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말에 초고속정보통신 기반망이 구축되고, 초고속 가입자가 400만에 달하는 등 정보 인프라가 선진국 수준으로 구축되어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디지털콘텐츠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콘텐츠는 국경이 없고 글로벌 단위로 생산·유통·소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디지털콘텐츠산업 기반이 약한 국가의 디지털콘텐츠시장은 외국 양질의 콘텐츠에 의해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망의 구축과 함께 정보통신망에 맞는 디지털콘텐츠 진흥을 정보통신부 중심으로 추진해 왔다. 그런데 1996년부터 논의되어 오고 있는 DB 보호 등 디지털콘텐츠 산업계의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디지털콘텐츠사업자가 영세하여 초고속정보 인프라에 적합한 디지털콘텐츠의 조기 발전이 어려운 상태이다.
현재의 국내 정보 인프라 수준에 걸맞게 디지털콘텐츠산업을 발전시키고 21세기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디지털콘텐츠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디지털콘텐츠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시장 원리에 따라 경영할 수 있는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의 주요 내용
자본주의사회에서 어떠한 산업이라도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가 시장 원리에 따라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 활성화의 기본적인 주체는 민간이 되어야 하고, 정부는 산업 전반에 걸친 기반을 조성하는 일과 법적 공백을 메워주는 일을 해야 한다.
정보통신망을 토대로 완전 자유 경쟁을 하는 디지털콘텐츠산업은 특히 이러한 구도를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은 디지털콘텐츠산업의 제반 기반을 조성하고, 디지털콘텐츠사업자의 투자를 보호하며, 사업자는 그 기반 속에서 자유롭게 디지털콘텐츠를 생산·유통·소비시킬 수 있는 체제를 담아야 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동법은 디지털콘텐츠를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재산으로 인정하고, 디지털콘텐츠 사업자가 디지털콘텐츠 제작를 위해 투자한 노력과 비용을 명확히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며, 디지털콘텐츠사업자와 정보통신사업자간에 협력 관계를 형성하여 디지털콘텐츠사업자를 새로운 사업군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법은 범정부적인 '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 추진 체계'를 마련하여 관련 부처가 창업 활성화, 표준화, 유통 촉진, 해외 진출 등 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정책을 집중하게 함으로써 디지털콘텐츠산업이 조기에 궤도에 오르고 디지털콘텐츠 선진국에 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쟁점 검토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제정 추진이 국회에서 발표된 이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저작권법·문화산업진흥기본법 등 기존 법과의 관계 속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있어 그 논리를 검토해 본다.
“기존 콘텐츠의 기술적 변형에 불과한 '디지털콘텐츠'를 별도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
디지털콘텐츠를 제작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야 하나, 디지털콘텐츠를 복제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고 비용과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게 들어간다. 아날로그 복제는 원본과 복제본의 질에 차이가 있고, 복제하면 할수록 질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디지털콘텐츠의 복제는 질이 원본과 같아 침해에 몹시 취약하고 부정 복제에 대한 유혹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투자와 노력을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면 제3자의 복제에 무방비 상태로 되고, 이렇게 되면 누구도 디지털화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이 발달하여 수많은 인터넷벤처가 등장하고 기존 정보 등을 디지털화하여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판매하는 디지털콘텐츠산업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장래를 밝게 하고 있는데, 그들의 투자를 보호 하지 않으면 그들의 투자는 徒勞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어느 누구도 디지털 콘텐츠사업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으로 디지털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견해
디지털콘텐츠 보호 하면 저작권법이 우선 연상되고, 디지털콘텐츠 중에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창작성을 보호하는 법이고, 창작적 표현이 아니면 보호되기 어렵다.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기술을 사용하고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이것을 저작권 법에서 말하는 창작적 '표현' 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저작권법이 있다고 하여 디지털콘텐츠가 안정적으로 보호되지 못한다. 아울러 디지털콘텐츠의 보호는 ① 기존에 비저작물이나 ②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작품 혹은 ③ 저작권법으로 보호되지 못하는 창작물을 디지털화한 자도 보호되어야 하나 저작권법은 이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먼저 만화작가로부터 디지털화의 허락을 얻어 디지털콘텐츠를 제작한 후 이를 온라인상에서 유료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제3자도 저작권자로부터 디지털화의 허락을 얻은 후 스스로 디지털화함이 없이 기존의 디지털콘텐츠를 그대로 복제하여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경우이다. 물론 사전에 저작권자와 분명히 계약함으로써 이를 해결할 수 있으나, 초기 투자비용이 들지 않는 제3자는 보다 많은 액수의 로열티를 제시할 수 있고 이러한 이유에서 저작권자와 디지털콘텐츠사업자간에 갈등이 생긴다면 저작권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디지털콘텐츠사업자는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두번째 사례로 100여권의 고전을 많은 노력을 들여 디지털화하여 CD롬으로 제작하여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데 제3자가 그 CD롬을 그대로 복제·생산하여 판매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상 보호해 줄 방법이 있을리 없기 때문에 디지털콘텐츠사업자는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또 다른 사례로서, 공공정보를 공공기관의 허락을 얻어 이를 디지털화하여 CD롬으로 작성하여 판매하자 곧 제3자가 이를 그대로 복제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저작 권법상 비저작물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므로 원 공공정보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것이며, 이 경우는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면 되고 디지털콘텐츠사업자의 보호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인 주장이다. 확실히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면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많은 권리들에 의해 보호될 듯하나 권리도 누군가가 이를 행사하여야 국가의 보호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을 가진 자가 나서서 금지청구, 손해배상청구, 고소를 하여야 하는데 우리 현실에서 공공기관이나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는 경우에 그러한 권리 행사를 할 것인지 매우 의문이다.
이상의 사례를 종합하면, 현행 저작권법은 디지털콘텐츠의 투자를 보호하는 데에 한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양질의 디지털콘텐츠를 확보하여 지식정보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디지털콘텐츠를 완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약화시킨다는 견해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의 조문을 보면, “이 법에 의한 디지털콘텐츠물의 보호는 저작권법, 컴 퓨터프로그램보호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한 권리의 행사와 구제 수단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여 디지털콘텐츠의 보호가 저작권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콘텐츠의 보호는 저작권에 근거하여 행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과 저촉하거나 저작권자의 지위를 약화시킬 수 없다. 오히려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가지고 직접 사업하는 경우는 드물고, 제3자(디지털콘텐츠사업자)가 이용 허락을 받아 사업을 하여 저작권자는 사용료 (로열티)만을 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허락받아 사업하는 자가 수익을 올려야 저작권자도 수입이 증대된다는 점에서 디지털콘텐츠사업자에게 자본 회수의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것은 저작물을 역동적으로 활용하게 하고 저작권자에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 줄 것으로 보인다. 즉, 이 법안과 저작권법은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저해한다는 견해
디지털콘텐츠의 보호 논리는 다른 사람이 디지털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콘텐츠의 불법 복제를 금지하여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투입한 투자를 보호함으로써 디지털화를 촉진하자는 데에 근본 취지가 있다.
이 견해는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예컨대, 이조실록을 어느 누가 먼저 디지털화 (CD롬으로 만들어)하면 그 CD롬을 누구나 자유로이 복제하여 배포할 수 없고, 또 다시 이조실록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금지한다면 정보 전달이 저해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의 내용은 일단 제작된 디지털콘텐츠의 불법 복제는 금지하지만, 원 콘텐츠의 디지털화는 누구라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저작권자가 있는 경우는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콘텐츠법이 제정되어 디지털콘텐츠의 투자가 보호되면, 수많은 디지털콘텐츠가 제작될 것이고, 인터넷이 대중화한 오늘날의 현실에서 정보 전달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촉진되고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의 개정을 통하여 디지털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견해
디지털콘텐츠의 투자 보호를 저작권법으로 할 경우 법 체계상 저작인접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연의 경우 비저작물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작물의 배포와 이용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저작인접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저작물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화에 대해 저작인접권을 부여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체계에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저작권법에서 수용할 경우 기존의 저작인접권자, 특히 음반제작자와의 형평성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먼저 디지털콘텐츠의 경우 투자를 회수할 수 있을 최소한의 기간으로 그 보호를 한정 할 필요가 있으며, 자칫하여 이에 대한 과보호는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디지털콘텐츠산업의 특성상 그 보호는 단기간(5년)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저작권법상 저작인접권은 50년간 보호하도록 되어 있어 디지털콘텐츠를 저작인접권으로 보호할 경우 50년간 보호하게 되어 과보호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디지털화에 대해 저 작인접권을 부여하면서 보호기간을 단기간(5년)으로 조정할 수도 있으나, 이럴 경우 거의 유사한 지위에 있는 음반제작자(50년간 보호)와 형평이 맞지 않게 되고 저작권법 체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작권법은 국제적으로 민감한 법으로 디지털콘텐츠의 보호를 저작권법으로 해결할 경우 관련 조약 및 국제통상 압력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디지털콘텐츠의 보호는 국제적으로 입법례가 없고 또 향후 관련 산업의 발전 추이에 따라 정착되어져야 할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법에서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는 별도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
IT산업은 인터넷의 활성화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디지털콘텐츠 중심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디지털콘텐츠산업은 독창성과 기술력이 중요하고 중소벤처기업에 적합하여 국내의 풍부한 대학 인력과 벤처 기반을 이용할 경우 지식정보사회의 국가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어디서나 쉽게 창업할 수 있어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유휴 인력을 흡수할 수 있다. 이런 점에 디지털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이 있다.
현재 국내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정보 인프라의 구축으로 활성화는 되어 있으나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 영국·일본 등 다른 나라와 같이 디지털콘텐츠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콘텐츠의 투자 보호 등 산업 기반을 조기에 조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중인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은 이러한 정책적 필요성을 법제화하고 있어 디지털콘텐츠산업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근거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법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법적 의의가 크고 세계 IT산업을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을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처는 동법의 취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디지털콘텐츠산업을 범정부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동참해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