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밥 먹고 사는 사업자가 많다. '공짜'라는 덫에 걸려 비싼 대가를 치르는 소비자들은 더 많다. 생면부지의 사업자가 공짜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비싼 물건을 줄 까닭이 없는 간단한 이치를 생각하면 피해를 입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일정 기간 인터넷 광고를 클릭하면 공짜로 컴퓨터나 노트북 PC를 준다”고 유혹하는 '공짜 마케팅'이 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가 없어지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광고를 클릭하지 못해 할부금융사로부터 시중 판매 가격보다 훨씬 비싼 컴퓨터 대금을 청구 당하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해 9월부터 한국소비자보호원에 '공짜 컴퓨터' 상담이 하루 한두 건씩 접수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상담이 급증해 2월 22일 현재 130여건이 접수됐다. 소득이 적거나 학생 등 컴퓨터를 구입하기에 부담이 크다고 생각해 컴퓨터 장만을 미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상담을 요청한 소비자들은 생활정보지·광고 전단을 보거나 영업사원·이메일을 통해 '공짜 컴퓨터'를 알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삽화가 공보혁
회원 모집은 어떻게 하나
인터넷 광고 대행사와 컴퓨터 조립업체들이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쇼핑몰을 통해 무료로 컴퓨터를 제공한다고 광고해 회원 가입을 유도 한다. 보통 매일 1백개 정도의 인터넷 광고를 20~30분씩 18~24개월 보는 조건을 내세운다. 무료 컴퓨터 제공 광고를 낸 중개업체에서 광고 주로부터 받은 광고료를 소비자 계좌로 매월 일정 금액 적립하고 그 적립금으로 소비자는 컴퓨터 할부금을 갚는다는 것이다.
'사이트에 소개된 내용 중 사이트에 무료로 가입한 후 각종 광고나 쇼핑몰에 전시한 제품을 클릭한 다음 일정 돈이 적립되면 무료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제도, 하루에 몇 분의 시간을 투입하고 최상의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 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광고를 보고 하루 30분만 투자 하면 컴퓨터가 공짜로 생긴다는 생각에 까다로운 조건이나 발생 가능한 문제 등은 고려하지 않고 계약서에 서명해 피해가 발생한다.
공짜로 준다는 컴퓨터 계약은 광고 대행사와 광고회사간에 체결하는 것이 아니다. 공짜 사이트에서는 광고만 내놓고 대부분 광고를 클릭하는 자인 소비자와 캐피털(할부금융사)간에 컴퓨터 할부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 사례
(사례 1) 이정수씨는 H업체와 하루에 1백개의 광고를 일년 동안 보면 컴퓨터가 자신의 소유가 된다고 해서 계약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S캐피털과 계약을 맺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심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광고를 클릭하기 위해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연결되지 않아 회사로 전화했더니 통화가 되지 않았다. 며칠 후 S캐피털로부터 중개업체가 부도 났으니 돈을 입금하라는 독촉 전화를 받았다.
(사례 2) 김용만씨는 생활정보지에서 컴퓨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광고를 보고 T업체에 전화를 걸었는데 사무실로 방문하라는 직원의 권유를 받았다. T 업체 사이트에서 광고를 클릭하면 일정 비용을 입금시켜 준다는 말을 믿고 295만원에 컴퓨터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광고를 클릭하면 매월 14만 9천원을 입금시켜 주기로 약정했으나 입금되지 않았다.
이런 점이 바가지!
컴퓨터 할부 구입은 인터넷 광고 대행사·컴퓨터 판매업체·제품 판매 사이트를 개설한 중개업체와는 관계없이 소비자 자신의 신용으로 할부금융업체와 계약이 이뤄진다는 데 함정이 있다.
당초 약속대로 광고를 클릭한 대가로 중개업체에서 적립해준 돈이 할부금에 미치지 못하거나, 약속대로 광고를 클릭했는데도 적립금 지불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중개업체가 부도로 사라진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돼 소비자가 고스란히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광고를 클릭하지 못할 경우에도 해약이 어려워져 컴퓨터 할부 대금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실제로 소비자 사정으로 광고를 클릭하지 못하면 하루 3천~5천원 정도가 지원금에서 공제된다.
컴퓨터 가격이 적정하면 중개업체가 부도나더라도 컴퓨터를 할부로 샀다고 생각하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술로 판매되는 컴퓨터는 대부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 문제다.
시중 가격 1백만~150만원대의 컴퓨터가 2백만~3백만원에 계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할부금융 비용과 업체 관리 비용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조립품이거나 수입 부품인 경우 애프터서비스에도 문제가 생긴다.
피해를 예방하려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무료 컴퓨터 관련 중개업체는 10여개에 이른다. 이들 중개업체들은 사이트를 개설해 소비자가 광고를 클릭한 만큼의 금액을 적립해 줄 뿐 실제 컴퓨터 구입은 할부금융사와 소비자 사이에 이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중개업체가 몇 년 동안 정상적인 영업을 한다며 할부금융으로부터 융자받은 컴퓨터 대금을 다 갚고 무료로 컴퓨터를 장만할 수 있지만 중도에 광고료를 받지 못하거나 부실 운영 등으로 부도가 날 경우 피해가 발생한다.
계약 후 10일 이내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으므로 충동 계약으로 생각되면 빠른 시일 내에 내용증명을 발송해 해약 의사를 서면으로 밝힌다. 간혹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때도 소비자는 해당 카드사에 내용증명을 발송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