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무슨 뜻이 있겠는가? '라고 흔히 말한다. ‘과학시대에 꿈을 믿는다는 것은 미신이다.' 또는 '꿈을 분석한다는 것은 마치 소설을 쓰는 것 같군요.' 하는 사람도 있고 ‘꿈보다는 해몽이 좋다’는 속담도 있다.
반대인 경우도 많다. ‘내 꿈은 언제나 맞는다.‘ 아침에 좋지 않은 꿈을 꾸고 나면 그날 바로 그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고 맹신하는 사람도 있다. ‘돼지 꿈을 꾸고 복권을 사니 1등에 당첨되었다.’ ‘예언도 가능하고 아들 딸을 구별하는 태몽도 가능했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정신과 의사에게 꿈 이야기를 하면 내 마음 속을 꿰뚫어 볼 것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다.
동네 여자들끼리 만나 꿈을 이야기하면 흔히 해몽서에 따라 일괄적으로 그 내용의 꿈은 무엇이다라고 맞추려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사고 수준에 걸맞는 단답식의 해몽법이다. 퀴즈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꿈에 등장하는 중요 소재들에 따라 몇 천 가지의 일정한 해몽 답안지가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던 내용들이며 몇 백년 동안의 꿈에 대한 경험들이 축적되어온 결과이기 때문에 할머니로부터 10대까지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꿈 속에서 먹을 것을 먹으면 병(감기)에 걸린다는 뜻으로 해몽한다. 돌아가신 분이 나타나서 같이 가자고 해서 뿌리쳤다는 꿈에서는 그때 따라 갔으면 죽는다는데 다행이라고 한다. 쉽게 수긍이 간다. 그러나 문제점은 개인의 상황이나 삶이 무시되고 너무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적용이라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정신분석이나 분석심리학 입장에서, 정신치료 과정 중에 흔히 하게 되는 꿈의 분석은 어떠한가. 이 과정은 환자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건강한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우선 꿈 해석은 개인적 상황을 충분히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프로이트도 만인 공통의 의미가 있다고 했고, 융도 집단무의식의 해석을 통해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하는 공통점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우선 개인적인 의미 과정을 검토하고 해석한 후의 일이다. 다음 꿈 내용의 일부를 통해 의미를 찾아보겠다.
꿈은 받아들일 수 없는 억압된 충동을 표현한다
꿈1: “어떤 친구가 와서 악수를 청한다. 뿌리치고 지나갔다. 계단을 내려가니 방이 있었다. 그곳에서 이00라는 배우를 만났다. 나를 유혹한다. 나는 그 남자랑 열심히 성관계를 하며 열애 하는데 갑자기 남편이 쳐다본다.”
마음 속에서 용납할 수 없는 충동, 흔히 공격성이나 성 충동 같은 무의식 세계 안에 억압되어 있는 갈등이 꿈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00라는 멋진 배우와 성관계를 맺고 싶은 소망이라고 해석한다면 너무 표면적이고 직선적이다. 꿈은 본능 그대로 있는 모습보다는 변장하고 모양을 조금 바꾸어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부부 사이의 갈등의 상징적 표현일 경우가 많고 분석가에 대한 轉移감정일 수 있다.
창조적인 에너지 발견이 목적이다
꿈2: “많은 청중 앞에서 차분히 정렬적으로 감동을 주는 연설을 하는 자신을 보았다.”
평상시에 대중 앞에서 항상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의 꿈이다. 자신의 ‘창조적인 에너지’가 꿈에 나타날 수도 있다. 이 환자는 스스로 꿈에 대해 연상하기를 ‘나의 내면에 잘해낼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라고 생각하였고, 다음 주에 떨리지 않고 연설을 할 힘과 믿음을 얻게 되었다.
만일 ‘나약한 사람’이 ‘소원 성취적인 소망의 표현’이라고 해석하며 푸념할 경우는 힘을 얻지 못할 것이다. 물론 나약함에 비중을 두고 꿈으로부터 푸념을 배워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소망의 표현이니만큼 이 환자가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하여 노력하면 좋은 연설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해도 된다. 그러나 자신의 무의식 안에 무한한 창조적인 힘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어 이를 찾아 믿는 것이 중요함을 ‘꿈을 통해서 발견하라’는 메시지로 이해하면 더 유용할 것이다.
의식 상황을 보충한다
꿈은 현재의 의식 상황으로 말미암아 무의식에 배열된 것이며, 의식의 상황을 보충하여 주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의식의 무엇을 보충하고자 하는지 알려면 꿈꾼 사람의 ‘의식의 상황'을 알 필요가 있다. 이런 뜻에서 꿈과 객관적인 현실과의 관계를 아는 것이 꿈의 이해에서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 다음에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세계 자체에 대한 상징을 찾는 것이 좋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두 단계 분석작업에 협조하기를 두려워하고 피하면서 ‘그냥 맞쳐봐요’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꿈3: “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많이 먹는 상황 속에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 도중에.”
IMF 시대를 맞아 갑자기 식사도 풍족하게 하지 못하게 되고 영양 결핍이 될 정도라면 꿈에서 배불리 먹는 장면이 나올 수 있겠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는 한국의 속설도 비슷한 전제를 가진다. 그러니 감기(병)에 걸리기 일보 직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쩌면 건강의 이상 신호를 무의식이 먼저 발견하고 꿈으로 나타냈는지 모르겠다. 소홀히 해왔던 신체적인 건강을 재검할 필요성을 가질 수 있다. 의식에 대한 보상 기능으로 볼 수 있다.
좀더 넓게 생각하면 배가 몹시 고픈 것을 생각 하면서 무엇인가 부족한 자아, 결핍되어 있는 자신을 떠올릴 수 있다. 이때 꿈꾼 사람이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연상을 하게 된다면, ‘아, 지금의 나, 최근의 나, 부족한 거라면… 음, 운동이 부족 하고 여유가 없어. 그래, 나는 지금 일에 너무 빠져있어. 일벌레야.’ 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다시금 쳐다보는 계기가 되어 부족한 잠과 여유를 찾아 보완할 것이다. 꿈을 통한 깨달음이라고 볼 수 있다.
중년의 주부가 더 깊이 생각한다면 내가 배가 고프다니 무슨 뜻일까? 남들은 모두 내 처지를 부러워 할 정도인데, 부족한 게 뭘까? 자녀들 입시에 헌신하고, 수능 결과도 386점 최고의 상위권이잖아. 남편 뒷바라지에 시부모에게 잘해드리는데 영양 결핍이라니… 음, 내가 빠졌군. 나 자신의 삶을 잊었어. 아니 처음부터 나라는 존재는 없었어. 나는 무엇인가. 내가 이룬 것이 무엇인가? 참고만 살아왔는데, 아니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하며 잃어버린 자기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개인적인 처지를 연상시켜 가면서, 참된 자기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좋다. 꿈꾸는 바로 이 시간에, 그 동안 소홀히 해왔던 깨달음을 주려고 무의식에서 작동을 하여 꿈에 메시지를 올려 보낸 것이다. 자신을 재발견하도록 하게끔 마음이 주는 구원의 신호인 것이다. 그렇지만 물질문명 속의 기계 부품이나 로봇 같은 삶에서는 흔히 이 신호는 무시되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