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우정 문화의 시작, 우정총국
종로1가 사거리에서 우정국로를 따라 안국동 사거리로 걷다 보면 조계사 옆, 우정총국(郵征總局)을 만나게 된다. 고목이 운치 있게 자리한 곳에 전통 기와와 아름다운 단청이 멋스러운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이다. 우정총국 건물은 임진왜란 직후인 1610년경 궁외 왕족의 진료를 위한 전의감의 부속 건물로 지어진 것이다. 궁과 사가의 절충식 형태를 보이는 건축물로 1970년 10월 현존 최고(最古)의 궁외건물이자 애국운동 장소로서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사적 제213호로 지정됐다.
전의감으로 사용되던 이 건물은 1884년 4월 22일 고종왕의 명을 받고 우정총국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근대 우편제도의 시작이었던 우정총국은 홍영식(洪英植: 1855~1884)의 주장으로 설립됐다. 1881년 신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한 사찰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우편제도를 눈여겨봤던 그는, 1883년 미국의 우편시설을 견학하면서 우편제도가 국가 재정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그리고 고종을 설득해 우정총국을 개설했다.
홍영식이 초대 우청총판으로 임명되며 시동을 걸기 시작한 우정총국은 7개월 뒤인 1884년 11월 18일, 서울과 인천 간 우편업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홍영식을 비롯한 김옥균 등 급진 개혁파들이 온건 개화파를 제거하고 자기들의 뜻을 펼치기 위해 12월 4일 우정총국 개국 축하연이 열리는 자리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것이 갑신정변이다. 쿠데타는 3일만에 실패로 막을 내렸고, 이 사건으로 인해 우정총국은 업무를 시작한 지 20일 만인 12월 9일 문을 닫게 됐다.
이후 우정총국 건물은 일제 강점기에 한어학교와 중동학교로 사용되다 해방 후 일제 강점기의 잔재인 ‘적산가옥’으로 분류돼 철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를 1956년 체신부가 매입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온 우정총국은 갑신정변으로 문을 닫은 지 128여 년만인 2012년 8월 28일, 우정총국우체국으로 다시 우편업무를 시작했다. 우정총국우체국은 우편업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우편 역사가 담긴 사료를 모은 기념관을 갖추고 우정문화의 역사이자 상징적 장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우편역사가 담긴 사료를 전시한 우정총국 체신기념관
우표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포스트타워 우표박물관
21세기 첨단 우정 시대의 상징, 포스트타워
갑신정변으로 중지된 우정업무는 10년 뒤 1895년 한성우체총사에서 재개됐다. 그리고 1905년 현재 서울중앙우체국 위치로 이전하게 되었고, 1915년, 1957년, 1981년 등 여러 차례 증·개축을 해 왔다. 그리고 2007년 11월 포스트타워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포스트타워는 일대의 수많은 빌딩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1층부터 10층까지는 한몸이다가 11층부터 21층까지는 두 갈래로 갈려 알파벳 M자를 연상시킨다. 이 형상은 포스트타워가 남대문, 시청과 함께 삼각 축을 이뤄 도시의 질서 회복을 상징하는 ‘문’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21세기 새로운 우정사업의 무한한 발전을 염원하는 ‘승리(V)’와 웅비하는 ‘날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건물이 두 개로 나눠지는 부분에는 하양, 보라, 파랑, 빨강, 노랑 순으로 변하는 V자 형태의 야간 조명이 설치돼 있어 수려한 야경을 만들어낸다.
포스트타워는 외관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친환경 최우수 등급, 정보통신 특 등급, 인텔리전트 1등급 인증마크를 받은 첨단 건물이다. 땅속 열을 냉난방에 활용하고, 옥상 양쪽에 세워진 태양광 전지판으로 전기를 생산해 불을 밝힌다. 또한, 열병합 시스템부터 실내조명과 온도를 자동조절하는 센서 등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크고 작은 장치를 도입해 ‘친환경 건축물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케이블TV 및 다채널 영상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멀티분배시스템과 업무구역까지 설치된 광케이블 등 첨단 시스템으로 ‘정보통신 특 등급’을 받았다. 또한 사무자동화, 빌딩자동화, 정보통신 및 시설관리시스템의 유기적인 시스템 통합으로 향후 발전된 시스템과 기술을 쉽게 도입,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인텔리전트 1등급’ 인증까지 받았다.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소통의 공간
포스트타워는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닌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소통의 공간을 지향한다. 정문 출입구뿐만 아니라 지하로 이어진 계단 공원, 명동 지하상가로 연결된 지하 2층 출입구까지 사방으로 문을 열어두어 어디서든 쉽게 오갈 수 있다. 1층 출입문 앞 넓은 야외광장은 만남의 장이자 문화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고,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식 정원에는 계절별로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어 삭막한 도심 속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시민을 위한 공간을 최대한 마련하기 위해 우체국 창구는 지하층에 배치됐다. 건물이 두 개로 나누어지기 시작하는 11층에는 직원과 방문객을 위한 쉼터인 구름 카페, 도시의 정원이 마련돼 있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어 만남의 장소로도 훌륭하다. 포스트타워 지하2층에 위치한 우표박물관은 근대식 우편제도가 도입되면서 발행된 우표와 우정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우정역사마당, 우표체험마당, 우표정보마당, 우표문화교실, 뮤지엄숍 등 7개의 테마로 구성된 전시실에서는 우표에 대한 궁금증을 체험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또한 17세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국내외 우표가 전시되어 있고, 우표제작과정과 우표수집과정, 독특한 우표, 각 나라의 우체통 등 우표와 우편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박물관에서 직접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 배달해주는 ‘느린 우체통’ 서비스와 자신의 얼굴을 우표에 담을 수 있는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근대 우편제도 도입 이후 우정역사를 만날 수 있는 포스트타워 우표박물관
근대 역사의 현장, 포스트타워 명동 일대
근대 역사의 현장, 우체국 앞 은행 사거리
포스트타워는 일대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장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한국은행 사거리에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변화를 이겨낸 근대 건축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던 주거지이자 주요 금융기관과 미쓰코시백화점이 생겨나면서 근대 유통 문화를 연 장소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1912년부터 조선은행 본점 건물로 사용했던 한국은행 건물은 국가 중요문화재인 사적 제280호로 지정된 곳이다. 현재는 국내외 화폐문화의 역사와 한국은행의 역사자료를 전시하는 화폐금융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은행의 역사와 화폐 정보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또한, 화폐 제작 과정부터 유통 과정까지 상세히 알아보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물도 많아 아이들에게 화폐와 경제에 관한 개념을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는 곳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한국은행 건물에서 길 건너편에 자리한 스탠다드차타드 제일지점은 최초의 민간은행인 조선저축은행으로 1935년에 지은 것이다. 2010년 리모델링을 통해 초창기의 네오바로크 양식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아 과거로 회귀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4층까지 시원하게 트인 천장에는 꽃무늬가 가득하고 우아한 빛을 뿌리는 샹들리에, 고풍스러운 대리석 바닥은 옛 은행의 품격이 그대로 느껴진다. 스탠다드차타드 제일지점 바로 옆에 자리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1930년에 완공된 국내 최초의 백화점인 미쓰코시백화점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4층 건물의 등장은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였다고 한다. 80년이 지난 지금도 백화점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의 중심이 되는 중앙계단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으며, 발코니, 처마 밑과 기둥, 로비 천장에서도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우체국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소통하게 하고, 시간과 시간을 연결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해 왔다. 오랜 시간의 회고이자 미래를 향해 쓰는 편지 같은 시간이었던 130년 우정 역사 산책.
종로와 명동, 우정총국에서 포스트타워로 이어진 그 시간은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누리는 작은 탈출, 명동의 옥상공원
유네스코회관 ‘작은 누리’
2002년 명동 유네스코회관 옥상에 조성된 생태공원 ‘작은 누리’는 빼곡하게 솟아있는 명동 한복판 빌딩 숲 위에서 작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단순한 녹지를 조성해 만든 옥상공원이 아닌 수백 종의 식물과 곤충, 조류가 공존하며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설계해 생태 체험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트리니티 가든’
신세계백화점 본관에 마련된 옥상정원 ‘트리니티 가든’은 유명 작가의 조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카페와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에는 제프 쿤스, 호안 미로, 알렉산더 칼더, 헨리 무어, 루이즈 부르주아 등 20세기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거장 조각가들의 작품이 채워져 있어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