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바람이 좀 세다 싶으면 동해 먼바다의 높은 파고를 온몸으로 타고 넘어야 한다. 멀미약을 챙기지 않으면 뱃멀미로 여행 초입이 괴로울 일이다. 경북 포항, 동해 묵호항, 울진 후포항, 강릉 안목항 네 곳 중 한 곳에서 여객선을 타고 서너 시간. 해상 상태에 따라 결항하는 일이 잦다고 하니 하늘에 맡겨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울렁이는 망망대해를 건너 희미하게 섬 자락이 보이기 시작하면 짙푸른 산세와 기암절벽이 만드는 수려한 산세가 울릉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뭍사람들을 반기는 도동항과 저동항
경북 포항과 동해 묵호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도동항으로, 울진 후포항과 강릉 안목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저동항으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망향봉과 행남봉 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시가지가 형성된 도동항은 울릉도의 경제, 행정, 교통의 중심지다. 또한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몰려 있어 울릉도 여행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도동이라는 지명은 사람이 많이 살고 번화한 곳이란 뜻의 ‘도방청’에서 유래했다. 고종 19년(1882) 울릉도에 개척령을 내리면서 개척민에게 면세 혜택을 주자 많은 이들이 울릉도를 찾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도동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도동항 오른쪽 산기슭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나무가 서 있다. 경상북도 지정보호수 11-74호로 지정된 이 향나무는 높이 4미터, 둘레 2미터에 불과하지만, 수명은 무려 2천여 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도동항의 왼쪽, 망향봉 자락에는 아름다운 도동항과 주변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독도전망대가 있다. 6분간 케이블카를 탄 후, 다시 108계단을 오르면 다다르는 독도전망대는 날씨가 좋을 경우 실제로 독도를 볼 수 있다.
강릉과 울진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저동항에 정박한다. 저동은 개척 당시 갯벌에 모시가 많이 자생해 ‘모시가 많은 갯밭’이란 뜻의 ‘모시개’라 불렸던 곳이다. 지금은 한자로 모시 저(苧)자를 써서 ‘저동’이라고 한다. 울릉도 사람들은 지금도 이곳을 크게 큰모시개, 중간모시개, 작은모시개로 나눠 부른다. 저동항은 1967년 동해안 최초의 어업전진기지로 개발된 곳으로, 울릉도 오징어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취급한다. 오징어 철인 5월에서 12월까지는 활기가 가득하고, 청정 동해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횟감을 싸게 살 수 있다. 저동항은 울릉도를 대표하는 해돋이 명소다. 촛대바위 위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풍경과 오징어잡이배 불빛이 만드는 저동어화(苧洞漁火)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저동항에서 하룻밤 머무는 것도 좋다.
성인봉 원시림에는 300여 종의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이 중 40여 종의 특종식물도 분포하고 있다.
태곳적 원시림이 남아 있는 곳, 성인봉
해발 984미터의 성인봉은 울릉도의 상징이다. 형제봉·미륵봉·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신비로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울릉도를 남면, 북면, 서면으로 나뉘는 기준도 성인봉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중심축이다. 성인봉은 산이 높고 유순하게 생겨 성인들이 노는 장소 같다고 하여 성인봉이라 불렀다고 한다. 또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설도 많다. 한 할머니가 손녀와 함께 봄나물을 캐러 산에 올랐다가 손녀를 잃어버렸다. 한참 뒤에 골짜기 절벽 아래에서 나타난 손녀는 어떤 노인이 자신을 좋은 기와집으로 데려가 잠을 재워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손녀가 만난 그 노인을 성인이라 생각했고, 그가 사는 산이라 해서 성인봉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성인봉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은 태곳적 모습을 간직한 원시림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된 성인봉 원시림에는 300여 종의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이 중 특종식물이 40여 종이나 된다. 육지에서 쉽게 보기 힘든 너도밤나무를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섬피나무, 섬고로쇠나무, 섬단풍 등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또한 고비, 고사리, 관중 등의 양치식물이 많아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면 신비한 분위기를 더한다.
성인봉과 만나는 4가지 길
울릉도를 찾아 성인봉 정상을 밟아보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울릉도를 다 본 것이 아니다.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싸여 있는 성인봉은 해수면과 가까운 곳부터 등산로가 시작되기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높은 1천 5백미터 이상 되는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고 한다. 게다가 등산 기점과 정상까지의 직선거리가 3킬로미터에 불과해 등산로의 경사가 급하다. 해양성기후로 인해 갑자기 짙은 안개가 몰려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등산로나 이정표, 쉼터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등반에 큰 불편은 없다.성인봉을 오르는 코스는 총 4가지가 있다. 대원사 코스와 KBS중계소 코스는 일반 성인이 간편한 복장으로 오르기에 무난한 편이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다. 대원사 코스는 대원사를 거쳐 잘 닦인 등산로를 오르는 것으로, 도동과 저동에서 출발할 수 있는데, 저동에서 출발하면 바위틈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자연 에어컨과 울릉도의 명소인 봉래폭포가 있어 한여름에 잘 어울린다. KBS중계소 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 초보 등반가에게 적합하다. 안평전 코스는 택시를 타고 산장휴게소까지 이동한 후 시작해야 한다. 빽빽하게 우거진 숲으로 난 급경사의 비탈길을 오르는 것은 다소 힘든 산행길이 될 수 있지만, 울릉도의 원시림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다. 나리분지 코스는 버스나 차로 나리분지까지 이동한 후 다른 코스를 역행하는 코스다. 초반에는 평지에서 원시림의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지만 수천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므로, 호흡 조절을 잘해야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울릉도, 바다 위에서 배를 타고 즐기는 풍광이 한폭의 그림이다.
울릉도 해안산책로는 바닷가를 따라 자연이 만든 다양한 풍경을 가까이서 느끼며 걷기 좋은 매력적인 길이다.
바다와 나란히 걷는 여유, 해안산책로
울릉도는 걷기 좋은 곳이다. 울릉도 해안산책로는 바닷가를 따라 자연이 만든 다채로운 풍경들을 가까이 체험할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그 중 행남산책로와 저동해안산책로를 잇는 코스가 여행객들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다. 도동여객선터미널 뒤 방파제에서 시작되는 행남산책로는 바다와 해안절벽을 타고 흐르듯 나 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해식동굴과 절벽은 웅장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밑바닥까지 보일 만큼 짙푸르고 투명한 바다가 출렁인다. 몽돌 해변까지 이어진 바닷길이 끝나면 섬조릿대 숲길로 들어선다. 그 길을 따라 오르면 도동등대(행남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데크 전망대에 서면 저동항과 긴 방파제, 촛대바위를 비롯해 죽도까지 이어지는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도동등대에서 현기증이 날 만큼 아찔한 높이의 57미터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면 저동해안산책로다. 무지갯빛으로 채색된 구름다리는 행남산책로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저동방파제까지 사람들을 안내한다. 저동방파제에 오르면 저동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방파제 가운데는 고기잡이를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던 딸이 바위로 굳어버렸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촛대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울릉도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곳을 단순히 한반도 동쪽에 자리한 섬, 한 바퀴 돌고 오면 끝인 작은 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짙푸른 바다, 시간이 만들어낸 기암절벽, 그리고 섬을 뒤덮은 초록 원시림까지 울릉도의 매력은 끝이 없다. 울렁이는 바다 저편으로 멀어지는 그 섬, 떠나자마자 울릉도가 다시 그리워진다.
울릉도 여행 팁
울릉도 가는 길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은 강릉, 동해, 울진, 포항에서 출발하며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울릉도에서 독도로 가는 여객선은 매일 있지만 기상상황에 따라 운항일정이 크게 달라지므로 미리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강릉여객선터미널 033-653-8670
묵호여객선터미널 033-531-5891
후포여객선터미널 054-788-6001
포항대저해운 1899-8114
(www.daezer.com)
울릉여객선터미널 054-791-0801~3
머물 곳
울릉도카라반파크 1544-2383 (www.caravan-park.co.kr)
캠핑과 편안한 숙박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곳. 카라반 한 대당 트윈베드와 이층 침대, 테이블 변환형 소파까지 합하면 최대 5명이 머무를 수 있다. 또 전자레인지, 싱크대, 냉장고, 화장실, 침대, 에어컨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이용요금은 평일 2인 기준 10만원이며, 예약은 필수다.
울릉도에는 호텔부터 민박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성수기에는 숙소를 잡기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울릉도 관광정보 사이트(www.ulleung.go.kr/tour/)에서 숙박업소 연락처를 찾을 수 있다.