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효율을 높이는 열쇠, ‘AR’
글로벌 물류업계는 AR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에 속속 나서고 있다. 피킹(picking), 포장, 적재, 배송 등 다양한 물류 작업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창고에서 빈번하게 수행하는 제품 조립 단계에 AR 기술을 응용하면 최종 작업 결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물류센터 피킹 및 포장 단계에서 유용하다. 각 직원이 주문 물품을 찾는 데 필요한 최소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 주문 상품 발송 단계에서는 배송 시간을 AR 툴(tool)로 표시해 운송업체에 전달하면 한층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AR 솔루션으로 물류센터와 배송인력 생산성을 높인 것은 물론 고객 만족도까지 향상시킨 셈이다.
DHL은 지난해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비전 피킹(Vision Picking)’ 파일럿 프로그램을 성공리에 마쳤다. 미국, 유럽, 영국 전역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물류센터 작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글로벌 물류 업체가 실제 산업 현장에 AR을 적용한 사례다. DHL은 향후 세계 각국 물류센터에 비전 피킹 기술을 적용해 물류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DHL은 비전 피킹 프로그램에서 AR 기술 기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물류센터 업무에 활용했다. 업무 정확도와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솔루션이다.
네덜란드의 한 DHL 물류창고에서는 3주간 지원자 10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들은 스마트 안경으로 물류센터 내 특정 제품이 위치한 구역·위치, 주문 수량, 수하물 하역 장소 등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받았다. 물품 운반 및 분리 작업 때문에 항시 소지해야 했던 물품 목록 서류와 바코드 스캐너 장비가 필요 없어지면서 두 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AR 스마트 글래스로 물품을 바라보면 자동으로 바코드를 스캔할 수 있어 한층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한 물류센터에서는 3주간 소화한 물량이 2만 건 이상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9,000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하기도 했다. DHL이 비전 피킹을 성공적 프로젝트로 평가한 이유다.
DHL은 비전 피킹을 ▲구글 알파벳엑스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가상 헤드셋 제조사 뷰직스(Vuzix)의 M100·M300 안경 하드웨어 ▲유비맥스(Ubimax)의 xPick 증강 현실 소프트웨어(SW) 등 3개 핵심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DHL은 미주·유럽 이외에 아시아 및 호주 물류센터에서도 동일한 형태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사업장에서 실시한 파일럿 프로그램 결과에 따르면 비전 피킹 도입 이후 생산성은 평균 15% 상승했다. 작업자들의 업무 정확도도 크게 높아졌다. 직관적이며 편리한 사용 방식 덕에 신규 작업자 대상 교육 시간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DHL은 앞으로 더 많은 물류 현장에 해당 솔루션을 적용해 업무 생산성과 정확도를 높일 예정이다. AR, VR을 기반으로 교육, 유지보수, 공간크기 계산 등 물류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DHL ‘비전 피킹’. 자료:유비맥스
AR, 라스트마일 경쟁 히든카드 되나
국내외 전자상거래 업계는 ‘라스트마일’ 경쟁에 한창이다. 고객과 유일하게 대면하는 배송 단계의 만족도를 높여 충성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언제 어디서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 확산에 따라 보다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징둥닷컴, 라쿠텐 등 글로벌 온라인쇼핑 업체가 풀필먼트(Fulfillment),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배송, 드론 등을 속속 선보이며 물류 차별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로켓배송’을 선보인 쿠팡을 필두로 이베이코리아,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이 치열한 배송 경쟁을 벌이고 있다.전자상거래 업계는 무엇보다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데 집중한다. 고객이 상품 결제와 동시에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 오프라인 유통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만큼 주문 상품을 빠르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온라인쇼핑 배송기간은 평균 3일 안팎이었다. 최근에는 일정 시간대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했다.
배송 단계에서도 AR을 이용하면 한층 정확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물품 배달에 소요되는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한층 빠르게 다음 배송을 준비할 수 있다. 현재 택배기사는 하루 업무 중 3~4시간을 배송 물품을 분류하는 데 사용한다. 통상 택배기사는 가장 먼 도착지 물품을 안쪽에, 가장 가까운 고객 물품을 앞쪽에 쌓는다. 물품을 바로 꺼내서 배송하기 위함이다. 배송차량에 쌓은 물품이 뒤섞이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교통 정체를 피해 최단 거리를 찾아야 하는 등 확인이 필요한 정보가 산재한다.
DHL 비전 피킹 프로그램처럼 AR 기반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면 배송 인력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스마트 글래스로 배송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형태다. 스마트 글래스로 바코드를 읽어 목적지를 확인하면 한층 빠르게 물품을 적재할 수 있다. 이외에도 물품 무게, 취급법 등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송 경험이 적은 작업자라도 효율적으로 목적지까지 물품을 전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AR 솔루션은 배송기사가 처음 방문했거나 건물 내부를 탐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유용하다. 주변 상황을 기준으로 목적지 방향을 표시한다. 스마트 글래스가 아닌 트럭 앞 유리에 필요한 정보를 노출하는 기능도 기대된다. 내비게이션 기능은 물론 적재 화물 상태, 교통 상황, 다음 목적지 등을 확인하면서 수행해야 하는 작업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배송 효율을 높일 수 있다.
DHL ‘비전 피킹’. 자료:유비맥스
일상을 파고드는 AR
AR은 우리 일상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DHL을 비롯해 아마존, 페이스북, 제너럴일렉트릭(GE), 메이오클리닉 등 다양한 업체가 상용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제품에 AR 솔루션을 탑재하는 것은 물론 제품 개발, 제조, 마케팅,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백화점이 ‘AR 메이크업’을, KT와 KTH가 ‘AR마켓’을 각각 선보이며 온라인쇼핑에 접목했다. 또한 국내 한 언론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AR을 활용한 차세대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DHL의 비전 피킹을 벤치마킹해 AR 솔루션을 탑재한 스마트 글라스를 물류센터 작업자와 배송기사에게 지급한다. 마이크, 블루투스, 바코드 스캐너로 구성된 AR 시스템도 활용하며, 작업자는 스마트 글래스로 물류센터 상·하차 품목 및 재고 위치 전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향후 프로젝트 결과에 따라 일반 고객이 기존 보다 빠른 물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AR을 유통 산업에 접목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정부는 지난해 ‘유통 산업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수립하고 ‘유통 산업 융합 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 VR·AR 표준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3개 분과로 운용한다. 얼라이언스는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융합· 협업 연구개발(R&D) 과제 발굴 ▲민간 표준 개발·보급 등을 수행한다. 정부는 AR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실증 사업 및 상용화 기술 개발에 2023년까지 총 15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AR 솔루션을 물류 현장에서 활성화시키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 정교하고 매끄러운 AR 솔루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글래스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 단말기의 무게 개선이 요구된다. 실제 환경과 가상 정보를 조화롭게 제공하기 위해디스플레이 개선, 센서 및 SW 기능 강화, 사용자 요구 정보에 대한 결과값 노출 시간 단축도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