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요즘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든다. 열심히 땀을 내면 운동하는 모습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건강을 챙기기 위해 억지로 운동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헬스클럽에 아예 가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들도 할 말이 있다. 우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30대 후반의 남성 직장인 K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에 회사에 출근한다. 일상적인 오전 업무를 끝내고 오후에는 영업을 하러 밖으로 나간다. 은행을 다니며 결제 업무를 모두 처리하면 밤이 되고, 몸은 녹초가 된다. 그런 A씨가 어떻게 헬스클럽에 갈 수 있겠는가? ● 곧 독일월드컵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으로 나와 열정적으로 길거리 응원을 펼칠 것이다. 응원이 끝나면 꼭 탈진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격정적인 길거리 응원의 강도가 전력 질주할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헬스클럽에서 달리기 운동을 하지 않고 거리에서 응원을 열심히 해도 똑같은 열량이 소비된다는 것이다. ● 상황이 이러한데, 그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꼭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헬스클럽에서 운동해야 하는 것일까?
헬스클럽과 생활습관
게으른 건강학은 헬스클럽에서 하기 싫은 운동을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하기보다 일상에서 더 움직일 것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보자.
A씨는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 그 대신 일주일에 3회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한다. 트레드 밀에서 15분간 달리고 다시 15분간 근력운동을 한다. A씨는 직장에서도 '건강한 30대' 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반면 B씨는 따로 헬스클럽에 다니지 않는다. 그 대신 B씨는 출퇴근할 때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10분, 지하철역에서 사무실까지 10분씩 빨리 걷는 편이다. A와 B씨 중 누가 더 건강에 좋은 '운동'을 하고 있을까?
물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특정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중도에 운동을 포기할 수 있다. 반면 생활습관은 한번 만들어지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걷기가 생활화됐다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계속 걷는다는 얘기다. 이런 근거대로라면 A씨보다는 B씨가 더 건강에 좋은 '운동'을 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처음 헬스클럽에 가면 의욕이 넘친다. 그러나 한 달쯤 지나면 시들 해지고 30분 정도 트레드 밀 위에서 놀다가 샤워를 하고 나와 버린다. 나중에는 샤워만 하고 그냥 돌아와 버린다. 문제는, 이런 사람 일수록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운동하고 있다'는 인식이 활동량의 증가를 막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우리가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일상생활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게으른 건강학의 관점에서 보면 일상생활은 헬스클럽 운동에 비해 매우 저평가돼 있다. 우리가 '운동'이란 단어 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왜 운동을 고집하는가? 일상생활의 '활동' 이야말로 앞으로 건강의 척도가 돼야 한다.
활동, 즐겁게 늘려야
이처럼 '게으른 건강학'의 핵심은 바로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다. 가령 전화를 받고 있는 A와 B, C 세 사람이 있다. A는 편히 앉은 상태에서 전화기를 들고 소곤대듯이 말을 한다. 크게 소리를 내는 법도 없고 통화 도중 기지개를 펴는 일도 없다. B는 일어나서 마치 사람이 앞에 있는 것처럼 열심히 제스처를 하며 말을 한다. 그리고 A보다 훨씬 많은 양의 말을 한다. C는 A, B라 달리 무선전화기를 쓴다. 방에 있다가 거실로, 다시 부엌으로 이동하면서 통화를 한다. 웃을 때도 온 몸을 흔든다. 똑같이 전화를 받아도 C의 습관이 가장 건강에 좋다. 왜?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고통스럽게 운동할 필요는 없다. 즐겨야 한다. 삶을 즐기면서 가족과의 나들이에서, 직장 동료와의 점심식사에서, 회식 자리에서 살을 뺄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몰랐다. 쇼핑을 다니는 주부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열량이 소비되는지 알려 하지 않았고, 2차 회식으로 노래방에 가서 1시간 놀았을 때 소비 열량이 헬스클럽에서 30분간 뛴 것과 맞먹는다는 것을 직장인들은 몰랐다.
게으른 건강학의 4대 원칙
보다 쉽게 활동을 강화하는 방법이 없을까? 게으른 건강학의 4대 원칙을 따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제1원칙은 '무조건 많이 움직여라'이다.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에너지를 소비하자는 것이다.
제2원칙은 '시간이 나면 더 움직여라'이다. 5분 움직일 것을 10분으로, 10분 움직일 것을 20분으로 늘리면 아무래도 전체 열량 소비도 늘어나고 체지방 분해 속도도 빨라진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1시간까지 늘려도 무방하다. 여유가 없다면 단 1분이라도 좋다.
제3원칙은 '여유 된다면 강하게 움직여라'이다. 기본적으로 강도가 높은 활동의 에너지 소비량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강도의 활동을 위주로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부담이 가지 않는 수준에서 움직이다 틈틈이 강도를 높이거나 서서히 강하게 하라는 뜻이다. 가령 느리게 걷다가 잠시 휙 빨리 걷거나 재미삼아 아령을 들고 걷는 식이다.
제4원칙은 '많이 먹었으면 많이 움직여라'이다. 이 말은 '많이 움직였으니까 많이 먹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보통 적정 음식 섭취량에 따르면 한 끼 식사의 평균 열량은 700~800kcal 정도가 적당하다. 그러나 과식을 하면 섭취 열량은 평균 1000kcal 이상이 돼 버린다. 이렇게 과식을 했을 때 나머지 200~300kcal을 활동량을 늘림으로써 해소하자는 것이다. 만약 80kg의 남성이라면 TV 보면서 제자리 뛰기를 50분 정도만 하면 이 정도의 열량은 없애 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