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마다 생리적·병리적 상태의 기준 달라
내가 해서 좋다고 남도 좋을 것이란 주관적 생각은 조심해야 한다. 체질마다 생리적 상태와 병리적 상태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인체 내에서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한 뒤 나머지 노폐물은 땀·소변·대변을 통해 배출되며, 체질마다 정상 상태의 땀·소변 기준이 각각 다르다. 다시 말해, 정상 범위의 기준이 다르다.
특히 대변은 모든 정신적 문제나 음식물의 소화 등에 관한 인체 상태의 반영으로, 내부 생리 상태의 외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변으로 어느 정도 내부 장기의 손상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체질이나 하루 두세 번 매 식후마다 용변을 본다면 소화기 특히 위·대장의 기능이 무력한 것이며, 하루 수 회 이상이면 장 기능이 장애를 받았거나 생리 기능이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변의 처음이 굳고 뒤가 묽어지거나 풀어지는 경우는 정상적이며, 병자가 이런 변을 보기 시작하면 병이 나으려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처음이 풀어지고 중간이나 끝이 덩어리지거나 굳어지는 경우는 변비가 오거나 병이 아직 낫지 않은 상태로, 다른 병이 발병 할 우려가 있고 병이 악화 될 수 있다. 풀어지는 변을 보면서 시원치 않거나 봤는데도 개운치 않다면 장도 약하지만 호흡기 계통이 약해진 경우가 많고, 늦은 오후나 밤에 대변을 보는 경우도 호흡기가 약화되거나 기력이 쇠약해진 경우다. 매일 대변을 보더라도 토기똥처럼 보게 되면 변비이며, 1주 1회라도 처음은 굳고 뒤가 부드럽고 쾌하면 정상이다. 즉, 지금 처럼 1일 1회가 정상 대변이라는 기준은 잘못된 것이다. 기름지고 찰지면서 끈끈한 변은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 잘 나타나고, 당뇨병 환자에게도 흔히 볼 수 있다.
체질별로 대변의 다른 기준을 살펴보면, 대변을 며칠에 한번 보는 경우에는 소음인은 정상적인 경우가 많으나 태음인이나 소양인은 비정상이다. 대체로 건강한 태음인은 하루나 이틀에 한 번꼴로 대변을 보는데, 그 모양이 처음은 굳고 뒤는 조금 풀어지게 본다. 용변 시간은 오래 걸리고 다른 체질에 비해 변이 제일 가는 편이다. 대변을 참더라도 변비는 잘 오지 않는다. 소음인은 하루 또는 며칠에 한 번 보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가래떡 모양으로 굵고 길게 보며, 용변 시간은 제일 오래 걸리는 편이다. 평소보다 용변 시간이 빨라지면 이는 위장의 냉기가 심해져 몸이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소양인은 하루에 한번 굵고 짧게 한 덩어리로 보게 되며, 그 모양이 처음은 굵고 굳으며 뒤는 풀어지게 본다. 용변 시간은 짧은 편이며 변은 제일 굵다. 용변 시간이 길어지면 장이나 호흡기가 약화된 것이다. 또한 대변을 잘 참지 못하며 변비가 쉽게 오는 편이다. 특히 며칠 못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생골이 아프다며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무리한 땀내기 해로워
목욕탕에 가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살이 익도록 불가마나 사우나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답답하고 어지러워 탕속이나 사우나를 기피하거나 하더라도 가볍게 해야지 오래 하면 힘이 빠져 드러누워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하고난 뒤 몸이 개운해서 사우나를 하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는 몸이 개운한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경우와 병환이 있을 때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체질은 공통적으로 땀이 나더라도 송골송골 맺힐 정도가 가장 좋고, 손발의 땀은 따로 침을 묻히지 않더라도 책장을 손쉽게 넘겨야 건강하다. 손발에 땀이 없어 퍼석퍼석하거나 땀이 흘러 글을 쓸 때 종이가 젖을 정도이면 인체 내 기혈이 깊게 손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체질별로 땀의 기준을 살펴보면, 태음인은 특히 땀의 소통이 잘 되어야 한다. 머리와 손발 전신에 고루 나와야 하며, 머리나 얼굴에만 땀이 있고 발에 없는 경우에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신호. 대 다수 태음인은 대체로 땀이 많다. 태음인은 땀 소통이 안 되면 몸이 무겁고 대변이 좋지 않거나 쉬이 속이 더부룩해진다. 감기가 걸렸을 때 땀이 나지 않으면 병이 쉽게 낫지 않기 때문에 반신욕이 태음인에게 가장 좋은 건강법이 될 수 있다.
소음인은 평소 땀이 거의 없거나 약간 있다. 감기가 걸렸을 때 땀을 살짝 내는 정도는 괜찮으나, 사우나나 감기약 등으로 땀을 과다하게 내면 입맛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져 드러누울 정도로 기력이 쇠약해지기 때문에 절대로 무리하게 땀을 내어서는 안 된다. 감기에 걸려 오한을 느끼면 족탕으로 오한이 가실 정도로 땀을 살짝 내고 보온을 잘 유지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소양인은 손발에 땀이 나야 병도 풀리고 건강한 것으로 평소에 땀이 적은 편이다. 대개는 답답해서 사우나를 오래 못하며 장시간 사우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소양인 중 간혹 땀을 많이 흘리고 사우나를 하면 좋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 경우는 반드시 신기가 쇠약해지기 쉬우며 낭습이나 정력 감퇴를 불러올 수 있다. 밥 먹을 때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체질을 불문하고 정력이 약해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인체 변화, 자기 체질에 맞춰 받아들여야
소변의 경우를 살펴보면, 모든 체질은 공통적으로 색은 약간 누렇고 하루 4~6회 정도가 좋으며, 잔뇨감이 없이 시원하게 보아야 한다. 그러나 건강한 소음인은 한 번에 많은 양을 보면서 하루 2~3 번만 보는 경우도 많다.
여성 중에 오줌소태가 많이 발생하는데, 출산 관계(자궁외임신·유산 등)나 음식물이 자궁에 영향을 미쳐 방광까지 영향을 받은 경우에 잘 발생한다. 젊은 여성의 경우 배꼽을 드러내거나 옷을 얇게 입으면 잘 오게 되며,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하거나 유산 수술 등으로 자궁 계통이 손상을 받을 경우에도 잘 나타난다. 소양인이 닭고기·계란 등 열성 식품을 먹거나 소음인이 냉성 식품을 먹어도 발생하는 수가 드물게 있다.
흔한 당근·생강도 몸에 맞으면 항암 작용이나 해독 작용을 하지만, 산삼이나 웅담도 몸에 맞지 않으면 독성 작용으로 인체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수 있다. 이처럼 배설 작용뿐만 아니라 몸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자기 체질과 생리·병리에 맞춰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