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환경오염 탓인가?
알레르기 질환을 떠올리면 대부분 함께 생각하는 단어가 바로 ‘지긋지긋하다’이다. 그만큼 완치가 어렵고 자칫 평생 동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인 셈이다. 많은 이들이 이런 알레르기 질환은 현대에 들어와 환경오염 탓으로 여기지만, 사실 이 질환은 거의 인류의 탄생과 역사를 같이 한다. 현대 의학이 발달한 서양의 경우 알레르기 질환 가운데 급성 과민반응으로 쇼크 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아나필락시스’를 이미 1902년에 보고했다. 이후 4년 뒤에는 피부나 호흡기 등에 나타나는 여러 알레르기 증상에 대해 처음으로 ‘알레르기’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에서 발달한 한의학에서도 이미 수천년 전부터 알레르기 증상과 관리법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알레르기는 피부나 점막은 물론 호흡기, 위장관 등에도 나타나고, 해당 부위에 따라 질환명이 정해지기 때문에 매우 많은 질환을 포괄하는 말이다. 가장 흔한 알레르기 질환은 콧물이나 재채기 등이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비염, 호흡곤란 등이 주요 증상인 기관지천식, 피부에 가려움증 등이 나타나는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
천식은 호흡곤란으로 위험할 수 있어
매번 호흡을 할 때마다 공기 중의 여러 물질과 접하게 되는 호흡기계는 알레르기 증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곳 가운데 하나다. 대표적인 질환은 바로 알레르기성 비염과 기관지 천식이다. 먼저 기관지 천식은 주된 증상이 호흡곤란과 쌕쌕거리는 호흡 소리 등인데, 기관지 점막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기관지가 좁아져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 같은 양의 공기를 마셔도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이다. 또 기관지의 염증 반응 때문에 여러 분비물이 나오면서 가래가 많이 나오고, 이를 내뱉기 위해 기침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근본적인 치료는 천식 유발 물질을 밝혀내 이를 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먼지 진드기가 유발 물질이라면 침구류나 카펫 등을 제대로 세탁하고 소독해 집먼지진드기를 없애야 하는 것이다. 천식으로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코로 흡입해 기관지를 넓혀주는 약물이나 먹는 약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천식에 견줘 증상이 덜 심한 알레르기성 비염은 갑자기 나타나는 재채기나 기침, 줄줄 흐른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많이 나오는 맑은 콧물이 주요 증상이다. 콧물이 많이 나오다 보니 코가 막히기도 하고, 코와 눈 주위가 가렵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과도한 콧물 등으로 흔히 축농증이라 부르는 부비동염이나 귀 안의 염증인 중이염, 목구멍의 염증인 인두염 등으로 번질 수 있다. 보통 영유아 10명 가운데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하며, 청소년기에는 이보다 다소 많은 아이들이 겪기도 한다. 천식과 마찬가지로 유발 물질에 따라 특정 계절에만 나타나기도 하며, 유발 물질이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 한 해 내내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은 환자에 따라 원인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고양이나 개의 털, 곰팡이, 날아다니는 식물의 씨앗 등 수많은 물질이 될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 생기는 아토피
보통 영유아들에게 많은 피부 질환인 아토피 역시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이다. 가려움증이 주요 증상이며, 피부의 색깔이 하얗게 또는 빨갛게 변하기도 한다. 어릴 때 주로 발병하며, 아토피 환자의 절반 이상이 생후 3개월에서 1년 사이에 증상이 생긴다. 보통 5살이 넘어가면서 증상이 저절로 개선되는 경우가 많은데, 성인이 된 뒤에도 아토피 증상 때문에 괴로움을 겪기도 한다. 문제는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는 이들 5명 가운데 4명 정도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심한 경우 천식으로 악화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을 앓은 아이라면,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소아를 크게 괴롭히는 아토피 피부염의 문제는 아직까지 원인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이다.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등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음식 가운데 특정 성분이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기도 한다. 치료법은 덜 가렵도록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먹거나 바르는 것이며,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로션 등을 쓰는 것이다.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자극 역시 아토피 피부염의 악화요인이므로 아이가 이를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약물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을 관리하기 위한 약을 비롯해 각종 약물도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도 유의해야 한다. 약에 의한 알레르기 증상 역시 다른 유발 물질에 의한 것과 거의 같다. 약을 새로 처방받아 먹거나, 약을 바꾼 뒤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곧바로 의사나 약사 등과 상담을 해야 한다. 이밖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눈의 각막이나 결막에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은 아이 10명 가운데 많게는 3~4명은 아토피 각막염 또는 아토피 결막염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증상은 눈 주변에 심한 가려움증이 계속 나타나는 것으로, 심한 경우에는 각막에 염증이나 흉터가 생겨서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을 앓은 아이가 눈의 가려움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