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의 박계장은 요즘 들어 일이 손에 안잡히고 집중력도 저하되며, 일의 능률도 떨어져 쉬 피로하고 예민해져 쉽게 짜증을 낸다. 사람 만나기도 싫고 왠지 모를 분노가 끓어 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직장에 정리해고의 분위기가 엄습했기 때문이다. 금융계 회사에입사한 지 7년. 정말 열심히 회사를 위하여 밤낮으로 뛰었고, 회사의 발전이 나의 발전인 양 봉사해 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내 회사가 이 지경이 되었나', ‘우리 회사랑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 끝없는 질문에 잠을 못이루게 되었다.
한편, 같이 입사했던 김계장은 승진이 확실해 보이고, 경영주와도 잘 아는 사이라서 별 걱정 없이 자신만만했다. 처음에는 박계장도 축하하였지만 왠지 분노가 끓고. ‘나는 배경도 없고 뭐가 이리 못났지’ 하며 비관했다. 이제 회사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거리니 이런 생각조차 혼란이 와서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게끔 되었다고 했다.
박계장은 한 실직자의 자살에 관한 신문 기사에 눈을 떼지 못하고 글썽이고 있다. 박 계장처럼 금융계에 종사하는 30만명 중에 5만 내지 10만명이 정리해고 될 운명이라고 하니. IMF 한파 쇼크임에 틀림없다.
확산되는 IMF 한파 증후군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 불안해지고 두통을 보이며, 분노감에 잠을 못이루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위축되고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면, 이는 IMF 한파 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996년말부터 명퇴 · 황퇴 · 조퇴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였다. 1997년초부터는 한보 · 진로 · 대농 · 기아 등으로 이어지는 부도사태로 금융 불안이 가중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별 바람 없이 별다른 조치 없이 1년이 지났고, 지난 연말에도 심각한 위기가 노출되었으나 뭔가 해결된 듯한 분위기 속에 올해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적어도 3〜4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그 심각성을 알았을 터인데, 무언가 중요한 인식이 늦어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지금은 위기를 다 보낸 것 처럼 착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마치 공포의 날이 오기 전의 전야와 같은 고요에 비유할 수 있겠다. 금년 3월 현재 발등에 떨어진 불로 많으면 130만명의 실업자를 만드는 정리해고의 심각한 시대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 월급이 줄고 보너스가 줄어드는 경우의 숫자를 더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새로운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소위 IMF 한파 스트레스라고 부를 수 있겠다.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그럼 스트레스의 정의는 무엇인가. 스트레스란 ‘삶의 변화 때문에 흔들린 정신적 · 생리적 불안정이 있을 때, 이를 본래의 평안한 상태로 되돌려 보내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과 이에 동반되는 신체의 비특이적인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요일에 눈썰매장에서 가족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일도 다음날 월요병으로 이어진다면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이는 그래도 즐거운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IMF 한파 스트레스는 엄청난 국가적 · 경제적 · 구조적 위기로 인하여 앞으로 몇년내에 그 여파가 그칠 수 없는 기나긴 스트레스인 것이다.
IMF 한파가 닥치자 모두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느라 허겁지겁이다. 그러나 긴 안목이 필요하다. 사회와 경제구조 전체를 보고 앞날을 내다보는 비전이 필요하다. 잔재주, 잔꾀를 부리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장기적인 대책을 차분하게 세우는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구된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 근원을 잘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대응 전략을 제대로 짜야 한다.
IMF 스트레스의 치유 전략
이번 IMF 시대는 10〜20년 전부터, 아니 40〜50년 전으로 돌아가 잘못 낀 단추를 찾아내야 하며, 그 후 도처에 깔린 거품을 씻어 내야만 한다. 정리해고를 감행하여 회사가 정리되어 일단 살아 남아도 그렇고. 정리해고 된 장본인이 새 사업을 할지라도 반드시 이 분석은 필요하다.
산업공학 전문가인이면 우 교수는 'IMF는 외세 침략이 있어야만 겨우 단결하는 우리 민족에게 역사가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IMF를 비판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IMF는 우리의 중병 사실을 통고해 준 의사라고 강조하였다. 필자도 같은 의견이다. IMF가 분노의 대상이 아니라, IMF를 몰고온 40〜50년 역사 속의 정치 · 경제인들,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그 무엇이 분노의 대상인 것이다.
증상에 연연하며 중병의 근원을 무시하는 데에 화가 치미는 것이다. 그 무엇의 실체는 가려져 있다. 그 동안 눈이 멀었고 귀가 멀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마도 정치인들이 나 매스컴의 사명감 있는 인사들이 솔선하여 밝혀 주리라 믿는다.
IMF 스트레스의 치유 전략의 첫번째는 이 스트레스의 원인 규명이다. 원인 규명은 제대로 된 목적 의식하에 시도되어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당장의 쇼 기질로 지나간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정도의 의도라면 위험하다. 그 거품을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고, 자칫하면 쉽게 자포자기하게 될 뿐이다. 이러한 원칙은 정신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불안이나 우울 증상만을 회복시키려 한다면 임시 조치일 뿐. 환자의 삶의 근본 문제점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된다. 지나간 근본 문제를 파헤치고 치료하여야만 성숙되며, 앞으로의 인생을 건강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둘째로는 개인적으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위기는 주어진 기회라는 생각을 하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그래야 영혼이 성숙되고 정의가 실현된다. 분노와 좌절을 극복하고 이번 기회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야 한다는 긍정적인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며 그 실천이 중요하다.
셋째, 개인적으로 IMF 스트레스를 극복해 나갈 전략을 짜고 실천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치가나 매스컴 관련자들의 사명감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이 경제구조적 위기라는 중증을 제대로 치유해 나갈 그러한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등을 제대로 선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