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닥터│한방과
올해 25세의 K씨. 전체적으로 여드름이 만발하여 '지루성 피부'라는 진단을 받고 찾아온 직장인이다. 나름대로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열심히 받았는데 몇 개월이 지나면 다시 재발하는 증세 때문에 찾아온 경우였다.
그녀 얼굴은 유독 빛이 붉었다. 거기에다 전체적으로 툭툭 터지듯 화농성 여드름이 올라와 있었다. 이 여드 름의 역사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직장에 들어와서 부쩍 심해졌다고 한다.
'직장에 들어갔으니 즐거운 일들이 많을 텐데, 왜 여드름이 심해졌나요?'
'예. 그냥 좀…'
내 질문에 그녀는 벌써 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말을 하기도 전에 머리 속에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일들 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생각만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건 분명 문제가 있었다. 성격이 급해서 흥분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여드름 환자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녀를 진찰한 결과 예상대로 '소양인 상열증' 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소양인은 사상 체질 중에서도 열이 많은 체질이다. 그래서 화기(火氣)가 유난히 얼굴로 올라가기 쉬운 체질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가슴의 열이 얼굴로 치받아 올라가 여드름으로 튀어나 오는 것이 상열증 타입의 여드름이다. 여드름 환자 중에 유독 소양인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선은 위로 치솟는 열을 풀어주는 한약과 심장의 화기와 상열증을 다스리는 약침을 처방하고, 한방 에스테틱 여드름 프로그램을 병행하게 했다. 그리고 혈관 레이저 치료로 전신의 기혈 순환을 조절해 주기를 한 달 여. 열 때문에 쉽게 붉어지는 얼굴에는 성질이 찬 한방 팩으로 관리하게 했다.
피부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몸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좋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인체 내장 기관의 음양 균형이 잘 맞을 때를 건강하다고 보고, 그 균형이 깨졌을 때를 질병 상태로 본다.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바로 그 깨어진 균형의 축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시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을 때 그 균형을 회복시켜 주는 것은 의사의 몫이지만, 그 균형이 다시 흔들리지 않게 노력하는 것은 그 몸의 주인인 환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유연한 대나무 한 그루를 키운다고 상상해보자. 바람이 불어오면 불어오는 대로 잠시 고개를 숙여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누군가에게 화가 난다면 잠시 대나무를 떠올리며 삭이자. 무엇을 위해서? 바로 내 얼굴, 내 피부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