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 아닌 전 세계 팔로어에게 ‘짹짹’
미국 영화배우 애쉬튼 커처는 최근 휴대폰을 통해 ‘우리가 어떤 이의 고통을 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우리에게 그 사람을 도울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자를 띄웠다. 과연 몇 명이 이 메시지를 받았을까. 정답은 무려 500만 명 이상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그가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올릴 경우 이를 사전에 등록된 사람, 즉 팔로어(Follower)들에게 바로 전송하는 서비스다. 커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어를 자랑한다.
원래 ‘트윗(tweet)’이란 영어로 작은 새가 ‘짹짹’ 우는 소릴 의미한다. 따라서 ‘트위터’ 란 ‘짧게 재잘거리는 사람 또는 그 말’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주변 지인이나 친구에게 쉽게 알릴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한 트위터 사용자가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역까지 차로 1시간 째 이동 중, 우회하는 것이 상책’이란 글을 올리면 이 트윗이 사용자의 친구나 지인, 즉 팔로어로 등록된 이들에게 자동 전송되는 방식이다.
기존 메일이나 문자 서비스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성에 있다. 누군가의 팔로어로 등록하는 데에 아무런 제한도 없는 것. 트위터 계정을 만든 뒤 특정인의 팔로어가 되겠다고 등록만 해 두면 당사자의 승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이 올린 이야기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평소에는 근접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마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 것처럼 엿볼 수가 있다. 이를 ‘팔로잉(Following)’한다고 일컫는다. 유명인의 팔로어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팔로어는 무려 17만 명이 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팔로어는 400만여 명이나 된다. 실제로 아무런 관계도 아니지만 마치 문자를 나누는 친한 관계처럼 포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허영심을 채워주는 면도 없지 않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빛을 본 트위터
특히, 트위터는 기껏 140자밖에 안 되지만 그 안에 웹사이트 주소를 링크할 수 있도록 해 놔 정보 유통의 양이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메시지 상에서 바로 클릭 한번으로 인터넷의 사이트와 연결되고, 이를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은 물론 음악과 뉴스 등 다양한 정보도 만끽할 수 있다. 또 누구라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화면을 현장에서 바로 올려 전 세계의 팔로어들에게 전할 수도 있다. 연예인 뿐 아니라 평소 존경하는 인물의 팔로어가 되면 그 사람이 올린 글을 통해 매일 매일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좋은 글을 올리는 사람은 팔로어가 계속 늘어나게 된다.
트위터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무려 4년여 전이다. 그러나 폭발적 성장을 하게 된 것은 무료 무선 인터넷 접속이 용이한 스마트폰이 확산된 뒤부터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며 회원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5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트위터 사용자는 5월 말 현재 40만 명으로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론 가입자 수가 1억 5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매일매일 33만 명의 사용자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트위터가 정보의 유통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데 있다. 전 세계의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들을 올리면서 트위터는 이미 어떤 기자나 신문·방송보다 많은 특종들을 양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이란 민병대가 쏜 총탄에 이란 여성 ‘네다’가 사망한 사건은 트위터가 가장 먼저 관련 소식을 세상에 알렸다. 2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중동을 방문한다는 사실도 트위터에 먼저 공개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 복귀 소식이 외부로 처음 알려진 것도 삼성 공식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기업 CEO의 일상사가 트위터에 공개되자 이를 토대로 한 기사들도 양산되고 있다. 박용만 두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등은 이미 팔로어가 수만 명을 넘는 스타 트위터다.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지 주목
물론 트위터의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 등이 사실인양 순식간에 유포되는 일이 적지 않다. 해외에선 트위터에 휴가를 간다는 글을 띄웠더니 한 팔로어가 도둑으로 변해 그 집을 턴 사례도 있었다. 회사의 기밀이 유출되는 일도 빈번하다. 또 가짜 트위터 계정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안이다. 지난 1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가짜 트위터 계정이 생긴 적도 있다. 또 동방신기, 이민호, 이효리, 이병헌, 장근석, 손담비, 소녀시대 등의 연예인도 가짜 트위터로 곤욕을 치렀다. 트위터 계정은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 비밀번호만 있으면 누구라도 만들 수있기 때문이다. 본인이나 실명 확인 절차 등은 아예 없다. 트위터가 앞으로 세상을 또 어떻게 바꿔 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보완해야 하는 사항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은 개인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