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씨의 고민
주식을 했다가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지만 다들 힘들다는 요즘, 세계적 불경기에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TV에서 연초대비 주가상승률이 50%를 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지금 잠깐 이렇게 회복이 되는 건지, 아니면 점점 좋아질 건지 궁금합니다. 그걸 알아야 다시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섣불리 손을 대선 안 된다는 걸 알 테니까요.
중국도 오르고 우리도 올랐다
중국의 주가상승률 호전에 이어,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도 1월 1,157.40으로 출발, 3월 한때 992.69까지 추락했다가 7월 17일에 1,440.10까지 치솟았다. 이 정도면 연중 최고치다. 종가 기준으로 종합주가지수가 1,440을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이유를 찾자면, 먼저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가장 큰 배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 말해 주식이란 기업들의 값어치다. 주가에 주식 발행량을 곱하면 시가 총액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가 커지면 주가도 따라 올라가고 그 반대면 주가도 내린다. 기업의 가치는 곧 그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많이 내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각 기업의 이익은 급속도로 축소됐다. 그래서 증시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가 나섰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풀었다. 유동성을 공급,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처럼 막대한 돈이 풀리며 돈의 가치는 급속도로 떨어졌다. 주식의 가치가 그대로라도 돈의 가치가 전보다 못하다면 화폐로 표시되는 주식은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맞다. 화폐의 양이 늘어난 만큼 주식의 양이 늘어나지 않았다면, 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러한 사례가 있었다
이는 2001년 9ㆍ11 테러 당시 주가 흐름과 비슷하다. 당시 500대를 넘나들던 종합주가지수는 9ㆍ11 테러 소식에 460대까지 밀렸다. 증권회사들은 모두 주식을 내다 팔 것을 주문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며칠 후, 증시는 오르기 시작해 940대까지 치솟았다. 가장 큰 이유는 미 FRB가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며 당시 5%대였던 기준금리를 1%대까지 낮췄기 때문이다. 금리가 떨어지자 시장엔 막대한 자금이 풀렸고, 이러한 자금이 전 세계 증시를 끌어올렸다.
이번에도 FRB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했다.
세계 각 정부가 과감하게 재정확대 정책을 쓴 것도 한몫 했다. 정부 곳간이 비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각국의 정부는 막대한 돈을 썼다. 내수진작과 경기부양책이란 명분 앞에서 누구도 이를 비난할 순 없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풀리며 주식시장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은 계속 오를 것인가
풍부한 유동성의 공급이 상반기 주식시장을 끌어올린 가장 큰 힘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출구전략’으로 전환하는지 여부다.
세계 각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푼 자금, 이렇게 형성한 풍부한 유동성이 경기부양이 아닌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거품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 이 때문에 이젠 출구를 찾아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만약, 정부가 본격적인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 금리는 올라갈 것이고, 주식시장 또한 약세로 전환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곧바로 유동성 회수에 나서기는 힘들다.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긴 힘든 국면인데, 자칫 유동성 회수에 나섰다가 경제에 다시 충격이 가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기조의 변화가 없을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점은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그 수혜가 일부 종목에만 국한되리라는 사실이다. 경제위기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의 경우, 더 큰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게 된 반면 탈락자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승자독식효과’다.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이 깜짝 실적예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말 이후 경제위기과정에서 몇몇 반도체 업체가 파산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진 것이 주효했다. 세계적인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가 최대 순이익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따라서 만약 주식에 투자를 한다면, 이런 승자독식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