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느 연구팀은 최근 몇 년새 발표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리더십 평가 자료와 그들의 연설문 내용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취임연설에서 땀(sweat), 마음(heart), 꿈 (dream), 손(hand), 뿌리(root), 상상(imagine) 등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단어를 많이 사용한 대통령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비전을 단어를 통해 그림 그리듯 표현한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추종자들을 가장 잘 설득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일 (work), 도움(help), 헌신 (commitment), 한계 (limit), 이해(understand) 등 개념에 기반을 둔 단어를 많이 사용한 대통령의 경우에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카리스마가 있는 대통령으로 인정받고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연설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별들(stars)을 탐험(explore)하고, 사막(desert)을 정복하고, 질병을 박멸하고, 대양의 깊은 곳(ocean depths)을 개발하고, 예술과 상거래를 장려합시다.” 1977년에 행한 지미 카터 대통령의 연설은 이와 대비됩니다. “최근에 저질러진 일련의 잘못들(mistakes) 때문에 우리 나라의 기본 원칙(basic principles)에 다시 헌신(commitment)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들은 우리가 자신의 정부를 경멸한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고(know) 있습니다.”
그 차이는 놀랄 정도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 이 밤하늘, 삭막한 풍경, 어두컴컴한 바닷속 등의 영상을 보여주듯 이미지화돼 있다면, 카터 대통령의 연설에는 그런 이미지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억에서 쉽게 지워져 버립니다. 이런 연구 결과가 기업 경영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뭘까요? 이익에 대해서만 계속 말한다면 감명받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현재 머물고, 느끼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변화의 비전을 제시한다면 확실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는 보이는 목표라면 좀 더 실행 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불황기의 사회·경제학
불경기가 오면 제일 먼저 외식업계가 타격을 입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허리띠를 졸라 맬 때 먹는 것을 먼저 줄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IMF 전과 1년 후의 소비 형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가계 소득은 23.4%가 감소했으나 가구당 외식비 지출은 39.5%나 줄었습니다. 외식 횟수도 월 4.7회에서 월 1.3회로 감소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의 소비 위축이 심화돼 외식비 지출 역시 저소득층에서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또 여성의 치마 길이도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합니다. 경제가 호황이면 치마가 짧아지고 불경기에는 길어집니다. 호경기였던 1960년대 의류회사들이 미니 보다 긴 치마를 유행시켜 옷감의 수요를 늘리려고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여성의 치마 길이를 보면 경기가 보인다”는 말은 1929년 대공황 시절에 유래해 지금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가 됐습니다.
불경기일수록 사람들은 극장에 자주 갑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그랬고 세계대전 직후에도 천막극 장은 사람들의 유일한 위안거리 역할을 했습니다. 1998년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경우에도 그 해 총 1,925억엔이라는 사상 최고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산업은 불황에 강하다'는 상식이 입증된 셈이죠. 최근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 점프를 하다' '친구'로 이어지는 한국 영화의 흥행 성공은 반드시 작품성에서만 기인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불경기에도 유명 브랜드는 경기를 별로 타지 않아 마케팅 전략의 수단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합니다. 소비자는 제품 구입을 통해 생리적인 욕구 충족 수준에서 벗어나 심리적·사회적 욕구가 충족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불경기에는 자신의 구매에 대한 확신을 위해 유명 브랜드를 더욱 선호하게 된다는 겁니다.
불경기에 광고비 지출을 줄이는 기업이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난 1980~1985년 영국이 불황기였을 때 광고비 지출과 매출간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 광고비 지출을 유지하거나 늘렸던 기업은 경기 회복 후 평균적으로 275%의 매출 실적이 상승한 반면 광고비 지출을 줄였던 기업이나 불경기 이후에 광고비를 다시 늘린 기업은 매출이 19%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위해 광고비를 삭감하는 것은 자신의 소비자들을 경쟁자에게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겁니다.
또한 경제가 활성화되고 실업률이 떨어질 때는 인간적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가 효과적이며, 불경기로 실업률이 높아질 때는 유머 광고가 먹혀 들어간다는 것이 광고계의 통설입니다.
저예산의 마케팅 전략
요즘 같이 시장 상황이 불규칙하고 예측하기 어려울 때에 적은 돈으로 시의 적절하고, 역동적이면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하는게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여기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몇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낸시 마이클스의 관계마케팅(CRM)
'Off the Wall Marketing Ideas' 이라는 책의 공동 저자인 낸시 마이클스는 거래처 또는 고객과 정기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의 기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4의 법칙(Rule of four)' 또는 '6의 법칙(Rule of six)' 이라고 불리는 실천 전술을 추천합니다. 그는 자기 회사의 데이타베 이스(DB)에 등록돼 있는 모든 사람과 1년 중 네 번에 걸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두 번은 카드를, 또 두 번은 뉴스레터를 보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체 고객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우량 고객에게는 별도로 두 번 더 편지를 보냅니다.
그는 또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굳이 멋진 브로셔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고객이 브로셔가 담긴 우편물을 받아 보았다 하더라도 당장 필요 한 것이 아니치 때문에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겁니다.
관계마케팅이란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장기적인 인간적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전략입니다. 지금까지의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구매 전단계 및 구매 시점에 초점을 맞춘거라면 관계마케팅은 구매 후 소비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의 보험설계사들에게는 이런 마인드가 체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부터 이익을 창출 하는 사냥감으로 대접받는 소비자와, 함께 정서적으로 교감을 이루는 소비자, 당신은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 이제 1970년대의 낡은 표어인 “꺼진 불도 다시 보자'를 재음미해 볼 때 입니다.
스티브라투어의 호가호위(狐假虎威), 스타마케팅
수제 화환을 만드는 스티브 라투어라는 사람은 그의 제품을 한 TV 기상 리포터에게 선물로 보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선물을 받은 리포터가 그 화환에 대해 언급하거나 실제로 그 화환을 달고 나오면서 아주 적은 돈을 들여서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입니다.
소비자 행동론에서는 준거집단(reference group)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준거집단이란 소비자의 행동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로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기준이나 가치를 제공하는 공식·비공식 집단을 말합니다. 이러한 준거집단에는 다른 사람의 가치, 규범 또는 행동을 본받기를 원하는 열망집단(aspirational group)과 반대의 경우인 회피집단(dissociative group)이 있습니다. 열망집단의 대표적인 계층으로 인기연예인을 들 수 있고 여기서 스타마케팅이란 장르가 탄생합니다. 사실 작년처럼 스타마케팅이 위력을 발휘한 적은 없었지요. 동대문시장에 가보면 '김희선 귀걸이'니 '김현주 모자'니 하는 것들이 마치 하나의 브랜드처럼 자리매김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스타에 대한 동경과 스타가 사용하는 상품을 스타와 동일한 격으로 간주하는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의류업체에서 인기스타들에게 경쟁적으로 의상 협찬을 하려는 것도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겠죠?
골드 코스트 독스 사례에서 본 구전효과(口傳效果)
시카고에 있는 골드 코스트 독스라는 핫도그 가게의 주인은 손님이 뜸한 오후 시간에 기가 막힌 마케팅을 벌였습니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탄 다음 택시기사에게 다음 블록까지 가자고 하고는, 골드 코스트 독스의 음식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고는 내렸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바로 마케팅 가운데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는 구전 (word-of-mouth) 마케팅으로 효험을 본 것이죠.
구전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많은 기업들은 초기에 제품 이미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오피니언리더들에 대한 홍보에 역점을 둡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히트를 치려면 여고생을 잡아라'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여고생들이 유행을 이끌어 가는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기죠. 이는 지난 1999년 실시한 '우체국금융 이용자 현황 분석'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여기선 금융 성품에 대한 정보인지 경로로 약 42.8%의 응답자가 주위분들의 소개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우체국금융이 공략 해야 할 오피니언리더는 어떤 계층일까요? 모두들 잘 아시겠죠. 이제 객장을 찾는 '영희 엄마' '철수 엄마' 들에게 보다 친절하게 대합시다.
새롭게 등장하는 경험(Experience)
마케팅 조셉 파인 등 세 사람이 함께 쓴 'The Experience Economy'라는 책이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들어 경험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험 마케팅 분야의 개척자인 루이스 카본은 고객이나 거래처와의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경험들을 통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경험은 이성적인 측면과 감성적인 측면 모두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실제 어느 리서치회사가 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진단해 본 결과에 따르면 방향이나 위치를 나타내는 표지가 명확하고 알기 쉽게 되어 있을 경우 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갖는 경험의 질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병원의 응급실 담당자는 경험 마케팅을 위해 측정하는 3가지 핵심 요소인 기술(mechanics), 절차(process), 휴머니즘(humanism) 가운데 인간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 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의술에서는 당연히 뛰어나야겠지만 환자들에게 따뜻하고 기분 좋은 경험을 안겨주는 감성적 요인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경험은 총체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21세기의 유목민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자크 아탈리 (Jacques Attali)는 그의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21세기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은 유목민(nomad)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디든 이동할 수 있으며, 주요 오아시스와 항상 연결돼 있는 유목민의 가치와 사상, 욕구가 사회를 지배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지난 30년 전부터 인류의 5%가 유목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주민 5명당 1명이, 유럽에서는 10명당 1명이 매년 이사를 다닌다고 합니다. 그리고 30년 후에는 적어도 인류의 10% 정도가 부유하는 가난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뿌리의 개념이 점차 희박해지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유목민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자료에서 드러납니다. 영화 '사막의 라이온'에 나오는 한 장면을 생각하고 계시거나, 중앙아시아의 망망한 초원을 말을 타고 이동하는 유목민의 모습을 상상하고 계시다면 눈을 비비고 다음을 한 번 보시죠.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99년 한 해 동안 행정읍면동의 경계를 넘어 이동한 인구는 모두 943만 5천명으로 집계됐습니다.우리나라 사람 1백명 가운데 20명 정도가 거주지역을 옮겼다는 이야기입니다. 2000년도말 현재 국내 휴대폰 가입자 수는 2,705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총인구 4,612만 5천명 가운데 58.6%가 이동통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항상 접속 할 수 있는 기본도구를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갖추고 있는 셈이죠.
한편,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 수는 4억 7백여만명에 이릅니다. 이는 1999년 9월의 2억명에 비해 두 배나 많은 것으로, 지역별로는 북미의 인터넷 이용자가 전세계의 41%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다음이 유럽(27.8%) - 아시아(26%)-라틴아메리카(4%) - 아프리카(0.8%) - 중동(0.6%) 순이었습니다. 세계 인구를 대략 60억명으로 봤을 때 전세계 인터넷 이용인구 비율은 약 7%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는 현재 1,600만명 정도 됩니다. 우리 나라 전체 인구 중 35%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이 모두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편재하는 인터넷(Ubiquitous Internet) 세상이 오면 이들 유목민들이 전혀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시장에 미치는 힘도 한층 커질 것입니다. 시장은 너무도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