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관리가 돈관리
한 포털 사이트가 진행한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주말 계획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네티즌들의 상당수가 '국내 여행을 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여행기간도 과거에 비해 하루가 늘어난 2박 3일 코스를 선호했으며, 여행비용은 10만원에서 30만 원 선을 원했다.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의 경우에는 가족 간의 외식이라든가 야외에서의 피크닉 등 다양한 스케줄로 인해 적지 않은 지출이 소요된다.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질수록 비용마저 두세 배 늘어나는 셈이다.
연령대에 따라 여가 활용에 대한 계획 또한 조금씩 다르다. 한 유명 백화점이 회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주5일 근무로 늘어난 주말 활용 방법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대는 '여행' 과 '문화생활'을 선호했고, 30대는 '가족여행', 40대는 '건강을 위한 운동'에 투자하겠다는 답을 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근로자의 여가생활이 자기 계발과 사회 참여, 봉사활동 등으로 다양해지고 가족 중심 여가문화가 확산돼 가족 간 친밀감이 증대되는 등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주5일 근무제의 본래 취지는 퇴색하고 돈 · 시간 낭비로 전락하기 쉽다. 그러하기에 적은 돈으로도 정신적 · 육체적인 여유를 즐기려면 '문화는 소유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향유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교훈에서도 보여지듯이, 부지런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5일제를 맞아 행복한 삶은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향유하는 자의 것
주5일 근무제를 맞아 알찬 주말 계획을 세우려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한 해 동안 가정의 재무제표를 세우는 일이다. 기업 운영에 있어 목표와 재무제표가 있듯 가정 내에서도 그에 맞는 재무제표가 필요하다. 우선 주말 플랜을 짜기 전에 1년 동안 집안의 크고 작은 일정과 들어가는 고정지출 내역을 체크해 보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결혼 8년차인 A씨는 한 해 동안의 중요한 일정만을 정리해 가계부 앞에 붙여놓았다. 지출될 예상 내역을 항상 잘 볼 수 있도록 해 매달 충동적으로 돈이 지출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꼭 챙겨야 할 일정만을 정리했음에도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과 시간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다음, 어느 정도 일정 체크가 끝났다면 집안 행사가 있는 주말을 피해 여가에 대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면 된다. 막연히 남는 시간이라는 안이한 생각보다 목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목표가 정해졌다면 그 활동 내역에 맞추어 예상 비용을 측정하자. 어느 때 휴가를 장기로 갈지, 평소 주말에는 어떤 취미생활을 즐길지,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친구와의 가족만찬은 한 달에 몇 번 정도 가질 것인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3개월 또는 6개월 간격으로 잡아 그에 따른 예상비용을 측정해 다른 가계 지출시에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에 가족 생일이 있다거나 집안 제사가 있다면 장거리 여행보다는 가까운 곳으로 소풍을 가고, 가족들 간의 외식비를 줄임으로써 다른 가계 지출을 절약해 균형적인 가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이처럼 미리 자신의 처지에 맞게 생활을 계획하고 조정하는 것을 우리는 '예산을 짠다'고 한다.
노동의 가치와 휴식의 즐거움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늘어 난 주말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사례를 들어보자.
다른 기업들에게 비해 일찍 주5일제를 실시한 모 은행 직원들은 매월 둘째 토요일을 봉사의 날로 정하고 '모은행지역봉사단'을 2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공원과 해수욕장을 청소하거나 각종 시설을 돌아다니며 목욕과 식사 도우미 봉사 등을 하며 주말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백화점 문화서비스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 씨는 주5일제 시행 이후 한동안은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집에서 쉬면서 여유를 즐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주말이기보다는 혼자 쉬며 빈둥대며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가족여행, 공연 관람 등도 해보았지만 이런 이벤트들은 일시적인데다 경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회사의 '주말농장'이 눈에 띄었다. 회사가 사원들에게 텃밭 8평씩을 빌려주고 농사 지도도 해주는 농장이다. 돈도 거의 들지 않는데다 무료로 숙식 제공은 물론 스포츠 댄스와 특강 등 다채로운 가족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주말여가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두 번씩 농장을 방문해 고추와 상추 등의 채소들을 재배 하면서부터 아이들에게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현장학습의 장이 되어 좋고, 아내는 농장에서 수확한 야채를 이웃 들과 나누면서 노동의 가치와 휴식의 즐거움을 얘기하게 되어 즐거워한다. 김 씨 또한 가족 간의 대화가 늘어나면서 화목한 가정이 되는 것 같아 더 없이 좋다고 한다.
주5일제 시행 이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또 다른 직업으로 승화시킨 유 씨는 투잡스족이다. 주중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섬세한 손재주를 발휘하고, 주말에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끼를 발산한다. 처음에는 주중에 업무가 많기에 주말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각종 축제, 행사 등에서 사회자로 이름을 날리면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딱 맞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투잡으로 활동하면서 하루에 50만원이라는 거금을 쥘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는 이 일이 자신이 즐거우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 더욱 신명나게 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