망의 고착’으로 습관적인 음주가 된다. 생 후 18개월까지가 구강기인데, 구강기적 욕망으로 고착되면 지나치게 먹고,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말이 많고、불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제일 중요한 시기인 1, 2살 때에 그저 무관심했거나 일관성 없게 양육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어머니의 과잉보호 때문에 독립심이 길러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유아기 부터 제대로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의 싹을 키우게 된다. 때문에 18개월에서 36개월 사이에 형성되는 C門期적 특성인 질서라든지 법 · 규율 · 양심들을 제대로 지킬 수가 없게 된다. 그 결과, 사회규범을 받아들일 수 없는 불신과 온통 무질서뿐인 삶에 지쳐 자그마한 좌절만 있어도 쉽게 술에 의존하여 그저 술만 마시게 된다.
두번째 동기는 ‘자기 파괴 욕구’ 때문이다. 부모에 대한 적대감이 있으면서 부모가 떠나 가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이 동시에 갈등 상 태를 이룸으로써 자기 파괴적인 욕구가 나오는데, 이는 피해 습관성 음주가 된다. 애정을 갈구하는 마음으로 음주에 탐닉하게 되며. 이 또한 욕구 좌절을 가져옴으로써 악순환이 되 기도 한다. 그래서 알콜남용이나 알콜중독은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자살 시도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세번째는 정신 건강의 차원에서 흔히 말해 지는 ‘미워하면서 닮는다,라는 과정이다. 알콜중독의 아버지에 대해, 특히 말로는 비난하고 반대하지만 자신이 하는 행동이 닮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무의식적인 과정으로 알콜리즘이 된다. 술 마시던 아버지의 나쁜 점, 악한면, 비양심적인 면에 대들고 적대시 하고 비판하지만, 자신이 부모의 위치가 될 때는 바로 그 점을 닮아 아버지가 누리던 특권 아닌 특권을 누리며 과음하고 술주정하게 되는 것을 敵對的 동일시’라고 부른다. 사실 인간은 그 아버지를 닮는 법이다. 올바르고 건전한 것도 그렇지만 비난하고 적대적이었던 바로 그 점까지도 닮는 법이다. 특히 아버지를 무조건 비난하고 욕을 할 뿐. 인생의 올 바른 길이 무엇인지, 왜 알콜리즘이 되어 어머니와 자녀들을 괴롭히는지조차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알콜리즘을 싫어할수록 대개는 더 지독하게 닮게 마련이다. 아버지보다 더 심한 알콜리즘이 되기 쉽다.
엄청난 자기 개혁이 있지 않는 한, 인격의 성숙이 없는 한, 아버지가 알콜중독이 되면서 누렸던 특권이었던 고함치고 부수고 집안에서 군림하고 남을 시키고 하는 특권들은 아들에게 잘 전달되는 법이다. ‘미워하면서 닮는다.’ 안방의 아버지와 건넌방의 아들이 함께 사는 이 집안 구조를 ‘적과의 동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들은 아버지의 특권 아닌 특권을 꿈꾸는 자가 되어버렸다.
적대적 동일시(Hostile identification) 메커니즘은 분명 병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환자 들을 치료의 장으로 끌어들여야만 한다. 이럴 때 가족 구성원 전체의 구조 조정 및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