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닥터│한방과
만나는 이들마다 해주는 말이 다. 어떤 병이든 증세가 심각해지기 전, 우리 몸은 반드시 신호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당뇨병을 예로 들어보자. 이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입이 마르는 것이다. 평소에 기름진 음 식을 너무 많이 먹고 몸 움직이는 걸 싫어해 노폐물이 축적되어 생기는 병이 바로 당뇨병인데, 대사 시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몸 안에 수분은 늘 모자라고 당연히 입이 마를 수밖에.
여성들의 경우엔 병을 눈치채기 훨씬 수월하다. 매달 찾아오는 생리의 상태와 분비물의 상태를 건강의 지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 주기가 이상 해지거나 생리혈이 검어진 경우, 혹은 분비물에서 악취를 풍길 때 곧바로 그 원인을 찾아보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적어진다. 이렇게 모든 병은 미리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준다면 최소한 심각한 상태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찾아와서 하는 말은 한결같다. '얼마 전까지 괜찮았는 데…' '갑자기 왜 그럴까요?'
얼마 전에 한 주부가 찾아왔다.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 이번 달에 생리를 두 번이나 했어요. 왜 그럴까요?' 진찰 결과 자궁이나 소화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건강상 병적인 증세가 없을 때 짚이는 것은 단 한가지. '혹시 요즘 신경을 많이 쓰는 일 있으세요?' 이렇게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얼마 안 있으면 아이가 유학을 가는데, 그게 생리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역시 마음 따로, 몸 따로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신경을 많이 쓰면 간의 기운이 울결(鬱結 : 막히고 엉김)된다. 그로 인해 간과 신장의 기운이 제대로 순환을 못하게 되고 금방 생리 불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신경을 많이 써서 생리 불순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작은 우주로 본다. 인체의 모든 기능과 구조가 우주의 음양 이론과 오행, 즉 목(生 : 나 고), 화(長 : 자라고), 토(化 : 변화하고), 금(收 : 거두어들이고), 수(藏 : 저장하는)의 운행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 사람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고, 우주가 오행(목성·화성·토성·금성·수성) 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듯 인체는 오장(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 의 운용에 따라 움직이며, 일년에 열 두 달이 있듯 인체에는 12경락이 있고, 일 년에 365일이 있듯 인체에는 365혈이 있다는 건 인간을 소우주로 보는 원리의 기본이다.
그 12경락과 365혈을 순환하는 기(氣)와 혈(血)이 막힘 없이 순조롭게 순환할 때, 우리 몸은 건강해진다. 반 대로 어느 곳이라도 막혀 순환하지 못하면 병이 생기는 것이다. 우주와 내 몸의 생명 현상이 함께 움직인다 는 것, 거기에 늘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면 나와 가족의 건강지수를 90%는 확보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