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끄면 장수한다?
TV를 보다보면 정말 식욕을 억제하기 힘들다. 맛난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야 그렇다 치자. 건강 프로그램마저도 '병을 막는 최고의 밥상' 하는 식으로 먹을 것을 집중 방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식은 그야말로 힘든 작업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소식이 장수로 연결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없다. 다만 생쥐 실험에서는 입증된 적이 있다. 쥐가 사람과 같은 포유동물인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사람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추정은 가능하다.
2004년 6월 세계 최고의 과학 저널 중 하나인 〈사이언스(Science)〉에는 하버드 의대 하엠 코엔 박사팀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포식한 쥐와 오랜 기간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한 쥐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적게 먹은 쥐일수록 뇌와 간, 신장 등 일부 조직에서 「시르투인」이란 단백질이 크게 증가했다. 이 단백질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구멍을 내어 세포가 죽지 않도록 유도함으로써 노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코엔 박 사는 이 실험을 근거로 칼로리 섭취량을 30% 줄이면 수명을 30~40 년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사량 줄이는 방법
현실적으로 매 끼니마다 칼로리를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처음부터 먹을 양만 덜어 먹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방법. 아예 식사량의 80%만 먹는 것도 매우 좋다. 좀 모자란 듯하게 먹으란 얘기다. 고를 때 좋아 하는 음식을 일부러 빼는 것도 좋다.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먹으면 영양 불균형이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과식을 할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식사할 때 음식을 천천히 씹어야 한다. 보통 음식물을 먹은 뒤 뇌의 포만감 중추를 자극하기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그러나 빨리 음식을 먹으면 뇌가 느끼기도 전에 마구 음식을 위장에 쑤셔 넣는 꼴이 된다. 반대로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 중추에서 반응을 보여 식욕을 억제하게 된다. 실제 살찌는 사람을 보면 입맛이 좋 아 음식을 많이 먹는다기보다는 음식을 거의 씹지 않고 삼키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방법을 보자. 양식의 식사 속도는 빠른 편이다. 한 손에 나이프, 또 한 손에 포크를 동시에 들기 때문에 먹는 속도가 빨라 지는 것이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시가 많은 생선을 식탁에 올리면 역시 식사속도가 느려진다.
지나친 소식도 나쁘다
그렇다고 소식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젊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면서 극단적으로 식사를 줄여 몸을 상하는 경우도 많다. 노인의 경우 음식을 먹지 않으면 십중팔구 영양부족과 빈혈이 생긴다.
요컨대 식사의 기본은 균형이다.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 적게 먹는 것이다. 소식 자체가 건강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오히려 위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성장기 청소년이라면 적게 먹었을 때 키도 안 크고 허약한 체질이 되기 싶다.
균형적인 식사량은 어느 정도일까. 하루 활동에 필요한 열량은 사람마다, 운동량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1200~2400cal 정 도이며 남성은 2200cal, 여성은 1850cal 정도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탄수화물 55~75%, 단백질 10~15%, 지방 15~30%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신호 회장의 소식
강신호 전경련 회장(동아제약 회장)은 80에 가까운 나이인데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한다. 소식과 와인. 바로 강 회장의 건강 비결이다.
강 회장의 아침 식단은 토스트 2쪽 또는 인절미 3개와 주스 1잔이다. 노화를 막기 위한 의도적인 구성이다. 강 회장은 물도 자주 마신다. 수분 섭취량이 적으면 피의 농도가 짙어져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늘 비만을 염두에 두고 생활한다. 비만이 특히 노인에게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비만을 막으려면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아침을 거르는 것은 절대 금물이란다. 혈당량이 떨어져 어지럼증과 피로감이 몰려오며 결과적으로 폭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총 식사량을 100으로 칠 때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강 회장이 생각하는 황금률이다. 그런데 현실은 저녁 식사량이 과잉인 경우가 많다. 즉, 40이 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총 식사량은 110을 넘는다.
만약 저녁 식사량이 과했다면 어떻게 할까. 강 회장은 이럴 때는 늦어도 오후 11시까지는 속을 모두 비우고 잠을 청한다. 만약 사무직이라면 식사량의 비율을 20대 40대 40으로 바꾸는 것도 괜찮다.
강 회장은 짜고 매운 것을 잘 먹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80% 정도만 먹는다. 나머지 20%가 버려져 공해를 유발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단다.
강 회장은 또 식사를 하면서 붉은 포도주를 1, 2잔 결들인다. 기분이 좋으면 3잔을 마시기도 한다. 붉은 포도주는 비타민 E와 함께 항산화작용을 해 노화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붉은 포도주를 마시는 이유는 또 있다. 술이 식사의 흥을 돋워준다는 것이다. 알코올은 위장으로 들어갈 때 가장 빨리 흡수되는 물질. 따라서 한두 잔 정도라면 입 맛을 살리고 분위기를 즐겁게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