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다이어트'
게으른 다이어트가 등장했다
최근 이른바 '게으른 다이어트'가 뜨고 있다. 운동하지 않고 살을 뺄 수 있다는 이론이다. 굳이 운동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평소 계단을 자주 오르내리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며 웬만한 거리는 걸어가는 습관을 들이면 살이 저절로 빠진다는게 게으른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이 다이어트는 운동의 허실을 먼저 지적한다. 보통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에 대해 묻는다면 대부분 '일주일에 3일, 매회 3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해야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살도 뺄 수 있다. 간헐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30분을 채우지 못하면 운동 효과는 별로 없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운동은 'all or nothing'의 개념이었다. 많이 해야 효과가 있으며 적게 하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대표적인 '과거형 건강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새로운 건강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일상생활에서 '활동량'만 늘려도 충분히 살이 빠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게으른 다이어트다.
10분만 움직여도 효과 크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헬스클럽에 가지 않는 대신 게으른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A씨를 보자. 그는 5~15분씩 하루에 3~5회 정도 걷거나 제자리에서 달린다. 주변 사람들은 뭐하는 거냐고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꾸준히 그 '운동'을 한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움직여도 동작을 조금만 더 크게 하고 속도를 올리면 숨이 차오른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A씨처럼 움직였을 때 건강 증진 효과가 별로 없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10분 정도의 자투리시간에 운동을 해도 충분히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미국스포츠의학회(ACSM)로부터 나온 것이다. 2002년 9월 미국 스포츠의학회는 학회지를 통해 '여러 번으로 쪼개 운동을 해도 동일한 시간을 연이어 할 때와 운동 효과가 다르지 않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성인 남녀를 한 번에 30분(long term) 운동을 하는 그룹'과 10분씩 쪼개서 3회(short bouts) 운동하는 그룹'으로 나눠 6주 동안 관찰했다.
연구 결과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10분씩 쪼개 운동한 그룹도 30분을 연이어 운동한 그룹과 마찬가지로 체지방량이 추가로 늘어나지 않은 것. 연구진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10분씩 쪼개서 운동을 해도 비만 해소는 물론 추가로 체지 방량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냈다.
많은 의학자들이 이 결과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10분을 다시 5분, 나아가 1분씩 쪼개 운동을 해도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 나왔다. 결국 A씨가 5~15분씩 하루에 3~5회 정도 제자리 달리기나 걷기를 할 때 약간 숨이 차오르는 것도 운동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는 얘기다.
1분간 운동을 30회로 쪼개 하는 사람과 단 한 번에 30분을 이어서 운동하는 사람의 소비열량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당연히 '30분간 계속한 사람이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할 것이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총 소비열량은 양 쪽이 똑같다. 열량은 움직이는 것과 비례해 소비되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체지방 소비량은 한 번에 30분을 운동하는 쪽이 더 많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체중 감량의 효과는 양쪽이 같다. 전체 소비열량이 같기 때문에 체중 감량의 정도가 같은 것이다. 결국 단기적인 효율성을 따진다면 30분을 이어서 운동하는게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30분간 고통을 참아가면서 죽어라 달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운동이 싫다면 자투리 운동을 반복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땀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땀을 흘려야 운동하고 있는 것이며 땀을 흘리지 않으면 운동 효과가 전혀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땀은 운동 효과와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인해 발생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땀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체온조절시스템의 결과물이다. 몸 안에 열이 발생하면 뜨거워진다. 그러나 사람은 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항온동물. 이때 그대로 방치하면 무한정 체온이 올라가 자칫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을 밖으로 쫓아버리기 위해 땀을 만드는게 바로 체온조절시스템의 역할이다. 피부 표면으로 나온 땀이 증발하면서 열을 앗아가는 것이다.
운동을 오래 할 때 땀을 흘리는 것은 내부의 열을 식히기 위해 체온조절시스템이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만약 열이 자동적으로 식는 환경에서 운동한다면 땀은 나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수영이 그런 경우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렸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고 생각하면 틀린 생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찜질방이나 한증막에 오래 머물렀다 해서 체중은 줄어들지 않는다. 한증막에 있으면 몸에서 열이 나고 땀도 비 오듯 흐른다. 그러나 이 땀은 정상적인 인체의 체온조절시스템과는 무관하다. 몸 안에서 에너지를 소비해서 나온 땀이 아니라 외부에서 난방을 했기 때문에 더워 땀을 흘리기 때문이다. 또 땀은 미량의 소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물이 땀으로 빠져나가면서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다시 측정하면 체중은 원래대로 돌아가 있다. 이제 땀에 대한 맹신을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