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보호하자
담배에 들어있는 발암물질이 후두암이나 구강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굳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흡연은 목에 치명타이다.
담배연기는 성대의 점막을 직접 자극해 후두염이나 성대부종을 유발한다. 보통 음성은 성대점막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자극을 받으면 활동성이 떨어져 소리를 내는 데 장애를 유발하는 것이다.
과음도 목의 적(敵)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성대점막의 혈관이 부어오른다. 이윽고 조직에서 수분을 앗아가 탈수현상이 진행된다. 만약 술을 마신 뒤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그렇잖아도 무겁고 건조한 성대가 강제로 진동해야 한다. 성대가 상할 수밖에 없다.
과음은 또 위산 역류를 유발해 다시 한 번 목을 상하게 한다. 탄산 또는 카페인 음료,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모두 위산 역류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음식을 먹은 뒤 하는 트림도 마찬가지다.
성대가 들어있는 '후두부'의 점막은 위산에 매우 약하다. 그래서 위산역류가 되면 목소리가 잠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만성후두염, 성대결절, 후두부종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면 성대 점막 바로 밑에 있는 작은 모세혈관이 터지게 된다. 성대 충혈, 출혈성 성대폴
립 등과 같은 음성장애가 생길 수 있다. 설령 큰 소리를 내더라도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자.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진 뒤 덕 아웃으로 나오면 기온에 관계없이 윗옷을 입는다. 어깨가 갑자기 식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 목도 마찬가지다. 숨을 쉴 때 들이마신 공기의 온도와 습도는 인두 강점막을 거친 뒤 후두로 들어간다. 마스크를 사용하면 외부의 먼지를 걸러 줄 뿐 아니라 온도 조절을 도와준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평소 목소리를 보호하려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 중 도라지를 우려낸 물이나 날계란을 먹으면 목소리가 좋아진다는 게 있다. 과연 그럴까.
물론 간접적 효과는 있다. 소리가 나오는 길, 즉 성도(聲道)에 해 당하는 '인두'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점막 표면을 촉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란의 영양이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를 보호하려면 평소 성대를 잘 관리해야 한다. 성대 점막은 건조한 것과 자극적인 것에 가장 민감하다. 따라서 주변 환경이 건조하거나 담배연기가 자욱하다면 일단 피해야 한다. 목소리를 자주 사용한다면 생수나 따뜻한 물을 자주 조금씩 마셔 습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 과음과 과식 역시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좋은 목소리를 내려면 '복식호흡' '정확한 성대 음 발성' '좋은 공명과 조음' 등 3단계가 착착 궁합이 맞아야 한다. 따라서 평소 이 3단계를 강화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 호흡을 하는 근육, 발성을 하는 근육(성대), 음을 만들고 울리도록 하는 근육(인두와 구강의 근육)을 수시로 움직여줘야 한다. 손으로 목 주변을 자주 눌러주자.
그러나 너무 자주 목을 사용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 말을 많이 했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패티김 씨의 목 관리
가수 패티김 씨. 환갑을 넘은 나이다. 그러나 왕성한 활동은 나이를 무색케 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늘 '한국 가요계의 거목' '가요계의 카리스마'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의 목소리는 감미로우면서 파워가 넘친다. 그 이면에는 철저한 관리가 있었다. 그의 목 관리 비법을 슬쩍 엿보자.
사실 목소리는 나이가 들면서 혼탁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갈수록 목소리가 좋아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는 노래방에 잘 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통틀어 5번 정도 갔을까. 노래방은 목이 상하기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흥에 겨워 노래를 하다보면 고성을 지르게 되고 십중팔구 성대가 상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밀폐된 공간과 자욱한 담배연기…. 그는 담배를 목소리에 가장 큰 적(敵)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또 절대 밤샘작업을 하지 않는다. 피로가 목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저녁 술자리도 만들지 않는다. 음식도 철저히 가려 먹는다. 짜고 매운 음식, 탄산음료, 차가운 음식은 모두 사절이다. 평소 아무리 화가 나도 큰 소리는 내지 않는다. 그는 항상 실크 스카프를 가지고 다닌다. 비행기를 탈 때는 두꺼운 스카프를 한 장 더 준비한다. 냉방이 잘 된 곳에서 목을 노출시키면 목소리가 상한단다. 겨울에는 외출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연습할 때도 목 보호에 특히 신경을 쓴다. 큰 공연이 있어도 7~10일 전에야 본격적인 연습을 한다. 고음과 저음 모두를 완벽하게 연습해 목청을 한껏 고조시킨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에 1시간 정도만 투자한다. '메인 게임'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다.
'패티김'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 170cm 가까운 키에 군살 없는 늘씬한 몸매…. 20, 30대 못지않다. 그의 건강철학을 물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양 균형을 맞추며 음식을 골고루 먹되 과식하지 말고 충분히 운동할 것.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지켜야 한단다. 요컨대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그 역시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4일 이상 하루에 1~3시간 '투자'한다. 걷기는 15년 전부터 가능하면 하루도 거르지 않는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