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씨의 고민
“신용카드 결제일이 다가오면 조마조마 합니다. 특별히 카드를 많이 긁은 것도 아니고 별로 쓴 것도 없는데 신용카드 사용액은 150만 원이 훌쩍 넘을 때가 많거든요. 월급 실 수령액이 3백만 원도 안 되는데, 소득의 절반 이상을 카드 값으로 소모하고 있는 셈이에요. 매달 주택담보대출 많이자도 50만 원씩 나가고, 개인연금신탁도 50만 원씩 자동이체 됩니다. 남은 자금으로 보험금, 공과금, 세금 등을 내고 나면 월급통장은 항상 마이너스죠. 이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불경기에도 신용카드 사용 늘고 있다
직장생활 10년 만에 서울 강남지역에 아파트를 마련해 회사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조모 씨(42)는 일부러 지갑에 두둑한 현금을 갖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 씨는 “신용카드를 쓰면 내가 가진 돈이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반면, 현금을 갖고 다니면 결제할 때마다 내 돈이 얼마나 나가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더 절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지갑만 배불뚝이로 만드는 사용하지 않는 신용카드부터 빼서 파기해야 한다.사실 신용카드 사용을 절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신용카드 사용액이 계속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용카드 이용 건수
는 하루 평균 1,202만 7천 건을 기록, 처음으로 1,200만 건을 넘어섰다.이는 전년 동기 하루 평균 1,027만 7천 건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17%나 증가한 수치다. 신용카드 이용 건수는 지난해 2분기 1,139만 9천 건, 3분기1,182만 4천 건, 4분기 1,181만 6천 건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사용 건수의 증가 폭에 비해서는 작다고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금액도 늘어났다. 1분기 하루 평균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1조 2,3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가
증가했다. 특히, 신용카드, 체크카드, 선불카드, 직불카드 등을 합한 1분기 일 평균 카드이용 실적은 1,453만 3천 건에 1조 3,260억 원으로, 각각 20.5%와 3.4% 증가했다.
어차피 쓸 거면 현명하게 사용하라
물론, 신용카드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게 불가능한 것도 현실이다. 이 때문에 가급적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되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먼저 가급적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사용을 늘리는 게 대안이다. 체크카드를 쓰면 통장에 들어있는 자금 한도 내에서만 결제가 되므로 소득에 맞게 소비할 수가 있다. 특히, 연회비가 아예 없는 체크카드가 많아 알뜰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신용카드를 꼭 써야 한다면 가급적 1장만 쓰도록 해야 한다. 많은 카드를 사용하면 연회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소비내역을 점검하는 것도 번거롭다. 특히, 포인트 활용면에서도 여러 카드를 쓰면 포인트가 분산될 수밖에 없는 만큼 1개 카드로 포인트를 몰아 쓰는 것이 현명하다.
신용카드에 안전장치를 걸어두는 것도 아이디어다.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이용내역 등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전송하는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신용카드를 결제한 후에 다시 한번 자신이 쓴 금액을 상기시켜주는 만큼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데 적잖은 효과가 있다. 참고로 신용카드 뒷면 서명란에 반드시 서명을 해 둬야 분실시 부정사용으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할 때 유리하다.
사용한 후라면 꼭 포인트를 챙겨라
고객들이 사용하지 않아 자동 소멸되는 포인트는 연간 무려 3백억 원이 넘는다. 카드사에서는 사용처에 따라 카드사용액의 0.1~10%를 적립해 주고 있다. 통상 1포인트는 1원의 가치가 있다. 1년에 1천만 원 카드를 긁으면 포인트는 5만 원 정도가 쌓이는 것이다.
포인트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카드마다 다른 만큼 카드사에 문의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통상 신용카드 포인트의 유효기간이 5년이란 점도 기억해야 한다. 가족들이 각각 모은 포인트를 합산해 주는 ‘가족 포인트 합산제’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카드사 상담원에게 신청하면 가족 중 한 명에게 포인트를 몰아줄 수 있다. 포인트 파크(www.pointpark.com)를 비롯한 포인트 사이트를 참조하라.
카드사가 자체 운영하는 포인트몰에서 물건을 사는 방법도 있다. 요즘 카드사들은 인터넷 쇼핑몰과 연계해 비교적 다양한 물건과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포인트를 쌓겠다며 신용카드를 마구 긁어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신용불량자가 된 다음엔 포인트도 아무 소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