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C란 무엇인가
NFC는 ‘Near Field Communication’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이름 그대로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의미한다. 10cm 내외 가까운 거리에서 이뤄지는 비접촉 통신기술이다. 무선주파수 13.56MHz 범위에서 424kbps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암호화 기술 적용으로 여타 근거리 통신 기술에 비해 높은 보안성이 장점이다. 정보를 읽어 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쓰는 것도 가능해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다. 지금처럼 사물인터넷(IoT)이 대두되기 전부터 모든 사물·전자기기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통신기술로 기대를 모았다.
기술 개발은 소니와 필립스 등에 의해 2000년대 초반에 이뤄졌다.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면서부터다. 갤럭시S2에 NFC 안테나가 탑재되자 시장은 곧 NFC 전성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했다. 통신사와 금융권에서도 앞다퉈 NFC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지갑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높은 배터리 소모율은 이용자가 NFC 기능을 항상 꺼놓게 했다. 이로 인해 NFC 응용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매번 기능을 다시 켜는 번거로움이 이어졌다. 결제 시장에서는 NFC 인식 단말기가 별도로 필요한 점 역시 발목을 잡았다.
NFC 기능이 가장 활발히 쓰이는 교통카드 분야는 ‘카드모드’ 제공으로 이 같은 단점을 일부 해소했다. NFC 유심카드를 적용한 국내 단말기에서 제공하는 기능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순간에만 배터리가 조금 소모된다. ‘읽기·쓰기’ 기능이 상시적으로 활성화된 일반 NFC 기능과는 차이가 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총아 NFC
NFC 시대 개화가 늦춰진 데는 애플의 한발 늦은 행보도 한몫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를 위시한 안드로이드 진영이 일찌감치 NFC를 도입한 데 비해 애플은 아이폰6에 들어서야 NFC를 탑재했다. 자체 모바일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선보이면서다.애플페이는 NFC 기능과 지문인식 기술 ‘터치ID’를 접목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오프라인 간편결제 분야의 새 지평을 열었다. 물론 애플페이 결제를 받아들이는 상점에 NFC 수신이 가능한 단말기 설치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만일 단순 결제플랫폼 사업자라면 시장에 새로운 기술과 단말기 보급을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애플은 달랐다. 아이폰이 지닌 높은 점유율과 인기를 바탕으로 해외 대형 유통망, 백화점, 프랜차이즈 등을 협력사로 확보했다. 나아가 NFC를 탑재한 애플워치로 애플페이 기능까지 제공하면서 이용자 편의를 극대화했다.국내에서는 아직 애플페이가 지원되지 않는다. 대신 삼성전자 삼성페이가 오프라인 간편결제 분야를 주도했다. 삼성페이 역시 NFC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삼성페이가 전면에 내건 기술은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다. 별도 결제 단말기 설치 없이도 기존 카드 결제 단말기를 그대로 이용 가능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NFC 안테나와 무선충전 수신부, MST 안테나를 통합한 일체형 모듈로 이를 구현했다. 범용성 높은 MST 기술 덕에 삼성페이는 빠르게 보급됐다.
삼성페이 역시 NFC 기반 모바일 결제를 지원한다. 현재는 MST 기반 결제 비중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NFC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카드 가맹점 결제 단말기를 IC단말기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NFC 결제 기능 연동 논의도 이뤄지는 상황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양강 구도를 형성한 애플과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이용자의 경제 활동 습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오프라인 상점에서 결제하는 행위를 이제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은 NFC 기술이 보다 넓은 분야로 확산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점차 확산되는 NFC 기반 결제 플랫폼
사람들이 스마트폰 기기를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에 친숙해지면서 다양한 결제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급결제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카드 업계 역시 NFC와 QR코드 등에 기반을 둔 새로운 결제 플랫폼 확산에 긴장한 것은 마찬가지. 국내 7개 카드사는 NFC 결제 공통 규격 ‘저스터치’를 개발하여 곧 서비스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 잠금해제 후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CU, GS25, 이마트24, 홈플러스, GS슈퍼마켓, 랄라블라 등 전국 3만 3,000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국내 카드업계는 지난 2016년 모바일 협의체를 출범하고 비자, 마스터카드 등 해외 카드사 표준규격 단말기에 대항하기 위해 저스터치 개발을 추진했다. 공통 NFC 규격을 마련해 결제 단말기를 효율적으로 보급하고 시장 주도권도 잡는다는 구상이다. 다만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는 데 드는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카드사 간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연내 8~9만 대를 보급하고 차후 40만 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삼성카드가 저스터치 사업에서 발을 뺀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가 자체 NFC 결제 서비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샤오미도 미밴드 신제품에 NFC 간편결제 기능을 넣었으며, 스마트 밴드 분야 선도 업체인 핏비트(Fitbit)는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워치 아이오닉과 버사 등에 NFC를 탑재, ‘핏비트 페이’ 를 구현했다. GPS 전문업체이자 전문 액티비티용 웨어러블 기기에 특화된 가민(Garmin) 역시 스마트워치 제품군에 NFC 기반 ‘가민 페이’를 도입했다. 야외 활동이나 운동 중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가지고 나가지 않아도 자유롭게 물을 사 마시거나 상점에 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핏비트 페이와 가민 페이 역시 아직 국내에서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2017년 6월 정부기관 최초로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이 업무용 PDA폰에 앱만 설치하면 신용카드 단말기처럼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폰2폰(Phone to Phone)결제’의 상용화에 성공하여 주목받았다. 올해 4월 우본이 개최한 ‘2018 KP 핀테크 해커톤’에서는 우표 콘셉트를 활용한 웨어러블 NFC 결제 솔루션을 시연한 ‘디마이너(D-miner)’ 팀이 우수상을 수상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방가전부터 축구공까지 활용도 높여가는 NFC
NFC 기술 활용도에 대한 기대감은 결제 분야에서 가장 높았지만 여타 다른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올해 우리에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보게 했으나 독일전 승리라는 짜릿함도 함께 안겨준 러시아 월드컵, 그 공인구인 ‘텔스타 18’에는 처음으로 NFC칩이 탑재됐다. 스마트폰으로 연결 후 공을 가볍게 두드리면 공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가 열린다. 킥 속도를 측정하거나 위치 추적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스타 18을 제작한 아디다스 측은 차후 NFC 기능으로 스마트폰에 연결해 참가할 수 있는 스페셜 대회나 독점적인 축구 관련 콘텐츠 등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최근 유치원 통학버스 등에서 어린이 차량 갇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관련 사고 예방 시스템에도 NFC가 활용됐다. 통학차량 제일 뒷좌석과 차량 외부에 NFC 태그를 부착, 운전자가 모든 아동의 하차를 확인 후 스마트폰으로 태그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NFC 지원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열쇠를 대체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이 기술은 스마트폰에서 앱 실행 후 차량 손잡이에 갖다 대면 문 잠금이 해제된다. 이어 무선충전 패드에 스마트폰을 올리고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차량 손잡이와 무선충전 패드에 NFC 모듈을 삽입, 차량과 스마트폰 간 통신이 이뤄지도록 하는 구조다.
전자레인지와 같은 주방가전이나 디지털카메라, 복합기, 헤드셋, 스피커 등 전자기기에도 NFC 기능은 이미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NFC 태그를 인식, 요리 레시피를 제공 받거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옮길 수 있다. PC 연결 없이 바로 스마트폰에서 프린터를 NFC로 연결, 출력하는 제품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NFC는 현 시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이용자 습성이 모바일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이제야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다양한 전자기기를 통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급결제 분야에서도 다시 조명 받는 지금, NFC 전성시대가 열릴지 주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