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확실하지만 보충이 필요
국민연금은 국가가 최종적으로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국가가 존속하는 한 반드시 지급된다. 설령 적립된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 하더라도 그 해 연금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그 해에 걷어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서라도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노후를 국민연금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또한 전문가들 지적이다. 먼저 노후대비를 위해선 자신이 얼마 정도의 국민연금을 언제부터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연금은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워야 60세부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기본이나, 연금을 받는 나이가 출생연도별로 달라진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지금은 60세부터 받지만 1953~56년생은 61세, 61~64년생은 63세, 69년생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예상 연금액은 국민연금 홈페이지(www.nps.or.kr) ‘내 연금 알아보기’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국민연금 수령액만으로 노후를 즐길 수 있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다른 연금을 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재 20년 가입자들의 평균 수령액이 월 75만 원 정도라는 점을 떠올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정도가 충분하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75만 원은 실제 필요한 노후자금의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지금은 75만 원이지만 실제로 10년 후 20년 후 수령액은 얼마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국민연금은 물가가 올라도 실질가치가 보장되며 죽을 때까지 평생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매년 4월 전년 소비자물가 변동률만큼 연금 지급액을 인상한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국민연금이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최근 의학의 발달로 ‘장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오래 산다는 것은 분명 축복 받은 일이지만 별다른 준비 없이 오래 사는 것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젊은이보다 노인이 더 많아질 날도 멀지 않았다.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현재 7%)가 노령인구일 것이라는 통계도 있으니.
개인연금, 국민연금 보충하는 충분한 가치
이처럼 늘어난 노후를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보내기 위해선 3중 장치가 필요하다. 최소 생활비로서의 국민연금 그리고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의 연금소득을 통한 소득대체율(은퇴 전 대비 은퇴 후 소득 비율)은 70~80% 수준인데, 이 중 개인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나 된다. 은퇴 전 100만 원을 받았다면 은퇴 후 70~80만 원을 받고, 이 중 30만 원 정도는 개인연금으로 받는다는 얘기다.반면, 현재 우리나라 소득대체율은 40% 수준이고 그나마 개인연금의 기여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개인연금의 비중이 커져야 하지만 개인연금을 들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개인연금 가입률은 20%대에 불과하다.
한 생명보험사가 최근 2,0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후자금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국민연금(73.8%), 예·적금처럼 이자가 발생하는 금융상품(33.3%) 순으로 답했고, 노후에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은 27.5%에 머물렀다. 특히, 여성의 경우엔 노후준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일단, 여성의 평균 연령은 남성보다 5~10년이 더 길다. 매정한 말 같지만 ‘남편도, 자식도, 사회도 믿지 말라’는 격언을 가슴에 새겨둬야 가슴을 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혼자 살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 생각인 여성이라면 늦어도 30대 중반부터는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퇴직연금, 관심을 가져야 할 마지막 기둥
퇴직연금은 기업들이 사내에 적립했던 퇴직금을 외부 금융회사에 쌓아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게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2005년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퇴직연금 적립액 규모는 10조 3,345억 원이다. 하지만 퇴직연금에 가입한 회사는 4인 이상 기업체 중 22.6%에 불과하다. 다행히 최근 기업들의 퇴직연금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노후대비는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개인연금 보험상품 대부분이 복리를 적용하고 있어 가입기간이 길수록 수령액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확실한 현재를 너무 많이 포기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특히, 연금을 위해 너무 많은 보험료를 내는 것은 현재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저해할 수 있다. 가장 현명한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미래와 현재의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