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의 나무들이 입은 아름다운 눈꽃들을 보노라면, 마치 다소곳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같 다. '아름답다'란 짧은 말로 할 말을 다하고 나서도 은근슬쩍 다시 쳐다보 게 되는 눈꽃의 아름다움은 존재 자체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자연적인 것이 얼마나 우리들을 편하게 해주는지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서울에서 백화점 앞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았다. 아까 보았던 눈꽃드레스와는 확연히 다르지만, 그곳에서도 내 마음을 끄는 아름다움은 존재했다.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것 같은 불빛들과 종들은 기억 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 그 장식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워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무 위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캐롤을 들으면서 우리들 스스로가 힘들고 지친 세상사를 위로 받고 즐거워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이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그 주관적인 것에 동의하면서 어떤 기준들이 나도 모르게 형성되기 시작되면, 일반적인 것이 돼 간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던 견해들은 쇠퇴하고 있다. 이제는 굳이 인공미를 거론하지 않는다. 그냥 보기에 아름다우면 그것으로 충분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내가 일하는 분야를 한 번 생각해 본다. 어느 날인가부터 '심미치과'라는 분야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심미치과라는 분야가 아니라 모든 진료에서 아름다움과 환자의 심리에 대한 고려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됐다. 현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치료의 경향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 했지만, 최근 몇 년간 진료를 하면서 나도 이런 견해에 대부분 동의하게 됐다.
앞니가 앞으로 튀어나와 고민하던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 다행히 뼈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교정을 통해 해결하거나, 상악전치를 발치(뽑아)하고 임플란트를 안쪽으로 심어 해결하는 방법을 권했다. 앞니의 돌출이 해결될 뿐만 아니라, 웃을 때의 모습이나 평상시 인상이 달라지길 원하는 환자였는 데, 교정을 통해 해결을 하기로 했다. 마지막 교정이 끝나는 날, 나는 그 환자를 몰라봤다. 뭐 너무 멋지게 치료를 잘해서 너무 예뻐져서 몰라봤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그 정도의 예절은 있다. 환자 스스로가 변했던 것이다. 웃는 모 습을 보는 게 정말 어려운 환자였는데, 너무 활짝 웃으면서 들어오기에 순간 착각했던 것이다. 사람의 분위기가 그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 환자는 '이제 자신이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들을 이제는 심심지 않게 치과에서 보게 된다. 심지어는 과거의 기준으로는 멀쩡한 사람들도 치과 진료를 받는다. 치아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던 사람들은 치아 미백을 한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 같은 하얀 치아를 갖는 순간에 역시나 사람이 바뀌는 것을 본다. 치아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치아 삭제가 적은 라미네이트라는 보철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제는 어떤 방법을 적용하느냐의 문제이지, 환자가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사람들이 실제로 치료 후에 변해 가는 모습을 진료실에서 지켜보면서, 굳이 자연미만을 강조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해본다. 눈꽃드레스를 차려 입은 나무들도 아름답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된 나무들도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