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면역인가
2015년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사람들 사이로 급속하게 번졌다. 정부가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으나 앞으로 또 어떤 전염병이 갑자기 발생하여 우리를 불안케 할지는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다시금 강조되고, ‘내 몸 속 주치의’ 면역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면역(免疫)은 생물이 감염이나 병으로부터 대항하여 병원균을 죽이거나 무력화하는 작용, 또는 그 상태를 말하며 유해한 미생물의 침입을 방어하는 작용을 한다. 자기가 자기의 몸을 방어하고 고칠 수 있는 자연 치유 능력이다. 글자 그대로 ‘역병’ 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면역의 기본은 외부에서 들어오거나 체내에 있는 물질이 ‘자기(自己)’ 인지 ‘비자기(非自己)’인지 인식한 뒤 비자기이면 공격해서 자기 몸을 지키려는 기능으로 생체반응의 일종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자기’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암세포도 포함된다.
면역계를 약화시키는 스트레스
우리 몸의 장기나 세포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자극을 받아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혈관의 경우 교감신경의 지배 하에서는 수축이 되고 부교감신경의 지배 하에 있을 때는 확장된다. 이에 의하여 혈액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심장의 펌프운동이나 호흡, 장의 연동운동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는 어떨까? 중요한 면역장기인 흉선이나 림프절 등에도 자율신경의 말단이 닿아 있음이 최근 밝혀졌다. 과립구나 림프구 같은 백혈구도 자율 신경계의 자극을 받고 있음이 판명된 것이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스트레스가 작용하면 이 균형이 깨지고 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먼역체계를 구성하는 세포인 백혈구의 균형을 무너뜨려 몸 안의 면역력을 저하시킨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을 발생시킨다는 것도 실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질병을 일으키는 토대는 스트레스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으면 질병을 근본적으로 관리하고 치유할 수 없다.
잘 관리하면 약, 못 관리하면 독
스트레스란 단어가 광범위하고 매우 빈번하게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930년대 후반에 한스 셀(Hans Selye)이라는 학자는 ‘스트레스란 체외로부터 가해지는 여러 유해 작용인자와 이 인자가 생체에 작용하여 발생되는 장애 및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위반응의 현상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쉽게 말해 우리가 적응해야 할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를 말한다. 또한 그때그때 느끼는 생리적, 행동적 반응도 스트레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라고 하면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과다한 스트레스는 모든 병의 원인이 되지만, 적당한 자극과 변화는 활력소가 된다. 스트레스로 유발된 다양한 감정 상태는 체내의 자율 신경계와 호르몬 및 면역기능의 변화를 일으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대개 사람들이 질병에 걸릴 때에는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강도 높게 발휘되었을 때 병이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 요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이며, 스트레스의 정도가 심할수록 저항 능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로 인해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이 나빠져 질병이 생기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의 반응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나타난다. 이처럼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 기능의 감소는 여러 질환의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나는 스트레스에 얼마나 취약할까? 스트레스 취약성을 진단해보자.
나의 스트레스 상태 진단하기
아래의 문항을 읽고 점수를 매겨 더해보세요.
1. 다른 사람이 너무 느리게 이야기 하면 그 말을 중단시켜야 한다.
2. 직장에서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이 싫다.
3. 곧잘 흥분하거나 화를 잘 내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인내력이 없어진다.
4. 불면증이나 편두통이 있고 쉽게 피곤을 느낀다.
5.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짜증이 난다.
6. 하는 일에 자신이 없고 쉽게 포기한다.
7. 식사하면서 TV나 신문을 본다.
8. 상대방이 공격적이고 경쟁적으로 나오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대처한다.
총점
5점 매번 그렇다
4점 자주 그렇다
3점 때때로 그렇다
2점 드물다
1점 아니다
각 문항 답변의 총합이 8~18점 이하면 당신은 차분한 성격으로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사람이다. 아마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거나 스트레스 해소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19~32점 사이라면 스트레스 위험이 잠재되어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감정이 불안해지거나 통증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확인해보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해 스트레스 반응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33점 이상이라면 일상에서 항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해소되지 않은 스트레스가 스스로를 공격하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매사에 조급하고 불안하게 행동하기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면역력 강화를 위한 자가 관리법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잘 관리해야 한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① 적당한 운동 | 기분 좋은 정도의 적당한 운동은 몸과 마음을즐겁게 한다. 하루 30분, 적당한 운동은 신체 방어력, 즉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② 건강에 도움이 되는 균형 잡힌 식사 | 음식물 섭취는 면역력 강화에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고 모두가 잘 알지만 또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설탕이 많이 포함된 음식, 가공되거나 정제된 음식, 튀긴 음식, 밀가루 음식, 경화유가 많이 포함된음식 등은 피해야 한다.
③ 위생적인 습관 | 면역력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위생적인 습관을 갖는 것이다. 눈, 입, 귀, 코, 손 등을 통해쉽게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다. 식사 전, 외출 후, 화장실 출입 시 손을 깨끗하게 씻고 기침, 재치기를 할 때는 반드시 손등이나 팔을 이용하며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④ 주위 환경 및 생각의 개선 | 주위 환경 및 생각의 개선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물리적, 심리적 환경을 바꾸거나 인지적 패턴을 바꾸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장점이나 약점, 성공이나 실패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이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기대치와 실제로 이루어 놓은 성취간 차이를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또 부분적인 실패가 인생 전체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⑤ 정서적 안정 |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여유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긴장을 주고 긴장을 받은 면역체계는 방어력이 떨어져 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웃음은 면역력 강화에 가장 좋은 특효약이다.
⑥ 예방 생활화 | 앞서 말한 예방책들을 차근차근 생활화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열 번의 구호보다 한 번의 실천이 가장 강한 면역력을 만든다. 예방보다 더 좋은 치료제는 없다.
기원전 약 450년 전 의학의 신이라 불렀던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면역은 최고의 의사이며 최고의 치료법”이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비단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사회의 급격한 변화, 식생활의 변화, 운동량의 감소, 환경오염 등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실상이다. 면역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즐겨야 한다. 하루하루 감사와 기쁨으로 사는 것이 건강과 행복한 삶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