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인터넷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3월말 현재 500만명 선이고 올해 6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는 2,100만명에 이른다. 가구당 컴퓨터 보유 비율은 두 집에 한 집 꼴로 보급돼 있다. 인터넷 사기인 넷치기에 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넷치기는 정보화 시대에 새로 태어난 말로 인터넷으로 사기치는 것을 뜻한다. 정보화 시대의 화두인 전 자상거래가 발전할수록 넷치기는 기승을 부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넷치기와 닮은 말인 소매치기는 길거리나 차 안 등 혼잡한 곳에서 남의 몸에 지닌 금품을 슬쩍 빼어 훔치는 행위나 도둑을 말한다. 대중 교통을 많이 이용하던 어려운 시기에 소매치기가 많았다.
소매치기가 한 단계 높아진 것이 '퍽치기' 인데, 기동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승용차·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지나가는 사람의 백이나 물건을 낚아채 유유히 사라진다. 악착같이 백을 잡고 있다가는 더 큰 봉변을 당한다. 황당하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퍽치기'다.
조금 치사한 치기배도 있다. 유흥가 주변에서 술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표적으로 삼는 아리랑치기배는 표적을 정했다가 인적이 뜸한 곳에서 행동을 개시한다. 순식간에 한방 먹이고 현금·귀금속·신용카드 등 돈이 될 만한 것을 챙겨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시대가 변하면 사기꾼은 더 유연하게 변한다. 인터넷 지식을 갖춘 정보화 시대의 사기꾼인 넷치기는 힘들게 표적을 쫓아다니지 않는다. 그럴듯한 쇼핑몰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자동차 등 고가의 경품이나 사이버 머니를 준다고 미끼를 내걸고 광고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든다.
삽화가 공보혁
넷치기의 주요 유형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거래는 '인터넷 쇼핑' '전자상거래' '사이버 쇼핑'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된다. 인터넷 쇼핑은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편리성, 직거래를 통한 값싼 상품 구입 등 소비 생활에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반면에 다양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전자상거래는 사업자와 소비자가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 비대면 상태에서 온라인을 통해 거래하므로 사기·기만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피해를 유형화하면 4가지로 나뉜다.
사기: 소비자가 대금을 지불했으나 제품을 보내 주지 않는 유형. 대금만 챙긴 뒤 쇼핑몰의 해당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도주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배달 관련 피해: 당초 웹사이트에서 표시·광고한 것과 다른 제품을 보내 주거나 하자가 있는 제품을 보내 주는 유형. 또 약속한 배송 기한을 넘겨 늦게 배달하는 사례도 해당된다.
대금 관련 피해: 주문하지 않은 상품 대금이나 무료라고 광고하고 서비스 사용 대금을 요구하는 사례, 대금을 이중 청구하는 사례 등이 해당된다. 소비자가 정당하게 계약을 취소하고 상품을 반품했으나 대금 환급을 거절하거나 지연시켜 일어나는 피해도 많다.
개인 정보 유출 피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사려면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자가 사전에 소비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 3자에게 제공해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넷치기 피해 예방 수칙 9가지
① 사업자의 신원이 확실한지 알아본다. '사이버' 공간에는 '사이비'가 많다. 사이버라고 이름 붙였을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메일 주소·사무실 주소·전화번호 등을 근거로 쇼핑몰 운영 주체의 신원이 확실한지 확인한다.
② 거래·이용 약관의 확인을 생활화한다. 약관은 사업자와 분쟁이 생겼을 때 판단의 근거가 된다. 약관을 제대로 읽지 않고 '동의' 버튼을 누른 뒤 피해가 발생하면 해결하기가 어렵다.
③ 조건을 환하게 밝히는 업체와 거래한다. 떳떳하지 못하면 숨겨야 할 것이 많다. 가격·규격·원산지·보증 조건과 같은 제품 정보와 배송 기간·배송료·배송 방법·구매 취소·교환·환불·반품 조건 등을 명확하게 밝히는 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안전성이 높다.
④ 주문 내역을 확인해 주는 업체와 거래한다. 인터넷 쇼핑은 마우스를 클릭함으로써 주문이 이루어진다. 주문하면 취소·환불 등이 쉽지 않으므로 좋은 업체일수록 여러 단계의 주문 확인 절차를 갖추고 있다.
⑤ 개인 정보 보호 시스템을 갖춘 업체를 선택한다. 사업자가 개인 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종류와 용도를 밝히고 사전에 승인을 얻어야 하며, 소비자는 자신의 정보에 대해 열람·수정·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의 개인 정보 보호 대책을 웹사이트에 공시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⑥ 무료·저가·과다 경품 등에 현혹되지 않는다. 사업자는 회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무료 서비스 제공, 높은 가격 할인율 표시로 현혹하거나 사실과 다른 과다 경품 제공을 약속하기도 한다. 개인 신상 정보 수집과 마케팅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경품 응모에 현혹되지 않도록 한다.
⑦ 개인간 거래는 특히 주의한다. 이메일·경매 사이트·뉴스그룹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물건을 값싸게 판매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개인간 거래는 자기 책임이 원칙이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⑧ 증거 자료를 보관한다.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진 구매요청서·접수 확인 번호 등을 출력해서 보관한다.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데 증거 자료가 된다.
⑨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한국소비자보호원(02-3460-3000) 등 관련 기관·단체에 피해 구제를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