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관리 1원칙 통장 쪼개기
직장인들이 매달 한번씩 손 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다. 바로 월급날이다. 특히 요즘처럼 불경기가 지속되어 지지갑갑이이 얇아진 때에 월급날은 그 어느 시기보다도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월급날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은은 것도 사실이다. 월급을 받기가 무섭게 카드대금, 대출금, 공과금 등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나면 남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씩 빠져나가는지 파악하기 어려운데다가 남은 돈을 다시 쪼개서 저축도 해야 하고 다음 월급날까지 생활비로도 써야 한다. 따라서 월급을 받아서 계획 없이 지출하다 보면 자칫 마이너스가 생길 수 있고 필요한 만큼 저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 보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돈 쓸 일은 늘어나는데 모아둔 돈이 얼마 없어 걱정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평소에 계획적으로 돈을 지출하고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평소에 돈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면 월급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출(현재의 소비)과 저축(미래의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계획적으로 돈을 관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대표적인 게 일명 ‘통장 쪼개기’로 불리는 통장 관리법이다. 특히 돈의 용도를 구분해 ‘4개의 통장’으로 돈을 관리하면 계획적으로 돈을 지출하고 저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4개의 통장’이란 ○1급여통장, ○2소비통장, ○3예비통장, ○4투자통장을 말하는데, 특정 금융상품의 명칭이 아니라 누구나 한두 개 이상 가지고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에 용도별로 이름을 붙여 준 것이다. 즉, 돈의 용도를 구분하고 각기 다른 통장에서 돈의 출입을 관리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평소 어떤 용도로 얼마를 지출하고 얼마를 저축하고 있는지 등 돈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돈을 관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통장관리 2원칙 쪼갠 통장 활용하기 1
‘4개의 통장’을 활용하는 방법은 이렇다. 매달 급여통장에 급여가 입금되면 이날부터 말일(또는 특정일) 사이에 아파트 관리비, 각종 공과금, 통신요금, 보장성보험료(질병*상해*사망 등 신체사고 때 보상하는 보험), 대출원리금 등이 자동으로 납부되도록 한다. 이런 종류의 지출은 매달 반복적으로 지정된 날짜에 빠져나가며, 납부액이 일정하거나 변동폭이 크지 않다. 그래서 흔히 ‘고정지출’이라고 표현한다.
급여를 받은 날 이후부터 말일(또는 특정일) 사이에 고정지출이 차례로 자동 납부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정지출이 전부 빠져나간 하루 이틀 뒤에 한 달의 생활비(고정지출 외의 생활비로 흔히 ‘변동지출’이라고 표현한다.)로 지출할 돈을 정해서 딱 그만큼만 소비통장에 이체한다. 이후 급여통장에서는 더 이상 지출될 게 없기 때문에 남아 있는 돈은 전부 투자통장으로 이체한다. 그러면 다음 급여일까지 급여통장의 잔액은 ‘0’원이 된다. 이와 같이 한 뒤 급여통장을 정리해 보면 매월 동일한 거래내역이 순서도 안 바뀌고 반복해서 통장에 표시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고정지출의 납부 내역과 변동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매월 급여통장에서 투자통장으로 이체한 돈이 바로 그 달의 저축한 돈이다. 따라서 매월 얼마를 저축했는지도 통장정리만 해보면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매월 소비통장으로 이체한 돈 이상은 지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즉, 적정한 월 생활비 예산을 정해서 제한된생활비만 소비통장에 입금해 두고 한 달 동안 지출하는 것이다. 이때 가급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말고 소비통장에 연결된 체크카드와 현금으로만 지출하면 그때그때 남은 생활비의 잔액이 얼마인지 쉽게 확인해 볼수 있기 때문에 절제된 소비습관을 들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소비통장을 정리해 보면 체크카드 사용처와 현금인출 내역이 시간 순서대로 남기 때문에 가계부 쓰기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가끔은 월 생활비 예산을 초과해서 지출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 예비통장에 예비자금(일종의 비상금)을 넣어 두고 부득이 생활비 예산을 초과해서 지출하게 되는 경우에만 꺼내 쓰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통장에 입금된 돈은 이날 이후부터 적금, 펀드, 연금상품 등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한 금융상품에 자동이체 되도록 한다. ‘4개의 통장’ 활용법을 요약하면, 급여통장은 급여를 수령한
뒤 고정지출을 (자동)납부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소비통장은 고정지출 외의 생활비를 지출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그리고 예비통장은 예비자금을 넣어 두고 비상금을 써야 할 경우나 소비통장에
넣어 둔 생활비를 초과해서 지출하게 될 때에만 꺼내 쓴다. 투자통장은 금융상품에 자동이체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한다.
통장관리 2원칙 쪼갠 통장 활용하기 2
‘4개의 통장’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하는 경우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수입(매출-비용)이 불규칙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와 프리랜서는 매월 고정적인 급여를 받는 직장인에 비해 계획적으로 돈을 관리하는데 더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사업자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경영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업 이외의 일에는 좀처럼 신경 쓰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애써 번 돈을 사업이 잘 될 때는 사업을 확장하는 데 전부 갖다 쓰고 사업이 안 될 때는 부족한 사업자금을 메우는 데 전부 갖다 써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사업이 잘 되나 안 되나 남는 돈이 없다고 말한다. 개인사업자가 수입을 관리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입을 사업자금과 가계자금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즉, 수입 중 ‘사업경비로 쓸 돈’과 ‘가계로 넘겨서 집에서 생활비로 쓰고 저축할 돈’을 분리한 뒤 별도로 구분 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업이 잘 되든 안 되든 일단 가계로 넘어간 돈은 가급적 다시 사업체로 넘어오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사업이 흥하든 망하든 수중에 돈이 모인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사업자도 직장인처럼 특정한 날짜를 월급날로 정해서 자신에게 고정적인 급여를 지급하면 돈을 관리할 때 매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 자신의 월급날을 21일로 정해서 매달 300만 원씩 자신에게 급여를 지급한다고 가정해보자. 직장인으로 따지면 연봉이 3600만 원인 셈이다. 이 경우 그 동안 사업해서 번 돈 중 3600만원을 CMA통장(증권사의 입출금통장으로 하루만 입금해도 이자가 생긴다.)에 입금해두고 은행에서 급여통장도 하나 개설해둔다. 그리고 매달 21일에 CMA통장에서 급여통장으로 300만 원씩 자동이체를 걸어두면 된다. 그렇게 지급된 급여를 다시 ‘4개의 통장’으로 관리하면서 사업과 무관한 개인적인 소비를 할 때나 가계 생활비로 사용하고 사업과 무관한 교육자금, 노후자금 등 목돈을 모으는데도 사용한다.
그리고 12개월 뒤에는 CMA통장에 약간의 이자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연봉 3600만 원을 CMA통장에 넣어두기만 하면 계속 지정된 날짜에 급여통장으로 300만 원씩 자동이체가 된다. 당장 1년 치 연봉을 한꺼번에 입금해 둘 형편이 안 된다면 기간을 쪼개서 실행하면 된다. 예를 들어 2개월 마다 600만 원을 CMA통장에 입금해 두고 급여통장으로 매달 300만 원씩 자동이체를 걸어두기만 하면 역시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입 중 일부는 사업자금으로 남겨 두고 일부는 가계자금으로 넘길 수 있다. 그리고 사업자금으로 남겨 둔 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업경비에 사용하기 위해 가계자금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해마다 한두 번 이상 사업소득을 결산해서 수입의 변동에 따라 자신의 급여를 높이거나 낮추는 방법으로 사업자금으로 남길 돈과 가계자금으로 넘길 돈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개입사업자의 경우 사업이 잘 되야 가계로 넘길 돈이 생기므로 사업자금으로 남길 돈을 우선 고려한 뒤 급여를 결정해야 계획적으로 돈을 관리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필자소개
고경호는 경제작가이다. 저서로는 ‘4개의 통장’, ‘고경호의 경제사용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