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기본은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해 사업 실적을 개선하는 것임은 자명합니다. 그러한 최종물을 얻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호소를 합니다. “우리 회사는 이러저러해 믿을 수 있고 우리 제품도 이러저러해 좋다”라고, 효과적인 홍보/마케팅은 그 공략 대상인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출발하며,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와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 사이에 엄존하는 간극을 성공적으로 메워 나갑니다. '막연히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들도 그렇게 믿겠지'라는 생각들이 요즘 현대사회의 주류적 현상인 '뛰는 소비자에 기는 마케팅'을 양산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늘 가까이 하고픈, 그러나 언제나 멀찌감치 서 있는 짝사랑의 대상인 소비자에 대해 공부해 보기로 합시다. 학문적으로 깊이있는 내용이 아닌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 나갈까 합니다. 또한 여기에 소개되는 내용의 많은 부분이 중앙일보의 J-AD 플라자에서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시간과 공간의 지리학
먼저 재미있는 통계자료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0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잠정치)에 따르면, 전국의 인구를 우리나라 국토면적에 개인간 거리가 동일하게 배치할 경우 개인별 거리를 나타내는 인구접근도는 50미터라고 합니다. 사방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50미터만 지나면 한 사람씩 있는 셈입니다. 이는 지난 1995년 조사 때보다는 0.7미터 줄어든 것입니다. 5년 전에 비해 사람 사이가 70센티미터 가량 더 가까워졌다는 말이겠죠. 이건 순전히 물리적으로 표현된 거리입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이웃과의 감성적·정서적 거리는 어떨지 모르지만요.
그래선지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옆사람의 발을 밟거나 옆사람과 부딪쳐도 별로 미안하다는 내색을 하지 않죠.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을 만나면 좁은 곳에서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각 개인이 확보하고 있는 (물리적·심리적인) 거리 또는 영역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바쁘게 살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겠구요. 그런데 한국인의 삶의 스피드가 세계적으로 빠른 축에 속하지 않는다는 연구 조사 결과가 있어 눈길을 끕니다.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레빈은 그의 저서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 (원제 A Geography of Time)에서 각 나라별 삶의 스피드를 측정해 순위를 매겼습니다. 그는 삶의 페이스를 3가지 척도로 측정했습니다. 첫째, 걷는 스피드입니다. 도심지역에서 18센티미터 보폭으로 보행인들이 걷는 스피드를 말합니다. 둘째, 일 처리 속도입니다. 우체국 직원들이 우표 한 장 달라는 일반적인 요청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는가를 측정했습니다. 셋째는 공공장소에 있는 시계들의 정확성입니다.
이 연구 결과에서 삶의 스피드가 가장 빠른 나라는 스위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문별로는 걷는 스피드 3위, 우체국 일 처리 2위, 시계 정확도 1위였습니다. 걷는 스피드에서 1위를 차지한 아일랜드의 경우 시계 정확도 11위, 우체국 일 처리 3위로 종합 2위에 올랐습니다. 독일은 우체국 일 처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걷는 스피드(5위)와 시계 정확도(8위)에서 뒤져 3위를 차지했습니다. 종합 4위를 차지한 일본은 우체국 일 처리에서 4위, 시계 정확도 6위, 걷는 스피드 7위였습니다. 미국은 걷는 스피드에서는 6위에 올랐지만 우체국 일 처리 (23위), 시계 정확도 (20위) 순위가 낮아 종합 16위에 머물렀습니다. 한 편, 한국은 종합 18위로 시계 정확도 16위, 걷는 스피드와 우체국 일 처리에서 각각 20위에 올랐습니다.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는 홍콩(10위), 대만(14위), 싱가포르(15위)가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고 중국은 23위였습니다.
그러면 장소와 문화의 어떤 특질들이 삶의 템포를 다르게 만드는 걸까요. 여기에서는 세계 문화의 템포를 규정하는 5가지 주요 요소를 들어 설명합니다. 첫 번째는 '경제 발전' 입니다. 경제가 활력이 있는 지역이 좀더 빠른 템포를 갖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산업화의 정도'로, (산업화가 앞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 시간적으로 좀 더 빠른 규범을 갖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인구 규모' 입니다. 대체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소읍에 사는 사람들보다 빨리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네번째는 '기후'로 더 운 지역에서의 삶이 더 느긋하다는 것입니다. 다섯번째는 '문화적 가치' 입니다.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주의 문화를 비교해 볼 때 개인주의 문화가 '귀속' 보다는 '업적'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시간은 '돈'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각박함'으로 몰고 간다는 것입니다.
한편, 레빈 교수는 이 책에서 물리적으로 측정되는 1시간이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심리적 시계에 작용하는 다섯 가지 영향으로 '즐거움' '긴급성' '활동의 양' '다양성' '시간과 무관한 사고'를 들고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급하면 급할수록 시간은 더디게 갑니다. 일이 재미있고 신경써서 해볼 만 하고 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빨리가는 것 같습니다.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시간은 빨리 흐릅니다. 시간과 무관한 사고는 예술 작품이나 음악과 같은 비언어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시간을 느끼는) 언어적·분석적 사고를 잊게 하는 것입니다.
'상대성 원리'로 유명한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와는 두 시간 동안 앉아 있어도 2분처럼 느껴지고, 뜨거운 화덕 위에는 2분만 앉아 있어도 두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상대성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속도로 흘러간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어느 컨설팅회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은 일생 동안 평균적으로 줄을 서느라 5년을 보내고, 교통신호를 기다리느라 6개월을 보내고, 전화를 못 받았을 경우 다시 전화를 하기 위해 2년을 보낸다고 합니다. 참 섬세한 분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 소비자들의 인지부조화
지난 2000년 TV CF를 만들고 많은 우체국 직원들로부터 '광고가 너무 촌스럽다' '좀더 세련된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항의성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기서 경영학을 전공한 제 머릿속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에 대해 자기 자신의 신념 또는 의견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은 명문대를 나온 참 똘똘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 고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홍길동이 알고 보니 구구단도 못 외우는 바보다'라는 정보를 접했다고 하면 그들이 겪는 부조화는 심각할 것이며, 재빨리 이러한 부조화 상태가 야기시키는 불쾌감으로부터 벗어나 인지 구조의 평형을 이루려 할 겁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론 '홍길동은 똑똑하다'는 기존의 평가를 바꾸거나 홍길동 주위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려 하거나, 아니면 '홍길동은 바보다'라는 새로운 정보를 무시해 버릴 겁니다. 여기서 상반된 정보를 접해 기존의 평가를 고수하거나 바꾸거나 하는 기준점이 바로 수용범위(range of acceptance)입니다. 수용범위 내에서의 새로운 정보는 기존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수용범위를 벗어난 정보는 그것을 무시함으로써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서 밝힌 예시에서 '홍길동이 영어는 못하더라'라는 정보가 부여된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이제 우체국금융으로 눈을 돌려 봅시다. 만일 광고에서 “우체국은 디지털시대를 선도하는 최첨단 금융 기관'이라 광고를 하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결과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죠. 물론 광고가 지금 현 상태만을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지금보다 나은 모습으로 의도된 조작도 필요하지만 자칫 이것이 현재의 소비자들의 우체국금융에 대한 인식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면 그것은 냉정한 소비자에 의해 거부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에 대한 제품 및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는 전략은 조심스러운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번 광고는 새로이 연출된 세련된 세트가 아닌 기존의 우체국에서, 유니폼도 현재 것을 약간 세련되게 변형해 사용한 것입니다. 광고는 결코 실체와 유리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모든 광고는 소비자들의 머리속에 이미 형성된 '우체국'에서 출발하여야만 합니다. 이 점을 명심합시다.
X세대를 넘는다. Y세대의 등장
Y세대란 말은 미국의 보험회사인 푸르덴셜사가 미국의 청소년을 상대로 실시한 지역사회 봉사활동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미국에 살고 있는 11 ~18세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놀랍게도 응답자의 95%가 지역사회를 위해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푸르덴셜사는 이들이 매사에 긍정적이고 참여적이라는 점을 내세워 어떤 일에도 Yes라고 대답하는 세대라는 뜻에서 Y세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Y세대에 대한 어원은 이외에도 다양하게 얘기되는 데, 베이비붐 이후에 출생률이 저하됨에 따라 인구비례도 밑부분이 가늘어져 Y자형을 그리고 있는 것을 빗대어 Y세대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2000년, 즉 Y2K의 주역이 될 세대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하며, 청소년을 지칭하는 'Young generation'의 이니셜에서 인용되었다고도 합니다.
이처럼 Y세대에 대한 어원과 정의에 학술적으로 정확히 규정된 개념이 없이 사용하는 사람이나 기업의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개념 규정의 차이에 상관없이 Y세대의 핵심층은 13~20세로서 그들의 선배격인 베이비부머(babyboomer)나 X세대보다 수적으로 훨씬 더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으며, 2000년대 기업의 성공적인 마케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주목하여 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고 있습니
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케이블TV 등의 새로운 미디어의 세대로서 구매의 결정권을 직접 행사한다는 점이 기존의 10대 소비자와 다른 점이며, 상품 구성에 있어 디자인이나 색상을 크게 중시하고 특히 신상품을 선호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무한한 잠재적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기존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는 접근이 어려우며, 미국의 의류업체인 델이아스(Delia's)와 같이 독특한 신세대 카탈로그를 제작 하여 Y세대로 하여금 직접 그 카탈로그를 요구하게 하는 풀 마케팅 (pull marketing)을 전개하거나 인터넷상이나 공장 견학 등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발견하는 오피니언 안테나로서의 활용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엄연히 이러한 Y세대의 영향권에 속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23%가 Y세대로 추산되고 있어, 그 규모에 있어서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1980~90년대 초반의 자율, 개성, 다양화, 고급화의 일대 변혁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감각적이고 유행에 민감한 소비 패턴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과시적 타인 지향성이 두드러지며 편하고 쉽고 심플하면서 재미있는 그 무엇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도통 모를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한 소녀를 등장시킨 모 통신회사의 CF에 열광하는 세대가 바로 그들이겠지요. 사실 'TTL'을 기획한 그 회사 홍보팀은 CF의 기획에서론칭까치 모든 단계에 10대들을 모니터링에 참여시켰다고 합니다. 정확히 그들을 타깃팅한 상품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자명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의 마케팅 활동의 중심에 소비자가 자리잡게 됨에 따라 고객이 어떻게 느끼고 어떤 생활을 영위하는지 등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더욱이 소비자가 전생애에 걸쳐 제공하는 고객 생애가치를 고려해 볼 때에도 이들 Y세대의 욕구와 라이프스타일은 지속적인 관찰의 대상이 되어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밝힙니다.
고객이 원하는 환상을 제공하라
제품 아이디어는 기술적인 선택이 아니라 마케팅의 선택이라고들 얘기합니다. 사람과 침팬치는 유전자가 3%밖에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그 3%가 사람과 침팬치의 차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즉, 그 3%의 포장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기술(technology)과 시장 메시지에 대한 비대칭적(asymmetric) 관계를 다음 사례에서 살펴보기로 합시다.
여러분이 어느 식당에 가서 식당 벽에 이렇게 쓰인 종이가 붙어 있다고 합시다. '이 식당에서 제공하는 물은 주인이 매일 아침 직접 산의 약수터에서 떠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도봉산·북한산 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시냇물을 떠올릴 겁니다. 그 식당의 손님들은 물이 아니라 산의 환상을 마시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테크놀로지를 신봉하는 사장들이 생수를 판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마 이렇게 얘기하겠지요 “이 물은 독일산 필터로 3번을 거르고 필수 무기질인 뭐, 뭐, 뭐 등이 있어 몸에 좋은 물입니다”라고.
양자의 차이는 자명합니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산업기술과 가치관의 변동에 소비자는 방황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환상을 제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