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씨의 고민
“‘누군가그러더군요.‘ 몇 억 원의 주식이나 수십 억 원의 부동산을 가진 부자보다 인생 전반에 걸쳐 현금 흐름이 원활한 보통사람이 더 행복한 부자’라고요. 사실 먹고 살기 힘들고 남는 돈도 없는데 재테크나 자산관리는 돈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 저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복잡한 거 말고 대박 날 부동산이나 펀드 좀 찍어주세요.”
IMF 이후로 경제 환경이 급변했다
IMF 이전에는 돈과 관련해 특별한 전략이나 철학이 중요하지 않았다. 직장이나 사업을 해서 번 돈을 최대한 아껴서 은행의 고금리 상품에 묻어두고 어느 정도 쌓이면 집을 사든지 넓히면 그만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녀의 교육비도 지금과 같이 심각하지 않았고 심각한 부동산 문제도 없었으며, 노후는 퇴
직금만 나오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였다.
하지만 IMF 이후에는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감소와 정년 보장이 사라지고 경제는 저성장 고물가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어 은행의 이자만으로는 치솟는 교육비와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길어진 노후를 감당하기 힘들고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낮은 이자의 단순 예·적금은 세금을 제하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안전한 것만을 고집해서는 오히려 시간이 경과할수록 자산 증식은커녕 돈의 가치가 하락해 원금을 까먹을 뿐이다.
또 저금리 시대에 금융상품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개인과 가족의 인생 주기에 맞게 가장 효과적인 금융상품으로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박 날 부동산이나 펀드 좀 찍어주세요
IMF 이후, 우리 국민들의 돈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지난 몇 년간‘재테크 열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10억만들기’가 최대의 관심사였고, 그 어느때보다 부동산, 펀드에 열광했다. 그러나 열심히 돈을 좇다보니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고통과 노력이 요구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재테크 결과가 좋지 않
으면 가정의 경제와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가족을 위한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부동산으로 얼른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무
리한 투자를 시작한다. 또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보다는‘어떤 펀드가 대박 났다’는 소문에 앞 다투어 뛰어든 경우가 많다. 이는 삶이 중심이 아
니라 돈이 중심이 된 상황으로, 우리의 삶을 중심에 두고 그 수단으로 돈을 활용하는‘재무설계’를 하지 않고, 바로‘재테크’에만 열을 올린 결과다.
재테크는 단어 자체가 단기적이고 계획성 없는 자금운용으로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이나 투자처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수익률이다. 남보다 먼저 그런 정보를 얻으려니 당연히
마음이 바쁘고 불안하다. 반면, 재무설계는 현재의 지출·저축·투자에 관한 계획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
생흐름에 맞춰 벌어들일 돈과 쓸 돈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재정계획을 짜서 그 결과를 평가 조정하는 과정 전체를 말한다. 그럼으로써 장기계획을 바탕으로 잉여자금의 쓰임새를 미리미리 계획하고 실천방안을 짜기 때문에 심리상태는 안정되고 실천 가능성도 높아진다.
재무설계 바탕의 자산관리 실천하자
가계의 수입과 지출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획적으로 돈을 관리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며, 돈은 얼마를 버느냐 보다 얼마를 남기고 저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절약과 재무설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적게 벌더라도 차근차근 재산을 불려나갈 수 있다. 체계적인 재무설계가 전제되지 않는 재테크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테크를 하기 전에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고, 어디에 얼마를 저축하고 투자를 할 것인지 먼저 계획하자. 같은 금융상품이라도 재무목표, 운용기간, 투자성향, 자산규모, 직업과 소득에 따라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 남들이 좋다고 높은 수익률이 난다고 무턱대고 가입했다가는 실패할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지금부터는 나와 내 가족의 미래 계획을 먼저 세우고 그에 맞는 재무설계를 바탕으로 현명한 자산관리를 실천해 보자.
재무설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나와 가족의 인생에 필요한 여러가지 재무목표를 정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우선순위를 결정하자. 둘째, 자신의 수입과 지출, 부채 등 재정상황을 파악하고 진단한다. 그 동안 이렇게 저렇게 가입한 금융상품들이 내 상황에 알맞고 효과적인지 꼼꼼하게 전문가의 분석을 받아야 한다.
셋째, 재무목표와 본인의 재정상황에 맞게 필요자금의 규모와 준비기간 등을 정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실행한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라.
분기나 연간 단위로 재무목표의 달성도나 상품의 운용상태 등을 점검하고 평가하여 지속적으로 재무목표 달성을 위한 관리를 해나간다.
재무설계는 사실 복잡하고 전문적인 과정이므로 평소 거래하는 특정 금융회사 직원의 조언으로 하기 보다는 믿을 수 있고 경험이나 실력 있는 재무설계사를 만나 여러 금융회사의 자료를 얻고 이를 비교 분석하고 의논해서 재무관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