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관리 노하우
글. 김태형(금융칼럼니스트, ‘저는 재테크가 처음인데요’ 저자)
수입 늘리기 vs 지출 줄이기
사람들은 무언가 문제를 해결할 때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까 항상 고민한다. 그 해결책 중 하나가 바로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돈에 쪼들리는 삶에서 수입을 늘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결코 쉽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최고의 재테크는 ‘쓰고 남을 정도로 많은 수입을 버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 실컷 쓰고도 남을 정도의 수입이 있다면 재테크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생각한 대로 수입을 늘릴 수 있다면 아마 ‘돈 걱정’이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자기계발, 사업구상 등을 통해 수입을 늘리는 노력이야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해결책일 뿐 외부 변수가 많아 나 혼자 잘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위험도 있어 녹녹지 않은 미션임에 분명하다. 다른 한 방법으로 지출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지출을 줄이면 현금 흐름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요, 나의 통제영역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지출관리라고 하면 단순히 돈을 아끼고 절약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출관리는 재테크에 있어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소득이 지출보다 많다는 것은 돈을 모으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소득보다 지출이 많다면 아무리 좋은 투자안이 있더라도 일단 돈 모으기가 힘들고, 설령 투자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포기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수익률 높이기 vs 저축액 늘리기
어떤 이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냐?’ 틀린 말은 아니다. 돈을 불리는 데 있어 수익률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현재 월수입 200만원인 사람이 있다. 현재 저축률은 20%로 수입의 절반인 40만원을 매월 4%짜리 정기적금에 투자하고 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이 절약을 통해 수입의 10%를 추가로 저축했을 경우를 살펴보면 매월 40만원씩 4%짜리 적금에 1년간 불입할 경우 만기 시 돌려받을 돈은 489만원가량이 된다. 헌데 수입의 10%를 추가로 저축했다고 하면 동일 조건에서 만기 시 돌려받는 돈은 733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만약 원래대로 매월 40만원씩 불입하는 사람이 1년 후 733만원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몇%짜리 적금에 가입해야 할까? 정답은 ‘89%짜리 적금’이다. 현재 저축률이 적은 사람이라면 그 차이는 더 명확해진다. 현재 저축률이 10%에 불과한 사람이 있다면 10%만 더 저축해도 147%짜리 정기적금에 가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결국 정기적금이나 어떤 투자상품에 가입할 때 금리를 따져보곤 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가입금액이라는 얘기다.
보통 사람들은 재테크를 시작할 때 어떻게 하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까에 온 신경을 집중하곤 한다. 현재 지출하고 있는 부분에서 추가로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나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마땅하다. 효율을 높이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다시 말해 지출관리부터 해보고 나서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어떤 주식이 대박이 났다더라’라는 식의 고수익 대박 열풍에 휩쓸리는 것이 다반사요,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소비와 지출로 카드값에 허덕이는 모습들을 쉽게 목격하곤 한다. 이렇게 되면 ‘돈의 노예’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인 지출관리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절약도 투자다!
글.이준형(한국재무설계 공인재무설계사)
현금 흐름표 작성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택마련, 자녀교육, 생활비, 노후준비 등 돈이 있어야 하는 곳은 너무도 많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없다 보니 저축을 하거나 투자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이 벌어드리는 소득으로 지출을 빼고 나면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생활도 빠듯한데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적은 금액이라도 천천히 준비해 나가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현금흐름표를 작성해 보자. 혹자는 “투자할 돈이 없는데 무슨 말이냐?”라고 말할 수 있다. 절약을 하고 싶어도 절약할 구석이 없는데 어떻게 투자를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허리띠를 조여도 저축할 여력이 없는 가정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잘 살펴보자. 우선 빈 용지를 꺼내어 중앙으로 줄을 긋고 왼편에는 내 월수입을 적고, 오른편에는 현재 가정에서 쓰고 있는 돈에 대하여 적어 본다(예: 보험료, 교육비, 통신비, 관리비, 생활비, 외식비 등). 그리고 각각의 항목별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체크해보면 아주 적더라도 절약할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사용하다 보니 실제 생활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계부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그러나 가계부를 기록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가계부를 적는다는 것은 한정된 소득에 맞춰 예산을 세우고, 지출을 통제하여 저축을 극대화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다. 처음에는 아주 의욕적으로 사소한 내용까지 기록하면서 수입과 지출에 대한 집계도 내 보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기록하는 일에 소홀해져 단순히 현금의 출납만을 기록하게 되고 종국에는 그마저도 하지 않게 된다. 설사 계속 기록을 한다더라도 예산을 세운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않고 수입과 지출의 집계만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는 통장 관리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통장 쪼개기’라는 말이 있다. 자녀교육비, 노후생활비 등 각각의 목적에 따라 통장을 만들어서 관리하면 쉽다는 이야기이다. 이상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통장을 갖고 있다 보면 관리도 어려워지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그럼 통장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통장을 3개를 만들고 각각의 통장에 고정지출통장, 변동지출통장, 저수지통장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고정지출통장 (급여통장)
고정지출 목록을 정해놓고 급여가 이체되면 그 금액만큼만 남겨놓고 변동지출계좌에 이체시켜놓는다. 고정지출로는 매월 정액으로 지출되는 저축과 투자, 부채상환금, 보험료 등 자동 이체되는 항목을 위주로 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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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지출통장
생활비, 외식비 등과 같이 불규칙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이 계좌에서 관리하면 좋다. 이때 꼭 체크카드를 이용하도록 한다. 체크카드를 잘 이용하면 가계부를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이 통장을 이용하여 예산을 편성하면 좋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에 생활비 등으로 100만원만 사용한다고 정하고 처음부터 100만원만 이체시켜 놓은 후 사용을 하는 것이다. 체크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100만원 이상을 써야 할 경우 결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 저수지통장에서 일부를 가져다 사용하면 된다. 저수지통장에서 가져다 쓰는 만큼 사용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왜 써야 하는지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너무 무리하게 적은 예산을 잡지 말라는 것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요요현상을 불러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절약은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한다는 것이 생소한 방법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산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가 있게 된다. 덤으로 카드사에서 어디에 돈을 사용했는지 친절하게 기록해 주는 가계부(카드명세표)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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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통장
변동지출에서 사용하고 남은 금액 및 상여금, 기타 비정기적인 수입은 저수지통장에 옮겨 놓은 후 비정기적인 지출(휴가비, 경조사비, 의료비, 자동차 보험료 및 세금, 가족행사비 등) 및 비상 예비자금으로 운용한다. 이 통장은 가급적이면 CMA통장을 이용하면 좋다. 이렇게 통장을 쪼개므로 얻을 수 있는 이점으로는 첫째, 지출이 통제되므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게 되고 둘째, 소비성 지출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저축과 투자 등 비소비성 지출이 뒤로 미뤄지는 것을 방지하게 되어 꾸준한 자산증가의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월 계획된 수입을 제외한 부가 수입에 대한 별도 활용이 가능하여 긴급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이든지 시작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절약하여 투자를 시작하고자 할 때는 자신이 생각한 금액에 대해 바로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그 금액만큼은 떼어놓고 3~4개월 정도 생활해 본 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무리하게 절약을 하다 보면 중간에 포기하면서 여러 가지로 손해를 보는 것이 많다. 적금을 들었다면 규정된 이자를 받을 수 없고, 투자를 했다면 중도에 해약을 하게 되어 심할 경우 원금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절약도 투자다. 금융상품으로 10%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 현재의 지출에서 10%를 절약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체질에 맞는 계획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야 말로 미래의 재정상태를 향상시켜 나가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