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외환은행 등 6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월말 기준 316조 7,742억 원으로 지난해 12월말보다 19조 8,218억 원(6.7%) 증가했다. 월 중 증가액이 지난해 월 평균 증가액 2조 6,517억 원의 7.5배나 된다. 은행에 넣어 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고 그렇다고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동산이나 증시에 투자하기도 겁나 사실상 현금으로 대기하고 있던 자금 중 일부가 안전하면서도 일반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특판예금에 정착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에 불과해 시중 부동자금의 절대 규모가 아직 큰 만큼 향후 시중 부동자금의 향배가 결국 올해 재테크 지형을 요동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 중에서도 과연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향할지가 관심이다. 실제로 지방 미분양과 달리 소위 강남3구, 특히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고 가격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서 올해도 그러한 상승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증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부동자금의 부동산시장 쏠림 전망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특히,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상승세보다는 일부 지역 집값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때문에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당분간 부동산시장이 양도세 한시 면제정책 종료라는 악재에 허덕일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양도세 한시 면제정책이란, 지난해 2월 미분양 주택 해소를 통한 주택시장 조기 정상화를 위해 시행된 세제 혜택으로 2009년 2월 12일~2010년 2월 11일 취득(계약)한 신축주택(분양 및 미분양)에 대해 입주 후 5년 간 양도소득세를 면제 또는 감면하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은 전용 149㎡(45평) 이하의 경우 양도소득세의 60%,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면적에 상관없이 100% 면제해주는 것. 5년 이후에 발생한 양도차익은 일반세율 및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된다.양도세 한시 면제정책은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은 민간분양 아파트 사업장 194곳의 청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절반 이상이 순위 내에 마감됐다. 그러나 지방은 대부분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고 청약률 0% 사업장도 상당할 정도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양도세 한시 면제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것은 경기침체 영향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주택시장 정책이 이원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규주택시장에 대해선 대부분 규제완화 조치에 나선 반면, 재고주택은 여전히 금융규제와 세제규제 등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 신규주택시장과 재고주택시장이 각각 독립된 성격의 시장이라기보다는 순환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이원적 접근방식을 취할 경우 문제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재고주택을 보유한 소유자가 신규분양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재고주택의 처분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쪽에선 풀어주고 있지만 한쪽에선 조이면서 정책이 시장을 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양도세 한시 면제정책이 제한적 효과에 그쳤고, 이마저 종료됨에 따라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특히, 분양물량 단기 쏠림으로 인해 미분양이 8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양도세 한시 감면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이 급증했던 만큼 미분양 증가세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물량 중 준공 후 미분양 물량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악성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신호다. 더군다나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단기적인 전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시장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또 전세가 상승은 향후 집값이 안정 또는 보합세에 머물 것이란 기대가 빠르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보다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본다면 전세계약을 하기 보단 대출을 얻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클 텐데, 그런 움직임은커녕 그 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도 부동산시장의 하향 안정세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려는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의 선순환을 위해 양도세 감면조치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은 적어도 조바심을 내면서 집을 살 때는 아니라는 얘기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큰손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시중 부동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다. 그러나 재테크에서는 절대 조바심을 내선 안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