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경우, 40대의 성인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세계 1〜2위로 매우 높다. 최근에는 30 대까지 그 발병이 빨라지는 경향조차 있다. 성인병 중에 스트레스와 관련이 매우 높은 관상동맥 질환과 돌연사에 대한 뉴스가 충격적이다. 흔히 말하는 과로사가 바로 그것이다. 업무에 시달리다가 직장 안에서 일하던 중에 그만 사망했다는 뉴스에 놀라게 마련이다. 내가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내 남편이 갑자기 그렇게 된다면… 끔찍한 일이다. 어 떤 경우는 산업재해로 인정하기도 하고 순직으로 대우받기도 한다. 이 질병은 과중한 스트레스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들이 합쳐질 때에 발병하는 데, 정신과에서 다루어야 할 정신신체장애 중의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소위 말하는 신경성 질환에 속하는 성인병이다. 이러한 이해만이 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다.
관상동맥 질환이란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같은 질환을 일컫는다. 특히 협심증은 돌발적인 감정장애와 관련이 높다. 돌연사란 상실감이나 좌절 · 실망 · 우울이 있은 후 얼마간의 정서적인 취약성이 증가되어 있던 차에, 심리적으로 분노를 터뜨리는 스트레스 사건이 또 있게 될 때에 일어난다. 특히 기왕력에 동맥경화증이나 관상동맥 질환이 있었을 경우 발생률이 높고, 심장 혈관 수축, 혈소판 응집 등을 야기하게 되어 관상동맥 질환과 부정맥을 순식간에 거쳐 몇 분만에 急死를 일으키게 된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모든 과정에서 미리 건강 검진을 하지 않았던 경우에는 오직 스트레스 사건만 나타나 보인다는 점이다. 건강을 해치는 식사 버릇이나 흡연, 휴식, 성격, 친구관계 등 소홀히 취급하였던 점들은 망각되고, 오직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이나 배우자의 죽음 같은 외적인 사건만 눈에 띄게 된다.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들을 하나씩 검토하여 이 질병을 예방하여야 하겠다.
김부장은 매우 큰 야망과 강렬한 욕구를 가졌다. 매사에 경쟁심을 보였다.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장애물에 도전하는 완벽주의자이다. 직장에 결근한다든지 약속시간에 늦는 법이 없다. 과다한 경쟁 의욕과 모든 일에서 우월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활 전반에 나타난다. 시간에 쫓기고 언제나 마감시간을 느끼면서 그 생활 리듬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일을 지연시키는 상황이면 사람에게 적개심을 나타내고 다른 경쟁자에게도 적개심을 가진다. 생산적이지 못한 곳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꺼려 하며, 게임이나 운동에서조차 경쟁이 심하고 지게 되면 즐겁지 않다. 남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지 못한다. 그러던 중 최근 일에 시달리다가 가슴에 통증을 심하게 느껴 협심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몸져 누웠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이른바 ‘A형 행동 양상,으로서.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등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확률이 2〜3배 이상 높다. 이것은 ‘나는 혈액형이 0형이라서 괜찮아’ 또는 ‘나는 혈액 형이 A형이라서 걱정인데’ 하는 것과는 다르다. 혈액형으로 흔히 말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라는 점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A형 행동양상의 특징들은 표1과 같다.
이런 A형 행동양식의 유형은 경쟁적 스트레스나 시달림이나 괴롭힘의 상황에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으로 발병하기 쉽다. 특히 적개심은 제일 큰 영향력이 있다. 그 발병 과정은 다음과 같다.
‘A형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 부딪히면 강한 분노와 자극 과민성을 보이면서 혈압 상승과 맥박의 상승, 혈류 증가, 혈관 저항 증가, 코티졸 호르몬 증가 등을 일으킨다. 이 현상을 심혈관 반응도라고 부르는데, 상승의 폭이 매우 크다는 점이 환자들의 특징이다. 그 결과, 관상동맥 질환을 보이게 된다. · 심혈관 반응도’는 타고난 체질적 영향과 만성적인 스트레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를 도표화하면 그림1과 같다. 필자가 지난 6월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질병 모델이다.
한편, 관상동맥 질환을 앓았거나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과중한 스트레스를 맞아 심장마비로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하며. 특히 적개심의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 아울러 휴가의 활용과 근육 이완 훈련, 정서 이완 훈련 등 스트레스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적합한 휴식과 예술, 운동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때에도 경쟁 심리를 배제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관상동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A형 행동 양상을 과감히 고쳐 나가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길 외에도 많은 대응책이 있다. 먼저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 인자들을 하나씩 대처하여 나가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우울증 환자인 경우 치료하지 않았을 때, 이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
둘째, 콜레스테롤 증가, 흡연, 염분 섭취 증가 같은 건강을 해치는 행동이나 식사 습관들도 위험도를 높인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A형 행동 양상의 유무에 상관없이 위험도를 높인다. 적개심이 높은 사람은 염분 섭취도 높아 서로 상승적으로 병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셋째, 사회적 지지도가 낮을 때 발병된다. 사회적 지지도(social support) 란 가족 · 친지 · 친구 또는 전문가들과 폭넓은 교제 관계를 가지고 도움을 주고 받는 정도를 말한다. 마음으로 만나는 친구가 없다는 뜻이다. 도움 면에서, 경제적 수준이 낮은 경우도 발병률이 높다.
넷째, 중개인자로서 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 혈소판 응집 상태이다. 이런 상태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상동맥 질환을 유발시킨다. 사전에 건강 평가와 함께 늘 유의하여야 하고 치료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치료 면에서는 사회적 지지망(social network)의 구축이 필요하다. 흔히 병원에 가기까지의 시간 지연이 문제가 된다. 3분 이상 통증이 계속될 때에는 응급으로 병원에 가서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미국에서도 평균 3시간 내지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4시간 이내에 80%까지 사망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치료계획은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의 가족들, 친지들 사이에 지지망 구축과 교육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아울러 응급실 연계, 가족 연락. 통신, 교통 문제 등 행정적인 뒷받침도 요망되는 사항이다.
[표1] A형 행동양상의 특징
[그림1] A형 행동양상이 관상동맥 질환의 발생에 이르는 질병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