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커피향 속에 대화를 하고 있노라면 행복의 순간일 수 있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마시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하더라도, 아니면 혼자 신문을 보면서 한국 정치나 경제의 원천적인 원죄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 할 때도 그렇고, 커피숍에서 누구를 기다리면서 한국에는 커피 나무 하나 없다는데 전부 수입이구나 하면서 걱정을 할지라도 그렇고, 하여튼 그런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작은 행복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십여년 전에 설악산 여행길에 어느 산장에서 마신 커피 내음을 기억하고 있다. 지난 여름 피서길에 다시금 그곳을 찾았을 때에도, 꼭 한번 들르고 싶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내린 비로 그 산장을 뒤로 하고 하산을 독촉한 적이 있다. 시간적 여유 없이 쫓기는 상황이었다고 할까.
‘나는 콜라 한잔 ’
여고 동창생 친구끼리 오랜만에 만나 찻집에서 늘 하듯이 커피 하나, 나도, 나도 할 때, ‘나 안돼, 난 콜라’ 하면서 부끄러워 하는 김00 부인 이야기. 그녀는 지난 3월 결혼을 한 신혼의 부인이었다. 이제사 임신의 기쁨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임신중이나 授乳중에는 커피가 안 좋다는 것을 어깨 너머 배운 것 같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자기가 마시려는 커다란 콜라 한 병 속에도 그와 비슷한 만큼의 카페인이 있는 줄 모르는 무지를 자랑했던 것이다. 물론 카페인이 기형아와 직접 관련있는가에는 찬반의 논란이 아직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우선 커피 · 콜라 · 홍차나 초콜릿도 모두 거부해야함이 원칙임을 알아야 하겠다. 문제는 늘상 마시던 커피가 아니고 여기저기 속해 있는 카페인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 ㅂ군은 부모 따라 한 잔의 커피를 마시려 하자 ‘너는 어려서 안된다, ‘인이 박힌다’ ‘중독된다’ ‘잠을 못잔다’ 하며 절대로 안된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를 이해못한다. 대신 너는 ‘국산 콜라를 마시면 되잖아’ ‘너는 간식으로 초콜릿도 많이 먹던데’ 하시면서 다른 음료나 간식을 자유로이 허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지한 아버지의 강제적인 금지 조치일 뿐이다. ‘어른이 마시는 커피는 절대 흉내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가 들어있을 뿐이다. 어르신 시각에 잘 따르는 이런 자녀들을 귀엽다고 부른다. 요즘 ‘사오정’ 이 말하는 뜻대로 ‘귀 없는 아이’인 것이다. 결국 남의 말을 듣지 않게 되는 것을 부자간에 알게모르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일 뿐이다. 커피 사오잔을 마시는 어머니도 사오정이 기는 마찬가지다. 커피는 안돼 하며 대신에 코코아나 홍차를 자녀에게 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생활 타성이나 사주나 신비주의는 잘 따라도 과학적 접근은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사실 가정교육의 허구를 본다.
카페인은 어디에 얼마나 존재하는가
커피 한 잔(보통 150cc 정도)에 70mg 내지 150mg 정도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원두커피는 100〜 150mg으로 많고 인스탄트는 조금 낮아서 75 내지 100mg 정도이다. 평균적으로, 홍차나 콜라 한 잔을 50mg으로 알고 있으면 좋고 코코아는 25 내지 50mg으로, 초콜릿 한판이 25mg이라고 알고 있으면 좋다(표1 참조).
[표1] 여러 기호식품이나 약물에 함유된 카페인 양
카페인의 기능과 역기능
효과가 최고조로 나타나는데 30분 내지 1시간이 걸린다. 절반이 배설되어 없어지는데 3시간 내지 10시간이므로 저녁에 마시면 잠들기가 어렵다. 아데노신 수용체의 활동도를 증진시킨다. 졸음이 없어지고, 각성과 집중력이 항진된다. 아울러 두뇌혈관의 수축을 가져오며 뇌혈류 흐름도 감소된다. 그래서 편두통 치료에 효과가 있다. 계속 마시면 두 세 잔으로 별 효과없어 4〜5잔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신체적 내성이라고 한다.
카페인이 불안 장애나 공황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이나 수면 장애를 유발시키며, 정신분열병 환자에게는 정신 증상을 악화시키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여러 잔의 카페인 함유 음료를 마시는 것은 자제하여야 한다.
카페인 중독 상태
만일 9살 된 초등학교 3학년 ㅅ양이 매일 캔디와 초콜릿 몇개 그리고 2병의 콜라(4잔), 한 잔의 코코아를 마시다가 어느날 왠지 흥분되고 신경질적이고 초조한 모습을 보인다면 틀림없이 카페인 중독을 고려해야 한다.
카페인 중독은 매일 250mg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여야 한다. 대개 커피 2〜3잔으로 환산된다. 개인 차이는 존재한다. 그리고 카페인을 섭취하는 동안에 다음 12개 증상 중 5개 이상의 증상을 보이면서 불편해 하고 사회적 직업적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카페인 중독이다.
① 안절부절 ② 신경질적 ③ 흥분 ④ 불면증 ⑤ 홍조(얼굴 붉어짐) ⑥ 이뇨 작용 ⑦ 위장계 장애
⑧ 근육 경련 ⑨ 산만한 생각이나 두서없는 말 ⑩ 빈맥이나 부정맥 ⑪ 지칠줄 모름 ⑫ 정신운동성 초조
카페인 금단 증상
49세 회사원인 ㅈ씨는 일요일 휴식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심해지는 두통을 어찌할 수 없었다. 1주 간의 피곤이 쌓였는지 피곤하고 졸음이 오고 식사 한 것은 울렁거리고 성격이 예민해지며 불안정해졌다. 지난주 일요일도 심했는데 주중에 근무할 때는 잘 모르고 지나갔다.
이 사람을 자세히 검진해 보니 일벌레라기보다는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추정되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업무상 7〜8잔의 진한 커피를 마셔 왔는데 일요일은 집에서 쉬느라고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아스피린계 약물 2정으로 효과를 본다면 이것 역시 64mg의 카페인이 공급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카페인을 계속해서 마시던 중 갑자기 끊으면 금단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만성적으로 습관된 사람의 50% 내지 75%가 카페인 금단 증상을 보이는데 제일 흔한 증상으로는 두통과 피곤이 있다. 졸움과 불안이나 우울 · 구역질 · 구토 · 근육통 · 뻣뻣함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금단시에는 반동으로 뇌혈류 흐름의 급작스런 증가를 보이게 된다. 두통이나 구토와 관련지을 수 있다. 이 사람은 우선 일요일에도 커피를 마셔야겠지만 업무중에 커피 양을 대폭 줄여서 1〜2잔으로 가볍게 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