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 풍토가 참 험하다는 고객의 한소리를 들었다. 딸이 혼기가 차서 중매를 몇 번 보다가 집안도 괜찮고 재력도 좀 있는 집으로 시집을 보냈다. 딸을 보내는 엄마의 심정은 그래도 돈 있는 집안으로 가면 잘 살겠거니 하고 혼인식도 시집에서 원하는 대로 화려하게 치르는 등 있는 것 없는 것 다해 보냈다.
하지만 살면서가 문제였다. 남자는 매일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왔고, 일에도 수완이 없어서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매일 투덜거렸다. 거기다가 자기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여자에겐“아이 가지면서 집안에 있어야지 어딜 다니냐”고 봉건주의적인 압박을 해댔다. 그러다 보니 둘은 매일 티격태격하게 마련이었고, 그렇게 궁합이 안 맞아선지 자식이 생길 수도 없었다. 5년이 되던 해에 결국 둘은 이혼을 했다. 여자든 남자든 두 사람 모두 결혼생활에 진력이 나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시작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딸을 둔 어머니의 입장에선 속이 탈 노릇이다. 다 큰 자식을 계속해서 데리고 살아야 할 판이다. 결혼도 너무나 화려하고 멋있게해서 친구들에게 딸아이의 이혼으로 속 타는 소리 한번 못해봤다. 손자 볼 때 안 되었느냐고 친구들이 물으면 이리저리 답만 피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사람에 대한 신뢰
살아가면서 결혼이 뭔지, 생활이 뭔지, 사람이 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가 돈이라는 것은 눈에 보여서 재테크든 어떤 수단이든 옳은 방법 등을 이용해 모으려는 목표를 갖게 된다. 그 목표를 위해서 꾸준하게 추구하는 것이 바로 돈이다. 돈이라는 물질은 눈에도 보이고 그 효용 또한 크게 느껴진다.
근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과 사람이 살면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에 대한 신뢰, 사람에 대한 통장이다. 앞의 사례를 갖고 눈에 보이게 표현을 해보자. 신랑과 신부 모두 서로에 대한 100이라는 통장을 갖고 있었다. 신랑은 결혼하자마자 술을 먹고 들어왔다. 신부는 그래도 회사에서 일이 많거니 했다.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이다 보니 신랑도 실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신부는 저렇게 매일 술 먹는 사람의 아들을 낳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신랑에 대한 통장은 80으로 잔고가 내려간다. 그러다가 싸움에 이르는데, 신부가 하고자 하는 공부 또한 못하게 한다. 애를 낳으라는 봉건적인 입장이 신부에겐 상처가 된다. 이때 통장은 다시금 50으로 내려간다. 마지막으로 냉전 중에 싸우다 보니 서로의 집안에 대한 갈등이 생긴다. 눈금은 또 내려간다. 결국 통장의 잔고가 바닥을 넘어 마이너스로 넘어간다. 이제는 마이너스 300이다. 신랑에 대한 신용이 어느 정도 마이너스일 때만 해도 신부는 참는다. 하지만 마이너스 500이 되니 결국 경매로 처분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것이 바로 신부에겐 이혼이다. 물론 신부도 100% 잘만 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갈등이라는 것이 어느 한쪽만의 잘못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반대로 신랑의 입장에서도 신부에 대한 통장은 원래의 100에서 점점 떨어지기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결국 그도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던 것이다.
가는 만큼 오는 것
이렇게 사람에 대한 통장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위력을 발휘한다. 이것은 결혼생활에서만이 아니다. 직장 같은 사회생활에서도 그렇고, 학생들사이에서도그렇고, 모든사람들사이에서그렇다.
성공했다는 사람은 어떤가. 성공했다는 사람 중에 평판이 나쁜사람이 있다고는 못 들어봤다. 그들은‘성공은 결국 인맥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고‘인간답게 살아보고자 성공을 추구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그들에 대한 통장은 100이 기준이라면 100을 훌쩍 넘게 마련이다.
우리 주변을 한번 살펴보자. 자기 배우자부터 시작해 친구들에게, 직장 동료들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몇 점짜리 통장을 그들에게 만들어 주었을까? 혹시 누구 것은 마이너스여서 내가 경매로 넘어갈 판이 아닐까? 그런지도 모르고 내가 인생을 잘 살고 있다고 엉뚱하게 우기고는 있지 않을까?
물론 모든 사람의 통장에 우수한 금액이 찍히게 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힘들고 가장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나의 지원군들의 통장에서만큼은 높은 금액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통장에서 낮은 금액을 유지하는 사람치고 그 인생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에 대한 신뢰통장을 생각해보면 함부로 행동할 수도, 말할 수도 없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높은 금액을 받아보자. 그러면 당연히 당신의 그에 대한 통장도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통장은 ‘가는 만큼 오는 것’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