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저 거대한 미래의 첫날일 뿐
여전히 많은 물건이 계속 발명 되고, 여전히 새로운 일이 많이 일어나리라.
인터넷의 위력을 우리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오늘은 그저 거대한 미래의 첫날일 뿐.
-제프 베조스-
아마존 로비의 검은 명판 위엔 철학자 제프 베조스의 글이 새겨져 있다. 인터넷 기업의 CEO가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또 그가 인터넷이 얼마나 시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위력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의 아마존은 자신과 인터넷에 대한 믿음 그리고 철저하게 지켜온 조직문화가 있기에 위기를 극복하고 지탱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일찍이 베조스는 아마존의 핵심 원칙을 분명히 했다. 고객중심, 절약 정신, 즉각 실천, 주인의식, 인재발굴 까지. 이를 통해 종업원 수 13만 2천명, 연 매출 750억 달러(약 81조1500억 원)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경영을 살펴보자.
고객중심
제프 베조스는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의식적으로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고객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단순히 고객만족이나 CS차원을 넘어 고객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차원에 가까웠다. 베조스는 투자설명회에서 아마존이 평면TV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들에게 무조건 100% 환불해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회사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많은 중역들이 회사의 재무적 손실을 예상해 거북해 하던
유료 연회원을 위한 무료배송 서비스를 추진해 ‘프라임’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재방문과 재구매를 유도하는 성공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우려와 달리 유료회원 무료배송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고객의 구매건 수는 눈에 띄게 늘어났고, 현재 연회비 99달러의 프라임서비스 가입고객 수는 수천만명에 달한다. 여기서 나오는 연회비 수입만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다. 고객에 집중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베조스는 보도자료, 제품설명, 연설문 등 고객과 접점에 닿는 글에서 고객이 쉽고 긍정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모조리 지워버린다.
또 사내관습으로 파워포인트 사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보도자료 스타일로 서류를 작성한다고 한다.
이 기획제안서에는 고객이 제품을 처음 접할 때 듣게 될 만한 내용이 담겨야한다는 것이다. 이 제안서를 읽고 토론하는 것이 아마존의 방식이다.
절약정신
제프 베조스의 절약정신은 유명하다. 1994년 시애틀의 차고에서 회사설립을 준비하며 마트에서 사온 문짝 두 개로 테이블을 만들었고 그 문짝 책상을 여전히 사용하고있다. 회사 설립 이후로 직원들로부터 주차비를 받았고 비행기를 탈 때 중역들도 모두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했다. 이는 의도적으로 회사에 절약문화를 심겠다는 베조스의 의지이기도 했다. 회사 1층에 있는 커피 가판대는 손님들이 열 잔을 마신 후에 공짜 음료 한 잔을 받을 수 있는 보너스 카드 제도를 실시했는데 억만장자인 베조스는 옆에 줄을 서 있는 직원들에게 보이려고 일부러 카드에 도장을 받아 공짜 음료를 받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러한 절약정신은 사업을 위해 필요한 낭비를 일삼았던 것과 대비했을 때 회사운영에 전략적인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주주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절약정신이 던지는 가치를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
즉각실천
“월마트 이야기가 요즘 세상, 요즘 시대에도 재현될 수 있을까? 나는 물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대답하겠다. 지금 어딘가에 그 누군가가, 아마 수백만 명의 그 누군가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끝까지 가보려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정말 성공하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월마트의 이야기는 다시 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업 경영에 의문을 품는 능력과 태도에 달려있다.”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은 앞서간다는 측면에서 봐도 매력적이다. 아마존을 통해 즉각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소비자들을 보면 어쩌면 이런 기질은 경영적인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수렴하는 일관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같은 소매업이라는 면에서 오프라인의 전설적인 기업인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의 업적을 동경했던 베조스는 그의 저서 ‘샘 월튼 불황 없는 소비를 창출하라’라는 책에서 즉각 실천이 주는 의미를 수용했다. 많은 것을 시도하고 많은 실수를 기꺼이 할 자세를 말하는 것인데 그 책을 선물하며 마지막 페이지에 적은 다음 글에서 그 의미를 헤아릴 수 있다.
주인의식
아마존 정기 총회. 직원들이 일어서서 중역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있었다. 한 여직원이 “아마존은 언제쯤 일과 삶의 균형을 확립할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제 베조스는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우선순위죠. 그것은 또한 아마존의 DNA에 뿌리박혀 있습니다. 모든 노력을 동원해 자기 일에 탁월한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다른 직장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마존 초창기 한 직원은 비싼 주차비 때문에 직원들의 출퇴근 버스비를 보조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베조스는 코웃을 쳤다. 그 직원은 “베조스는 직원들이 버스가 다니는 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어요. 그는 직원들이 버스 걱정으로 빨리 퇴근하고 싶어 하지 않도록 다들 차를 몰고 다니기를 바랐죠.”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이고도 다소 냉철한 경영철학은 일관성을 보이고 경영적인 성과로 직원들에게 역설적인 충성도를 갖게 만들고 있다. 한 때 이사회가 일에서 보인 천재적인 능력과 반대로 막무가내 추진으로 골칫거리인 베조스를 CEO직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했을 때 새로운 CEO를 물색하러 온 애플 출신 빌 캠벨은 직원들이 베조스에게 충성심을 가진 것을 보고 이사진에게 설립자를 그냥 CEO로 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인재발굴
베조스는 최고의 인재 채용이 아마존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믿었다. 수년 동안 그는 지원자 면접을 직접 보면서 그들에게 대학입학시험인 SAT 점수를 물었다고 한다. “우리는 늘 지난번보다 더 나은 인재를 채용합니다. 그래야 전체적으로 회사의 인적자원이 향상되니까요.” 그는 늘 지금보다 나은 인재를 통해 회사가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아마존이 커지자 설립 맴버는 자신들만큼 능력 있는 이들을 추천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베조스는 ‘미국 내에 몇 개의 주유소가 있나?“ 같은 다소 황당한 질문으로 지원자를 추궁했다. 이는 지원자의 사고 수준을 측정하는 테스트였고, 베조스의 관심사는 정답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가능한 해결책을 추론하는 방법 제시를 평가해 창의성을 보이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의 인재발굴은 설립 맴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4년 차고시절부터 아마존의 초기 개발을 맡았던 셸 캐펀은 1999년 가을 사직서를 제출했다. 베조스는 계속해서 더 나은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아마존의 존립 여부는 위대한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능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그의 역할이 계속해서 줄면서 더 이상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없는 분위기에 몰렸다. 베조스는 캐펀의 사직서에 슬프다고 말했지만 회사에 계속 남아 있으라고 설득하려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마존의 핵심원칙을 보면 베조스의 CEO로서 냉철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그의 경영철학과 일관성 있게 보여주고 있는 인터넷과 고객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닷컴버블 붕괴를 이겨낸 아마존의 성장을 이끈 근간으로 평가받는다. 베조스는 우주여행 업체인 블루 오리진을 설립했고 최근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며 관련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대담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의 사업을 지키는 것 보다 끊임없는 확장에 매진하며 상상력을 동력으로 멈추지 않는 베조스와 아마존의 행보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보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 참고자료: , <아마존, 세상의 모든것을 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