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갑자기 졸음이 찾아든다. 맛있게 점심식사라도 들고 사무실에 들어오면 병아리 졸듯이 꾸벅꾸벅 졸음이 온다. 다들 춘곤증이라고 한다. 왠지 피곤하고 기력이 없고 쉽게 지치는 것 같다. 공연히 무슨 병이라도 생긴 것이 아닐까 걱정도 해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자위하면서 오후를 보낸다. 2〜3시간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잠이 다 달아나곤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사무실 직원들이 모여 대화의 장이 열렸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낮잠과 꿈에 대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김형, 신혼 재미가 어떻죠? 신혼초라서 그렇소 허구헌날 낮에 졸기만 하니.” 박계장은 지난 4월에 결혼한 김계장에게 부러운 듯 축 하하면서 한 마디 하자 모두들 한바탕 웃고 말았다.
그 순간에 이과장은 오늘도 만성피로증후 군 신문 기사를 펼쳐 놓고 꾸벅 인사를 하듯 절을 한다. 웃음소리에 놀라 “만성피로증후 군이야 최근 보고된 병이지. 한국인에게 많다는 기사가 여기 일간지에 특집으로 났다구. 내가 그 현대 문화병을 앓고 있나봐.” 자녀가 고등학생인 이과장이니 신혼의 김계장과는 뭔가 달리 스스로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 한다.
“나도 그런 것 같아.” “만성 피로증후군 그 병은…” “그건 아파트 밑에 흐르는 수맥 때문 일 거야.” 여기저기에서 동의하면서 끄덕인다.
“아닙니다. 한국에는 구미처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피로 증후군은 적다고 하던데요. 그건 스트레스 반응이거나 심하면 우울증 증상이겠죠. 전문잡지에서 보았는데, 우울증 중에도 과식을 하고 잠이 많은 그런 우울증이 있다고 합니다.”라고 반대 의견을 내는 신입사원 최 社友. “혹 시 너무 비만이라서 수면중에 호흡이 중지되는 병이 있다던데 그 병 아닙니까? 밤에 코를 많이 골고. 맞아요、출장가서 뵈니까 코골이가 심하시던데 말입니다.”라고 김계장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출장도 잠을 불편케 하더군.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말이죠, 지난주 미국에 출장갔다 와서 아직도 시차가 조절되지 않아 낮에 너무 졸음이 와서 이것도 병인가 그런 거 있지. 야간근무를 오래 하면 수면 장애가 오듯, 밤에 비행기 좀 타고 귀국하니 불편해서··· ”라고 정대리가 말하면서 출장중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맞어요. 제트래그(jet lag)라고 부르는 현상이지. 보통 길게는 일주일이나 10일 정도는 간답니다. 며칠만 더 있으면 회복되니 안심해요.” 경험이 많은 김과장이 안심하라고 설명해준다.
요즈음은 수면부족 때문에 피곤해지고 능률이 저하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증 때문에 악몽과 함께 불면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은데, 보통 20%에서 수면장애를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또 이들은 곧바로 약국에서 구입한 수면제 복용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조치는 약물의 습관적 복용으로 이어지거나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지므로 위험하다. 물론 수면과다증 이나 불면증은 그 원인이 무척 다양하고 치료도 그 원인에 따라 다양하므로 정확한 원인 규명이 중요하다.
그러나 잘못된 수면 습관의 교정은 원인이 무엇이든지간에 치료의 기본이 된다. 다음에 제시하는 20가지 사항들은 필자가 수집하여 제작한 것인데, 몇차례 잠이 안오고 불면 증상을 보일 경우에 지켜야 할 사항들로서 기본적인 수면 습관이다. 제대로 잘 지켜 나가는 실천력이 필요하다.
1주일 미만의 일시적인 수면 장애는 약물로 치료할 필요는 없다. 다음의 수면 습관을 잘 지켜 개선하여 보고, 그래도 수면과다나 불면증이 지속되면 지체없이 정신과를 찾도록 권한다. 앞에서의 이야기처럼 수면장애 원인에는 일과성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스트레스성 불면증, 우울증, 비특이성 우울증, 기면병, 수면 · 각성 주기 장애 등 10여가지의 많은 원인들이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 하다.
*올바른 수면을 위한 지침 10가지
1.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도록 한다.
2. 매일 오전이나 낮에 운동, 특히 활기있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3.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자기 전에 과식을 하지 않는다
4. 저녁에 규칙적으로 ‘점진적 근육이완’이나 ‘명상’ 같은 이완법을 사용한다.
5. 자기 전에 체온을 올려준다. 뜨거운 물로 20분간 목욕을 한다.
6. 밤에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신다.
7. 편안한 잠자리 환경을 만든다. 침실의 온도와 소음 정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배우자가 옆에서 밝게 하고 TV를 보거나 너무 더워도 불편하다.
8. 간식을 한다. 특히 아이들은 배가 너무 시장 해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9. 잠이 오는 듯 졸립기 시작할 때 비로소 잠자리에 들어간다.
10. 매일, 수면장애가 있기 전에 보냈던 시간만큼은 잠자리에 있도록 한다.
* 올바른 수면 습관을 위한 금지사항 10가지
1.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의 사용을 금한다.
2. 낮잠을 피한다.
3. 밤에 자극을 피한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심한 자극을 피하고 가벼운 독서를 한다.
4. 자기 전에 무리한 운동은 피한다. 피곤하게 하여 잠이 오는 게 아니다.
5. 커피 · 홍차 · 콜라 등 카페인 함유의 음료수를 끊는다. 또는 오후에는 금한다.
6. 담배를 줄이거나 끊는다.
7. 술을 줄이거나 끊는다. 특히 불면증을 술로 해결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만성화되며 잘 낫지 않는다.
8. 침실에서는 회사 잔무 처리와 같은 골치 아픈 일거리를 벌이지 않는다. 거실에서 하면 좋다.
9. 잠이 전혀 오지 않을 때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잠이 달아난다.
10. 잠을 기다리면서 청하지 않도록 한다. 잠은 청하면 청할수록 도망가는 법이다. 고3 학생처럼 졸지 말아야지 할 때 오히려 잠이 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