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이내에 응급조치해야
급성 심근경색은 환자의 절반 이상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목숨을 잃는 치명적인 병이다. 보통 남성 45세, 여성 55세 이상을 급성 심근경색 위험 군으로 분류하지만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과 흡연,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30대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급성 심근경색에 걸리면 극심한 가슴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된다.
통증은 어깨나 팔 쪽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구토 증세가 나타나며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가끔 정신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즉각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1시간 이내에 조치를 취하면 사망률을 50% 이상 낮출 수 있다. 아무리 늦어도 6시간 이내에는 치료를 받아야 생명을 건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심근경색 환자의 80% 정도가 6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40%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침을 맞거나 민간요법 등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뒤늦게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근경색은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종합병원 응급실마다 심근경색 환자를 30분 이내에 조치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진다. 1시간 이내에 응급조치를 하면 대부분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흉통 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119에 전화를 걸도록 한다. 순환기내과에서는 주로 심장동맥 내부의 혈전을 녹이거나 스텐트로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한다.
심장 보호 7계명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동맥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를 없애야 한다. 보통 고지혈증, 고혈압, 흡연, 당뇨병,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가족력, 나이(남자 45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 등 9가지가 있다. 이 중에 가족력과 나이를 제외하고는 생활습관만 고치면 없앨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한순환기학회에서도 심장 보호 7계명을 발표한 바 있다.
첫째,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제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다양하게 먹을 것. 특히 녹황색 채소와 과일이 좋다. 수분이 많은 것 일수록 좋으며 주스보다는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심장병은 물론 뇌중풍(뇌졸중), 고혈압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둘째, 흡연은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다. 반드시 금연하고 술은 소주 반병, 맥주 1잔 정도의 가벼운 반주로 제한할 것.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과음 역시 간과 근육을 손상시켜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셋째, 짜고 기름진 음식을 삼갈 것.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올라간다. 소금을 하루 6g 이하로 줄이도록 한다. 튀기고 기름기 많은 육류 대신 콩과 생선을 먹으면 하루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200mg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넷째,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즐길 것. 빨리 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에어로빅, 체조 등이 좋다. 특히 40대 이후부터는 빨리 걷기가 가장 권장된다.
다섯째, 평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하고 관리할 것.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은 동맥경화증을 유발해 심근경색, 협심증, 뇌경색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수시로 자신의 몸 상 태를 체크해야 한다.
여섯째, 중년 이후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전조 증상이 의심되면 바로 병원을 찾을 것. 남자는 45세, 여자는 55세 이후 심장 질환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매년 받는게 좋다. 일곱째,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할 것. 마음이 편안하면 육체적 질병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늘 즐겁게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일성 씨의 '걷기'
프로야구에 해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속없는 찐빵'처럼 민숭민숭할 것이다. 그래서 야구해설가 하일성 씨의 존재감은 크다. 프로야구 자체보다 그의 해설을 듣기 위해 TV를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의 해설은 늘 톡톡 튄다. 그는 또 항상 밝다. 그러나 그에게도 병마와 싸웠던 아픈 기억이 숨어있다. 그가 쓰러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그 건강한 사람이 어떻게….'라며 말을 잃었다.
2002년 1월 23일 새벽. 그는 가슴이 답답해서 잠에서 깼다. 심한 통증은 없었지만 왼쪽 가슴과 왼 팔이 약간 저렸다. 그는 '기껏해야 담(痰)에 들린 거겠지, 별일이야 있겠어?'라며 잠을 재촉했다. 이 날 오후 1시 50분경 갑자기 왼 팔이 저리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가까운 병원으로 걸어갔다. 의사가 말했다. '큰일 날 뻔했어요. 빨리 수술을 합시다.'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3개의 심장혈관 중 2개가 막혀 있었다. 20~30분만 늦었어도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7일 뒤 다시 2차 수술. 결과는 성공이었다. 사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의심한 적이 없다.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는 일에 미쳐 살았다. 하루에 담배 3갑은 기본이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5일은 술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에 몸이 축 난다는 생각을 해도 그 날 밤 또 술을 마셨다. 한번 마시면 3, 4병은 금세 해치웠다. 그러다 덜컥 쓰러졌다. 호기는 사라졌다. 당장 담배부터 끊었다. 얼마 전에는 작심하고 술까지 끊었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데 술을 끊는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그렇지만 어떡하겠어요. 어떻게 되찾은 건강인데…. 지금이라도 지켜야지요.'
그는 지금도 자고 나면 손끝이 약간씩 저린 느낌을 받는다. 심근경색의 후유증이다. 그는 이제 삶을 겸허하게 바라본다. 조금만 아파도 반드시 병원을 찾는다. 건강에 대한 자만은 바로 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난생처음으로 운동이란 것을 한다. 완보 (緩步)와 맨손체조가 그것. 아무리 천천히 걷는다 해도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묵은 때를 벗겨낸 듯 몸이 개운해진단다.
'운동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도 쉬지 않고 할 수 있죠. 저는 걷기를 고른 겁니다. 죽을 때까지 걷고 또 걸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