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다양한 경제 주체들의 요구를 질서정연하게 처리해 준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 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價格機構(Price Mechanism)입니다. 가격기구의 역할을 극명하게 알 수 있는 게 바로 경매시장입니다. 팔려는 자는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하고, 사려는 자는 조금이라도 덜 주려고 합니다. 서로 상반된 힘은 균형가격에서 조정이 됩니다. 그래서 근대 경제학의 태두 레온 왈라스는 시장엔 ‘전지전능한 競賣人(Omnipotent Auctioneer)’이 있어 거래를 즉각적으로 淸算해 준다고 가정합니다. 이 경매인이 바로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입니다. 턱없이 비싼 값으로 물건을 내놓는 상인은 결국 허탕을 치게 됩니다. 그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래가 성사될 때까지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팔려는 사람이 늘고 사려는 사람은 줄면서 가격은 균형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갑니다.
그럼 시장이 왜 효율적일까요? 다음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의 불후의 역작 ‘國富論’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푸줏간 주인, 맥주 만드는 사람, 그리고 빵 만드는 사람의 자비심 덕분에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우리 저녁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정에 호소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 호소한다.”
이렇듯 경제 주체들은 자선의 이익을 좇아 경제활동을 하고, 이것이 그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회 전체의 후생을 증진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힘입니다. 시장과 효율 성은 결국 동전의 양면입니다.
여기 잘 훈련된 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단원들은 각각 맡겨진 역할이 있구요.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악기를 열심히 연주합 니다. 제각기 다악기에서 나온 소리들은 지휘자의 지휘에 의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합니다. 다른 사람의 연주는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오직 지휘봉만을 바라봅니다. 만약 지휘를 거스르면 그순간.불협화음이 생깁니다. 우리들 모두, 시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가격이 지휘하는 대로 열심히 주 어진 역할만 하면 됩니다. 추호도 의심할 필요없이. 다음으로 수요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재미있는 현상을 소개 할까 합니다. 가격이 오르는 데 수요가 늘고, 가격이 내리는 데 수요가 줄 어드는 상황이죠.
유명 브랜드, 비쌀수록 잘 팔린다
과시효과
우리는 길을 가다 좋은 차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돌립니다. 안에 탄 사람도 유심히 쳐다보게 되구요. 옷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통상적으로 비싼 상표의 품질이 좋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가격만큼 좋을지는 의문입니다. 좋은 옷을 입는 사람들은 상표에 비싼 값을 지불하는 셈이지요. 그 이유는 간명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나는 부자다”라고 자랑하고 싶은데 차마 길가는 사람, 대화를 나누는 사람마다 그렇게 소리칠 수는 없으니까요. 이와 같이 어떤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풍부한 경제력을 알리려는 것을 ‘詩示效果’ 라고 합니다.
이렇게 과시적인 소비를 위해 구매하는 상품이라면 비쌀수록 그 효용가 치가 크게 됩니다. 과시적 효과를 크게 거두려 한다면 값이 너무나 비싸 아무나 감히 사려 들지 못해야 합니다. 만일 값이 떨어져 누구나 살수 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상품은 값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고 값이 내릴수록 줄어듭니다. 이러한 소비 행태가 합리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의 허영심은 그것을 포기하게 합니다. 깃털이 화려한 공작, 뿔이 아름다운 사슴에게 깃털과 뿔은 생존엔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라는 걸 우린 어린 시절 이솝 우화에서 배웠습니다.
내 비록 지금 라면을 먹지만 언젠가는……
기펜재
앞에서 살핀 것이 주로 고급 제품에서 발생하는 수요법칙의 이상현상이 라면 값이 싼 제품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합니다. 집이 너무 어려워 100원 짜리 라면만 먹는 배고파씨가 있습니다. 근데 라면 가격이 50원으로 떨어졌다고 합시다. 그는 전보다 라면 구입량을 늘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전보다 적게 구입하고 나머진 쌀을 사거나, 평소 동경하던(?) 자장면을 사먹겠지요. 가격 하락으로 생기는 추가적인 구매력으로 인해 라면의 소비량은 줄고 취향이 좀더 고급스러운 제품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이러한 성격의 상품을 기펜재(Giffen)라고 합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기펜이 아일랜드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는 감자가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발견했는데, 그 이름을 딴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요? 이것은 라면이라는 재화의 성격에서 기인합니다. 라면은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감소하는 劣等財(Inferior goods)입니다. 라면 가격 하락은 구매자에게 상대적인 소득 증가를 야기합니다. 앞선 예에서 배고파씨는 기존 소득의 반만으로도 라면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라면 수요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요-소득이 는다고 하루에 네끼를 먹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하루 세끼 중 두끼는 라면으로, 나머지 한끼는 쌀이나 자장면처럼 좀더 소망스런 식사를 하므로 라면 수요는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어디 갈 때와 나 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죠?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끊임없이 상승하려는 욕구, 어쩌면 이러한 욕심 때문에 인류는 진보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