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성년의 날」에는 한국의 프로골퍼 박세리가 한 대회에서 우승한 뉴스가 계속 울려 퍼졌다. 창공에 높이 공을 올리던 장면이나 마지막 공을 넣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어려운 시기에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고 국민에게 힘을 주는 신바람나는 일이었다. 한국인으로서의 여자는 끈기와 인내 그리고 국위 선양에도 앞서는 것같다.
그렇게 빛을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쉽게 피로하며 암울한 기분 속에 별다른 즐거움이 없이 흥미를 잃고 고통받는 사람도 너무 많다. 그들은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한 채 그저 한국인의 맺 힌 한으로 쌓여진 화. 이를테면 화병으로 말이다. 남자의 경우, 우울증을 앓는 빈도는 2% 내지 3% 인데 반하여, 여자의 경우는 5% 내지 9%가 우울 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여자가 평생에 우울증에 걸릴 빈도는 20%를 넘어선다. 고3병으로서의 우울증, 임신이나 출산 후의 산후 우울증 및 시어머니 와의 갈등, 남편의 외도, 자녀의 탈선 또는 곗돈의 뜯김 등으로 얼룩져서 중년기 우울증(이를테면 주부 우울증, 화병, 갱년기 우울증, 빈 새 둥우리 증 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등 인생의 몇몇 전환점 이나 어려운 시기마다 각기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여러 시기에 우울증이 존재한다.
여자인 경우 우울증이 많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월경을 비롯하여 호르몬 분비에 차이가 나며, 임신 · 출산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남녀의 서로 다른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를 비롯하여 외디프스 시절, 즉, 3살부터 6살 전후까지의 행동 양식. 대응전략의 습득과정 차이, 절망감의 처리 행동의 차이 등이 남자와 달리 여자에게 우울증이 많은 이유가 된다.
방치하지 말고 전문 치료 받아야
여성에게 빈도가 높은 것이 문제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우울증의 경우 크게 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점점 무기력해지는데 문제가 있다. 주변의 친지나 가족 들마저 흥미를 상실하고 피로감이 증대해 가는 환자를 보고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며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다. 심지어 환자가 정신과의 치료를 결심하고 내원하여 치료할 동기를 가질지라도, 원시적인 방법이나 전통 방식을 권하며 병원이나 의원의 정신과적인 치료를 방해까지 하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여자들이 흔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정신의학을 접하기보다는 ‘모든 정신과 약물은 중독되더라’ 하는 등의 잘못된 풍문으로 멀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울증의 증상과 진단에 대해 살펴보겠다.
우울증의 경우 전형적 증상인 ①우울한 기분, ②흥미 상실이나 즐거움 상실, ③피로감의 증대 및 활동 저하의 세 가지 중에 2가지를 가지면서, 다음 증상 중에서 ④집중력과 주의력 감소, ⑤자존심과 자신감의 감소, ⑥죄의식과 쓸모없다는 느낌, ⑦ 미래를 황량하고 비관적으로 바라봄. ⑧자해나 자살행위 혹은 자살 생각, ⑨수면장애 · 불면증. ⑩ 식욕 감퇴 등에서 2〜3개의 증상이 있을 때 경도 또는 중등도의 우울증이 된다. 쉽게 말하면 10개 중에서 4개 내지 5개 정도의 증상을 보일 경우 경도 혹은 중등도의 우울증을 생각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2개월 이상의 증상을 보이며 일상생활이나 일에 지장을 주게 되면 진단을 붙이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 모두 약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정신치료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야 할 순 간이며, 반드시 제대로 된 선택으로 환자가 고통을 덜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우울 증상이 심해지고 많아져 7개 이상의 증상을 나타내면 심한 우울증이 된다. 이때는 반드시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며 일부는 입원을 필요로 한다. 많은 경우 자살 기도를 실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도 정신치료나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 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우울증의 경우 다루어야 할 심리적인 것으로 상실감 · 죄책감 · 의존성 · 열등감 · 높은 이상 · 공격성 · 적대감 · 무희망감 · 만성적인 스트레스 · 부정적인 인지 혹은 성공 후의 우울까지 다양한 핵심 문제점들이 있다. 그 환자에게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인자들을 잘 다루어 나가면 우울증에서 벗어남은 물론 이 기회에 인생의 참뜻까지 살펴볼 수 있고、 인격의 성숙을 가져오고, 나아가서는 자아 실현과 함께 영혼이나 실존에 접할 수 있게 된다.
스트레스 관리와 자아 실현에 힘써야
9살난 딸 현주와 6살난 아들을 두고 있으며 교육열 때문에 아이에 대한 눈길이 한 시도 떨어질 수 없이 보내는 35세 된 가정주부인 현주 엄마는 초등학생이지만 사교육비 문제로 벌써부터 걱정이다. 불경기 여파로 9개월 전에 부도를 맞은 남편 회사가 생활비까지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주 엄마가 취업을 한 지 6개월로 접어들었다. 점차 일에 집중이 안되고 쉽게 피로하고 식욕도 저하 되며 무기력해지고 울적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하여 집안에서는 짜증이 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다. 최근 2년간 국내 불경기 여파로, 직장에서 중진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던 남편은 사회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견디어 내느라고 부부 간의 애정을 확인할 시간이 없어 서로 무관심한 시기를 겪으면서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남편은 일주일 전에 직장을 잃게 되었다.
현주 엄마는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5개 이상의 증상으로 6개월째 고통받고 있다. 'IMF 한파 우울증’으로 부를 수도 있겠다. 표면적으로 현주 엄마는 일벌레였다가 결국 실직 한 남편의 영향으로 발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가에 대한 분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내면적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인자들의 검토가 필요하겠다. 이때의 위기 상황에서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러한 우울증의 경우에 가족이나 친지들이 할 일 중의 하나는 치료를 권하고 특히 정신과를 찾도록 도와주는데 있다. 그저 단순하게 어디선가 항우울제 약물만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신과에서 앞선 역동들을 충분히 다루어 마음을 찾아주는데 그 치료 목적이 있음을 이해한다면 가정 내에 어려움이 반으로 준다고 본다. 흔히 환자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문을 두드리지만 가족들은 ‘웬 정신병원을 다니느냐, 병도 아닌데. 게을러만 지더니 정신병이냐’ 등등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를 이해하기보다는 핀잔과 방해를 서슴지 않아 환자는 더욱 암울케 되고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이해의 부족과 대화의 장벽마저 실감하고서 그 결과 자살 사고와 자살 기도로 종종 끝내기도 한다.
둘째, 스트레스 해결 관점이다. 많은 잡지나신 문에 ‘스트레스 관리’로 잘 설명되어 있다. 제시하는 방법들을 잘 실천함이 중요하다. 그리고 왜 내가 남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는지 그 원인 분석이 또한 중요하다. 환자 자신의 성격 특성과 스트레스 대응 능력들을 다루어야 한다.
셋째, 주부의 틀을 넘어 여성으로서 자아 실현에 그 해결책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동안에, 자아 실현을 통해 여성으로서 성숙되도록 하는 그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히 여기고, 환경이나 외부 탓만 할 게 아니고 혹은 내 탓만 할게 아니고 자아 실현에 정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소홀히 대해 왔던 참된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