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나라
옛날에 아주 현명한 인디언 추장이 죽음을 앞두고 이런 유언을 했답니다. '내 아들아, 나는 오늘 인생을 지혜롭게 살 수 있는 두 가지 가르침을 주겠다. 그 첫째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세상에 흔치 않더구나.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가르침이 있단다. 그것은 바로 '약속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척이나 의미심장한 이야기이지요? 그렇답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우선 '약속을 잘 하는 것, 즉 제대로 하는 것' 이랍니다. 또 약속 그 자체보다는 그 과정을 통해 무언가 배우겠다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더 소중한 것 이겠지요. 이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요?
아이들이 약속이나 계약을 잘 하도록 이끌어주기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약속과 계약의 정확한 뜻부터 확인해 주어야겠지요? 약속(約束)이란 '어떤 일을 어떻게 하기로 미리 정해놓고 구속 혹은 다짐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개 상대방과 서로 어기지 않도록 구속하는 것이지만, 자신과 혼자서 하는 다짐도 많지요. 이에 비해 계약(契約)은 반드시 상대방을 전제로 하며, 주로 돈이 오고가는 법적인 약속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물건 사는 것, 은행 통장을 만드는 것,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 심지어는 학교에 가는 것까지도 모두 다 계약이라는 것을 일러 주세요. 즉,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일매일 수많은 계약 속에 살고 있으며, 계약을 잘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능력이라는 것을요.
그 다음에는 약속이나 계약을 하기 전에 가장 핵심적인 원칙을 가르쳐 주어야겠지요. 그것은 바로 첫째도 신중, 둘째도 신중, 셋째도 신중이랍니다. 만약 아이가 친구 것이 부러워 별 필요도 없는 물건을 덜컥 구입했다면 이렇게 말 해 주세요. '너는 지금 신중하지 못한 계약을 한 셈이로구나. 다음에는 적어도 세 번쯤은 다시 생각하고 행동해 보겠니? 그렇게 자꾸 노력하다 보면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놓고 후회하는 일이 줄어들 거야.' 즉, 무조건 아이의 잘못을 나무라지만 말고, 좋지 않은 행동을 개선할 대안과 그것이 가져올 긍정적 결과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거지요.
또 아무리 좋은 의도일지라도 함부로 약속하는 것은 피하도록 이끌어 주세요. 아이가 와서 '저, 다음달부터 매일 한 권씩 책을 읽을 거예요.' 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그래, 이제 너 우리랑 약속했다. 꼭 지켜야 돼.' 하지 마세요. '네 생각이 참 멋지구나. 하지만 엄마, 아빠, 특히 너 자신과 약속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단다. 혹시 약속을 지키지 못할 최악의 상황은 어떤 것이 있을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니?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려면 구체적으로 네가 무슨 습관을 새로 익혀야 할 건지도 말이야.' 아니, 왜 잘해 보려는 아이의 기를 꺾느냐구요? 아녜요. 약속을 남발했다가 지키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더 기가 꺾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랍니다. 진정 아이를 위하는 자세로 아이가 신중하고 냉정하게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도록 자극해 주세요.
평소 부모님이 모범을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충동 구매를 하거나 함부로 약속하는 일을 조심하세요. 그리고 생활 속에서 각종 계약조항(약관)들을 접하게 되면 최소한 한번쯤은 아이와 함께 꼼꼼히 읽어보세요. 기차나 고속버스 표에 적힌 약관도 좋고, 목욕탕 벽면이나 놀이공원 등의 이용약관들, 특히 인터넷 사이트나 쇼핑몰 등의 제반 약관 등등 찾아보면 수도 없이 많지요. 부모님과 함께 약관을 꼼꼼히 읽어본 아이들은 다음에 혼자서도 그렇게 하기 쉽답니다.
약속과 계약을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이 있지요? 신중하게 시작했다면 벌써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랍니다. 이제 나머지 절반도 성공하도록 도와 주어야겠지요? 또 설령 신중하지 못한 계약을 했을지라도 아직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이끌어 주세요.
첫째, 일단 시작된 약속이나 계약은 중도에 포기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끝까지 이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러 주세요. 이제부터는 무조건 격려해 주세요. 때로는 모른 척 침묵하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듯싶으면 왕수다장이 친구도 되어야지요. 물론 부당 한 계약의 경우에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정정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힘으로 어렵다면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소비자단체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세요.
둘째, 약속과 계약은 그 하나하나를 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것임 을 말해 주세요. '이번에 성급하게 산 네 장난감이 금방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지만, 이 일을 계기로 다음에는 더 조심할 테니 좋은 경험을 했구나.' 하고요. 즉, 잘한 경험이나 잘못한 경험을 통해서도 무언가 배울 수 만 있었다면 진정 성공한 것이라고요. 아이들이 삶에 대해 보다 여유 있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말이지요.
이렇게 아이들을 이끌어 주다 보면 결국 더 많이 성장하고 배우는 것은 바로 우리 부모들이랍니다. 우리가 성숙된 삶을 살도록 계속 자극하는 아이들에게 늘 감사합시다. 그래도 때로 무척 힘이 들 때는 우리가 했던 가장 중요한 약속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는 거지요. 아이를 낳으면서 '나는 너를 지금 이 순간만 사랑하겠어. 네가 예쁜 짓을 할 때만 사랑하겠어.' 라고 한 부모가 있나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조건 사랑하기로 약속했잖아요. 그 약속을 오래오래 지킵시다. 왜냐하면,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가는 약속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